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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안톤 Aug 12. 2020

브런치 작가 100일, 무엇이 달라졌을까?

글을 쓰며 달라진 소소한 변화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개인 PT를 받고 있다.

나이 탓인지 생활 습관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체력이 떨어지고 군살이 빠질 생각을 안 해 시작하게 되었다. 한 시간 남짓 아이고, 아이고 곡소리를 내며 운동을 하고 오면 손발이 떨려 샤워도 힘들다.

그래도 시간을 쪼개 운동까지 하고 온 자신에게 느끼는 기특함이 꽤 크다. 나는 타고난 ‘근수저’다.

또래 여성에 비해 근육량이 높다. 그리고 상체보다는 하체에 근육이 더 발달했다. 축구를 했던 영향이 아직 남아 있는 모양이다. 화요일은 상체 운동을 하고 목요일은 하체 운동을 한다.

하체운동을 하는 날은 그래도 트레이너 선생님의 지도에 곧잘 따라 한다.

시계를 쳐다볼 틈도 없이 신나게 운동하다 보면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버린다.

그러나 화요일에 진행하는 상체운동은 얘기가 다르다. 바들바들 떨리는 팔을 붙잡고 힘들게 덤벨을 올리다 보면, 두 눈은 항상 시계를 쳐다보고 있다. 한참 지난 것 같은데 5분밖에 지나지 않은 것을 알게 되면 안 그래도 없는 힘이 더 빠진다. 즐겁거나 흥미를 느끼는 일에는 상대적으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다.   2020년 8월 10일은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된 지 100일 되는 날이다. 엊그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한 것 같은데 벌써 100일이다. 몇 년 동안 꾸준히 글을 써온 작가들에 비할 수 없지만 뭐든 잘 질려하는 내 성격을 생각하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짧다면 짧은 100일 간 글을 쓰며 나에게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신기하게도 무심히 지나쳤던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인다.

늘 지나가는 길과 마주치는 사람들, 애견샵에서 하루 종일 잠을 자는 강아지들까지. 자세히 들여다보니 다시 보인다. 여태 왜 몰랐을까 하는 것의 연속이다.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다. 업무에 관련된 메모를 제외하고 문득 스쳐가는 생각들을 기억하고 싶어 메모를 자주 하게 되었다.

글로 쓰면 좋을 것 같은 짧은 한 줄이 머릿속에 툭하고 스치면 휴대폰에 메모 어플을 켜고 적어두는 습관이 생겼다. 회사 업무에 도움이 된다. 회사에서 내가 브런치 작가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두 명이다.

입사동기인 친구와 이사님 한분이 있다.

업무와 관련된 메일을 보내거나 보고서를 쓸 일이 생기면 이사님이 조용히 나를 불러 문장을 다듬어 달라고 하신다.

부담이 되긴 하지만 내가 쓴 글을 꽤 마음에 들어하신다.

‘작가는 역시 다르구나’ 하고 칭찬까지 해주시면 몸들 바를 모르겠다. 예전에 비해 글이 조금 매끄러워졌음을 느낀다. 나에게 다양한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나는 화가 나면 0에서 10으로 확 올라가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인지하는 나의 감정은 크게 ‘즐겁다’와 ‘화난다’ 정도였다.

이런 감정이 글을 쓰면서 세분화되었다.

즐겁다면 어떻게 즐거운지, 얼마나 즐거운지, 왜 즐거운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도 이유를 찾아보고 배설하듯 주절주절 적어 본다.

한참을 적다 보면 불안, 분노, 질투, 짜증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불현듯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 대해 이제야 알아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소통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 게으름과 귀찮음과 불편의 이유로 그 흔한 SNS도 하지 않았다.

나의 일상이 공개적인 곳에 노출되는 것이 싫었다. 댓글을 다는 것에 인색했으며, 타인의 삶과 생각에 무관심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SNS를 시작했다.

이제는 관심 있는 사람들의 게시물에 슬쩍 하트도 누르고, 댓글도 몇 자 달아본다. 그리고 아무 의미 없는 게시물도 한 번씩 올려본다. 내 글에 달린 귀한 댓글에 답변을 다는 것도 재미있다.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기에 나 역시 잘 읽었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한다.

재미있다고 칭찬이라도 받으면 하루 종일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 잘 쓰고 못쓰고를 떠나 글을 쓴다는 것 자체는 무척 즐겁고 멋진 일이다.

이런 멋진 일을 내가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흥분을 감출 수 없다.

  글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근력운동을 통해 근육이 상처를 입고 재생하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것처럼 말이다. 근육의 재생을 위해서는 단백질이 꼭 필요하다.

글을 쓰는 나에게 단백질과 같은 것은 쓰는 즐거움, 그 자체다. 글 쓰는 것 자체가 즐거워야 한다.

적어도 나는 그래야만 오래오래 할 수 있다.   앞으로 200일, 300일을 지나 시간이 흐를수록 내 상체와 더불어 글에도 힘과 근육이 생기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지금처럼 즐겁게 오래 글을 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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