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저수지
- 일뤼미나시옹
달빛 저수지에서 어린 새끼를 부양하는 어미 오리 들
은빛을 튀기는 물무늬를 짓는 어미 들
세계를 해석하는
별자리를 헤아리는 새들의 밤
겨울인데도 맨 발 슬리퍼를 끄는
일요일의 남방에서 온 노동자들의
저녁 장보기 길
알길 없는 밤 물결의 새들의 맨 발은 별자리를 헤아리는 감각일 테지
그러나 알길 없는 내 생의 후반부에 나는 돌에 걸려 넘어진 아이처럼
난감하다
무얼 물어보고 싶은데, 질문이 가슴에 한가득인데,
발음이나 날갯짓으로 묻고 싶은데
밤의 저수지는 어미의 아랫배처럼 따뜻하게 깊기만 하다
헤아릴 수 있는 건 맨발의 결로 헤아리는 해답 같은 거
헤아릴 수 있는 답이 아닌 맨살의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