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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Jun 12. 2024

돌이 되는 여행


 돌이 되는 여행

 - 일뤼미나시옹


 객지는 빈 그릇이다

 사원을 짓고 떠난 빈 돌이다


 갈대가 마르는 바람에 

 객지는 빈 방을 흰 먼지로 

 가라앉힌다


 사려 깊었던 침묵 속으로

 너는 사라졌다

 옷자락이 흔들리는 해거름에

 새소리가 너였다


 떠돌고 나서 돌아오는 건 

 구름 살이를 마친 여행이다


 밥을 먹고 

 비워진 그릇은

 사원을 짓고 떠난 새의

 후유증이다


 빈 방 물걸레질 후

 서늘한 방에서

 돌이 되는 귀향이다

 


 그림: 이우환 - 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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