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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Mar 13. 2024

밤의 저수지

 밤의 저수지

  - 일뤼미나시옹


 달빛 저수지에서 어린 새끼를 부양하는 어미 오리 들

 은빛을 튀기는 물무늬를 짓는 어미 들

 

 세계를 해석하는

 별자리를 헤아리는 새들의 밤


 겨울인데도 맨 발 슬리퍼를 끄는

 일요일의 남방에서 온 노동자들의

 저녁 장보기 길


 알길 없는 밤 물결의 새들의 맨 발은 별자리를 헤아리는 감각일 테지

 그러나 알길 없는 내 생의 후반부에 나는 돌에 걸려 넘어진 아이처럼

 난감하다

 무얼 물어보고 싶은데, 질문이 가슴에 한가득인데,

 발음이나 날갯짓으로 묻고 싶은데


 밤의 저수지는 어미의 아랫배처럼 따뜻하게 깊기만 하다

 헤아릴 수 있는 건 맨발의 결로 헤아리는 해답 같은 거

 헤아릴 수 있는 답이 아닌 맨살의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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