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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ffyeon Aug 21. 2022

8월 21일



요즘 나는 자꾸  나이가 27살인지 26살인지 헷갈린다. 내년의  모습이 어떨지 자주 생각해서 그런  같다. 자꾸만 내가 27살인 것만 같다. 고작   차이가 무슨 대수인가 싶지만. 27살이라 착각하다가 26살이라는  깨달으면  짧은 시간 동안 미래에서 과거로 넘어와 무언가가 바로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한 번도 사랑을 해본 적이 없다고 굳게 믿어왔던 a는 자신이 사랑을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내 청승맞은 이별을 모두 봐온 a는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질책하고 이해하지 못했다. 누군가를 그렇게나 원할 수 있어?라고 묻는 그에게 그런 적이 정말 없다고? 되물었다. 그랬던 a가 갑자기 이별한 애인이 보고 싶어 잠을 자지 못하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 그런 a의 모습은 난생처음 봤다. 우리가 친구가 된지도 10년이 넘었는데, 이 사람이 정말 누군가를 애타게 원하는 건 처음 봤다. 사람은 언제나 달라질 수 있구나. 변할 수 있구나. 사랑은 사람을 변하게 하나, 사람이 사랑을 변하게 만드는 건가.



우리는 우리가 살던 동네를 걸었다. a와 친해진 것도 내 청승맞은 사랑 때문이었다. 중학생 때 짝사랑하던 오빠가 있었고, 그 오빠의 친구가 a였다. 나는 내가 얼마나 그 오빠를 좋아하는지 알아줄 사람이 필요했고 a는 그에 맞는 사람이었다. a는 나를 처음 만나게 된 날을 아주 정확히 기억하고 있지만 나는 아무 기억도 나질 않는다. 인간관계가 매우 좁아진 나로서는 a와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는 게 종종 기시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성격도, 성향도, 취향도 아무것도 맞지 않는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 않기에 지금 함께 걷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서로를 서로의 모습 그대로 남겨 놓았다. 자기 멋대로 이해하려 하지 않아 틈이 생기지 않았고 오해도 없었다. 나는 그런 a와의 우정이 좋았다.



너는 20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갈 거야?


 질문을 듣자마자 바로 싫다고 했다. 나는 지금의 내가 좋다고 생각했다. 그때의 나는 너무나 불안정했다. 나는 불길한 감정과 매일같이 싸웠고 자주 졌다. a 바로 수긍했다.


너는 지금 많이 강해진  같아.


'나는 지금 그렇지 않지만'이라는 말이 생략된 것만 같은 a 연약한 대답을 듣고 생각했다. 강해졌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고통에 무감각해졌다는 뜻일까. 만약 그런 뜻이라면, 나는 내가 지금보다  강해질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조금은 연약해진 a 뒷모습이 이전보다는  사람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처음 만난 곳을 지나치고 있었다.



인류의 희망인  알았던 나는 코로나에 걸려버렸고 3 남짓 안 되는 방에서 작은 서큘레이터의 바람에 의존하면서 여름이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나는 지금 친구들과 속초에 있었어야 했는데. 이번 여름휴가는 코로나로 인해 아주 망해버렸다. 친구가 코로나에 걸려 부산 여행이 취소되고 그게 너무 아쉬워 친구들에게 생떼 부리며 어찌저찌 가기로  속초 여행도 취소되었다. 서울은 나를 놓아주지 않을 셈인  같다. 일상은 조금씩 복원되고 있었다. 절대 믿지 말겠다고 다짐했던 사람을 믿고 싶어 졌고 세상에서 가장 믿었던 사람은 이제 아무것도 모르겠는 사람이 되었다. 외롭다는 마음이 조금씩 커지고 있지만 그것에 지지 말자고 생각했다.




a에게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


그 사람이 더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도 그 어떤 것도 사라지지 않아.


사랑은 주는 사람의 것이라는 말이 있어.


그렇다면 어쩌면


우리는 영영 헤어지지 않을지도 몰라.



이 여름이 지나가면 a도 나도 살이 조금 붙었으면 좋겠다.


슬픔이 벗겨지고 절망이 노곤한 잠에 들면 또다시 여기서 만나서 변하지 않는 우리의 동네에서 걷고 걷자고.



나는 끝내  말을 하지 못했다.




20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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