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들.
침대에서 머리를 살짝 들면 벽에 걸린 시계가 보인다.
‘아, 11시 40분이구나.’
하고 생각이 멈춘다. 이상하다. 다음 문장이 머릿속에 떠올라야하는데 비어있다. 가령 ‘아 미친 열두시까진데 ㅅㅂ..’같은 거. 비어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나를 채웠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매일 만난 사람은 없었다. 매일 하루종일 같이 있었던 사람도 없었다. 회사도 다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갠플이고 나는 조직 속의 한 자리일 뿐이었다. 우리가 두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매일 만나 하루종일 함께 시간을 보냈구나.
매일 만나 밥만 먹은 것도 아니다. 매일 같이 만나서 내 생각을 말하고, 상대방의 생각을 들었다. 내 말로 너를 설득하기도 했고, 네 말이 나를 설득하기도 했다. 이렇게 수도 없이 상대방에 의해 내 생각을 수정하고 바꾼 적이 있던가. 이렇게 수도 없이 내 의견을 피력해본 적이 있던가. 우린 정말이지 많은 것을 나눴구나.
좌절했던 시간도 많았다. 내 의견이 쉽게 접힐 때, 네가 할말이 잔뜩 남은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내 의견을 받아들일 때. 더 잘하고 싶은데 그럴 여유도 능력도 안될 때. 그래서 널 실망시킬 때. 그런 시간만 모아서 생각해보자니 또 한없이 많았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지나며 우린 같이 해냈다. 나눌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나눴다. 오빠는 아쉽다고 했고 나도 그런 마음이 들었지만, 그 시간의 우리가 할 수 있는 나름의 최선이었겠지. 그래서 서로에게 고맙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안한 마음 투성이다. 이 잔여한 마음까지도 애틋하게 느껴진다.
페이스북 알람이 몇 개 떠있다. 우리가 같이 만든 페이지에 어떤 사람이 좋아요를 눌렀다. 우리가 같이 해낸 결과가 여기 남아있다. 그냥 두달 함께 한 것도 아니고, '해냈'다. 살다가 어딘가에서 놉이나, 먼찌나, 토달담이나, 필터나, 지글을 마주치게 된다면 입이 근질거리겠지. 내가 저걸 해낸 사람들과 같이 있었다고 자랑하고 싶을 것 같다.
돌이켜보면 모든 팀이 사람에 대해 고민했다.
이해없는 선의로 상처받을 사람, 자기도 모르게 이해없는 선의를 휘두를 사람.
스스로의 찌질함 때문에 위축되고 고민할 사람.
거대한 회사 조직, 더 거대한 자본주의 구조 속에서 '직업적 쓰레기'로 치부돼버리는 사람.
정책의 미비함 때문에 원치않는 피해를 끼치는 사람, 그래서 미안해하는 사람.
디지털 시대에 독자에게 정보를 더 쉽게 전달하고 싶어하는 사람.
오지라퍼, 찌질이, 기레기, 흡연자, 기자. 결국 사람, 사람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한 두 달이었어요. 비가 와서 감성에 MGS가 좀 들어갔을 수도 있지만, 진심으로 좋아했습니다. 사실 모든 사람들의 팬이었어. 제가 좀 더 넉넉했다면 더 많이 얘기 나눌 수 있었을텐데. 뒤늦은 변명이지만 사실 더 친해지고 싶었어... 언제든 좋으니 봅시다아아...
정리하는 글을 써보려 시작했지만, 마침표가 아닌 걸로 끝내고 싶어,,,, 다들 또 보자요, 꼬오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