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품 : 깨알 같은 책 홍보
브런치 작가가 된 지 벌써 200일이 지났다.
얼마 전 100일 된 기념(?)으로 글을 쓰며 변화를 맞이한 나를 돌아봤었다.
그로부터 100일이 지난 오늘, 나는 어떻게 변했을까?
1. 첫 책을 출간하다
스테르담 작가님과 함께한 공동 매거진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나왔다.
브런치 작가 10명이 함께 매주 같은 주제를 가지고 글을 발행하며, 차곡차곡 쌓아놓은 결과물을 드디어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다. 당연히 기쁘고 보람 있는 과정이었으나, 조금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2. 과감하거나 혹은 무모하거나
오늘 아침, 양치를 하다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전부터 생각해두었던 소재가 있었는데, 마침 양치를 하다 그것이 생각난 것이다.
3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줄거리가 머릿속을 스쳐갔다.
월차를 쓰고 당장 글을 쓰고 싶었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는 통근버스 안에서 내가 얼마나 무모한 생각을 했는지 깨달았다.
번뜩이는 아이디어 만으로 소설을 쓴다면, 삼국지도 일주일 만에 썼겠지.
3. 말로만 듣던 ‘글태기’가 이런 건가?
글 쓰는 일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생각이 많아지고, 고민이 깊어간다.
키보드에 손을 얹고, 가만히 앉아있다가 노트북을 덮어 버리는 일이 많아졌다.
회사 업무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힘 빼고 편안한 마음으로 짧은 글이라도 꾸준하게 쓰며, 리듬을 찾아야겠다.
4. 다양한 시도, 그리고 고민거리
노트에 이리저리 메모를 하며, 매거진을 조금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발행된 글의 방향을 틀어보고 다른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는 것이다.
내가 주로 쓰고 있는 글은 축구선수 출신이 직장생활을 하게 되며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축구에 빗대어 풀어보는 이야기다.
그러나 요즘 들어 고민되는 것이 있다.
바로 누가 이걸 읽느냐 이다.
취준생? 관리자? CEO? 남성? 여성?
2,30대가 읽기에는 클래식하고, 4,50대가 읽기엔 진부하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밋밋하고, 축구에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르는 사람에겐 어렵다.
구체적인 독자를 정하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누구에게 이야기할지 정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나아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나도 모른다는 점이다.
여기까지가 브런치 작가 된 100일부터 200일 사이에 내가 쌓아온 고민들이다.
브런치 작가가 된 200일을 맞아, 마음의 짐을 덜고 가볍게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분량에 얽매이지 않고, 가볍게 그리고 편안하게 글을 써보기로 결심했다.
내 글을 읽게 될 독자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깊지만, 당장은 결론 내지 않기로 했다.
우연히 본 김혼비 작가의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의 감상평이 내게 한줄기 빛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독자들에게 여자축구라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세계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도록 한 것은 오롯이 김혼비 작가의 뛰어난 문체와 이야기의 힘이다. 결코 축구가 인기 종목이어서가 아니다.
나의 이야기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다가가길 바란다.
수많은 직장생활 이야기 속에서 누군가 내 글을 보며, ‘아,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겠네!’, ‘맞아, 나도 이런 일이 있었어!’라고 공감한다면, 그것으로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충분 해질 테니 말이다.
또다시 100일이 지난 300일에는 지금보다 한결 힘을 뺀 편안한 글을 쓰고 있길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