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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Jan 21. 2024

우리가 여자를 사랑할 때 / 즐거운 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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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전부 귀로 되어 있고, 그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란 말인가? 나는 지금 여기 불꽃의 파도 위에 있다. 그리고 파도의 하얀 주둥이는 내 발을 핥고 있다. 따라서 나 역시 박차가 된다. 사방으로부터 들려오는 으르릉거리는 소리와 협박과 포효하는 소리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듣는다. 이러는 동안 늙은 지구를 흔드는 자는 황소의 울음소리만큼이나 낮고 깊은 소리로 그의 아리아를 부르고 있고, 지구를 두드리는 소리에 오랜 세월을 견딘, 흉물스런 산바위조차도 두려움에 온몸을 떨고 있다. 그리고 난 후 갑자기 마치 무에서 탄생된 것처럼, 미궁의 지옥 입구 앞에는, 오직 몇 피트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커다란 세일트가 마치 귀신처럼 소리없이 미끄러지듯 다가오고 있었다. 오, 유령과 같은 이 아름다움이여! 마술적인 힘으로 얼마나 나를 감동시키는가! 이 세상에 모든 평온과 정적이 여기에 모두 담겨 있단 말인가? 내 행복은 정녕 이 고요한 곳에 있단 말인가? 보다 더 행복한 나의 자아, 나의 두번째, 영구불멸하는 자아가 여기에 있는 것인가? 죽지도 않았지만, 살아 있지도 않는 상태에서? 영혼과 같은 중간적 존재로서: 조용히 미끄러지듯, 표휴하면서? 검은 바다를 떠돌면서! 바로 이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정말 멋있는 일일 것이다. 여기서 들리는 여러 가지 소리나 나를 이러한 환상의 세계로 유도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 모든 거대한 소리들이 우리의 행복을 조용한 외딴 곳으로 운반한다. 남자가 그 자신의 소리의 한가운데 있을 때, 그 자신의 계획과 일정의 파도 한가운데 있을 때, 그 역시 조용하고 요술과 같은 물체들이 그의 옆을 미끄러지듯 통과하면서, 그로 하여금 그들의 행복과 격리, 즉 여자를 갈망하게끔 한다. 그는 보다 나은 그의 자아가 여자들 사이에 있다고, 또한 이렇게 조용한 곳에서 가장 소리 높은 파도가 죽은 듯한 적막으로, 삶이 삶에 대한 꿈으로 변할 수 있다고 거의 생각하게 된다. < 즐거운 학문, 니체 - 데리다의 '해체' 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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