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폐

Balthus - Lady Abdy [1935] 발튀스

by 일뤼미나시옹

금발의 적갈색 파도를 입은 여성이 얼어붙은 듯 마네킹 같이 유리창 앞에 멈춰 있다. 그녀의 얼굴은 자아의식이 강한 연극의 몸짓을 보여 주는 듯하다. 오른 팔이 얼굴에 짓눌려 있는 것은 자기의 이야기를 숨기려는 내면의 복잡성을 상징한다. 반면 왼손은 깎아 내 지른 절벽 같은 창밖을 가리고 있는 커튼을 젖히고 거머쥐고 있다. 맨발이 한 발 들어 올려진 것은 창문 위로 뛰어내리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듯보이지만,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는 않다. 자기 안의 복잡성을 피하기 위한 제스처 일까? 창백한 빛이 방 안으로 들어오지만 어두운 실내를 밝게 하지는 않는다. 창을 통해 드러난 바깥의 전망은 밀폐된 밀실 공포증을 더한층 강화시켜준다. 왜냐하면 창 밖의 전망이 실내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의 정황이 창 밖의 다른 창에서도 똑 같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인식이 나와 바깥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에 다다르면 밀실 공포증은 더한층 심화된다. 자유보다는 감금을 선택하는 것. 자유를 구가하는 것은 바깥을 지향하겠지만, 여인의 표정은 자기 유폐를 확정해버린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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