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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안톤 Sep 26. 2020

발의 비밀

개구리 발가락
개구리 발가락을 가진이가 있었다. 발가락 사이사이가 벌어져 손가락을 넣을 만큼 시원하게 벌어진 모양이 귀엽기도 웃기기도 했다. 새끼손톱만큼 작은 티스푼 다섯 개를 발에 꽂아 둔 것 같기도 하다.  
발바닥을 마주대고 손깍지를 끼듯 발가락으로 깍지를 끼는 재주를 보이면 나는 배를 잡고 바닥을 뒹굴며 좋아했다.
다른 건 몰라도 통풍 하나는 기가 막히게 되겠구나 싶었다.

내발은 발가락 사이에 종이 한 장 들어갈 틈이 없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발가락도  뻗어있지 못하고 굽어있다. 고양이가 발톱을 세우기  앞발을 오므리고 있는 모양과 비슷하다.
오랫동안 딱딱한 축구화 속에서 숨쉴틈 없이 단단히 동여매어 있었으니 그리 변한 모양이다. 무좀은 당연했고, 족저근막염, 굳은살  발이 가질  있는 질병은  가지고 있다.  

발이 가진 두 얼굴
남녀가 아주 심하게 유별하고 체면과 반상의 법도가 엄격한 조선시대에는 발을 보여준다는 것은  몸을 보여주는 것과 같은 것으로 여겼다고 한다. 고작 발하나 보여주는데 비약이 너무 심한가 싶지만 그만큼 발이 가진 상징성은 대단하다.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발을 씻겨주는 의식(세족식이라고 한다)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상대의 발에 입을 맞추기도 했다.
꼼짝달싹하지 못한 상태를 일컫어 '발이 묶였다'라고 하기도 하고, 괘씸한 짓을 하거나 흉악한 짓을 저지른 이에게 '발가락의 때만도 못한 인간'이라고 욕을 한다. 타이밍 좋게 먼저 행동한 사람에게 '  앞섰다'라고 하거나 나와 상대가 되지 않는 사람에게는 '너는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이처럼 발은 가장 미천하고 보잘것없음을 표현하다가도 어느순간 나의 인격을 대신하기도 한다.

축구선수 발의 비밀
축구선수의 발은 몇 가지로 유형을 나눌 수 있다. 
1. 평발 vs 평발이 아닌 
2. 칼발 vs 곰발
3. 아치가 높은 발 vs 아치가 높지 않은 발

평발은  그대로 발바닥 가운데  들어간 부분(아치라고 한다) 없이 평평한 모양을 뜻한다. 발바닥을 붙이고 섰을 때 바닥과 발바닥의 틈이 거의 없다. 일반적으로 달리는데 불리하다고 알려졌다.
칼발은  모양이 날렵하고 볼이 좁다. 반대로 곰발은 볼이 넓고 발이 두툼하다.
아치가 높은 발은 순간적인 추진력을 얻기에 좋다. 우리가 달리기를   무의식적으로 한쪽 발의 뒤꿈치를 드는 것과 같다.
아치가 높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이런 점에서 훨씬 유리하다. 그러나 그만큼 발에 주는 부담이 커진다.



나는 평발 아니 곰발이 아치가 높다. 그래서 볼이 좁은 축구화(대표적으로 나ㅇ키) 아무리 이뻐도 신을  없다. 그리고 아치가 높아 순간적인 스피 좋은 편이지만 그에 따라  앞쪽과 아치 피로가 심하다.

삶의 기록이자 영광의 상처
몇 해  축구선수 박지성, 발레리나 강수진 씨의  사진이 인터넷상에 화재가  적이 있다.
뼈마디가 휘어있고 상처에 굳은살 투성이인 그들의 발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들의 발이 말해주는 노력과 정성에 비해 나의 발은 너무 고왔기 때문이다.

가만히 앉아  발을 내려다본다.

박지성, 강수진 씨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의 발은 열심히 뛰고, 공을 찼으며  단단한 바닥을 딛고 서서 버텨주었다.  발의 흉터는 인생의 기록이고, 굽은 발가락과 굳은살은 노력의 결과물 일터이다. 
오랜 시간 수고해준 발에게 새삼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꼈다.


염치없지만 앞으로 50년은  몸에  붙어서  수고 좀 해주렴. 무좀은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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