도쿄역에서 잠시 머무르다 첫 카페를 들렀다. 말차 라테와 초콜릿으로 지친 몸에 당분을 넣고, 호텔에 짐을 풀었다.
여기까지 여행의 부산함은 끝났다고느낀 순간전철역에서 호텔까지 가는 여정도 만만치 않았다. 인근 덴츠홀에서 여행 캐리어를 놓고 지친 발을 쉬게 해주어야 했다. 뉴욕등 메트로폴리탄을 구성하는 거대 고층건물들 앞에서 방사능으로 쇠락했다지만 경제대국 수도의 면모를 느낀다. 짐을 풀고 호텔 바에서 하루 처음으로 제대로 식사인 샌드위치와 맥주를 시킨다. 라이브 음악이 흘러나왔다. 콘서트에 간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난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경험을 한다. 정신을 파괴시키는 비정상적인 일들이 무수히 일어나는 악의가 판치는 세상을 살아간다. 그러나, 때때로 좋은 순간들도 가끔 있다. 그 좋은 순간의 기억을 꼭 붙잡고 의지하여 살아간다.
라이브 음악에서 영혼이 치유받는 느낌을 받았다. 어느 고층 건물에서 도쿄 야경을 배경으로 라이브 음악을 듣는 기분은 꽤 좋다. 솔직히 눈물이 났다. 자연의 풍광과 제철에 난 사과를 먹을 때 느낀 감각 이외에는 대부분 무감각해진 영혼에 신선한 체험이었다. 사람의 목소리에는 어떤 치유 기능이 있는 것 같다. 신토이 마카이 영화의 노래를 부른 남자 가수의 목소리가 떠오르는...
피아노 연주와 가수가 불러주는 이 노래를 들으려고 이곳에 왔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한국에서 뮤지컬을 예매하며, 이런 강렬한 사운드의 체험을 기대했었을지도 모르나, 그때의 강력한 체험은 아직 없었다.
완벽한 기억이란 시각, 청각, 촉각, 공간이 들어맞아야 하는 법이다. 낮에 홍차를 마시러 잠시 들른 라운지에서 본 가수는 머리를 묶은 외국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