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사실 쉬고 싶은데요, 하나님?"
| 생후 340개월 |
야, 고거 밖에 안 됐어?
쫌 많이 애기라 충격적인데?
슬: 요즘이요? 어… 사회인으로 살죠. 웃겨요. 저는 선생님이자 학생이거든요. 그 위치와 역할이 스스로 혼자 재밌어요. 낮에는 가르치는 선생님인데 집 가면 대학원생, 학생인 거야. 그 두 가지 인생을 같이 살고 있으니까. 재밌는데…
사실 사춘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니, 이거는 중학교때 겪었어야하는 자아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삶에 대한 고민인데. 물론 그때랑은 다르겠지만. 지금 와서 '인생이란.. 나란 누구인가..'를 엄청 생각했던 1~2년이었어. 대따 힘들었지만, 돌이켜보면 재밌었다.
따: 뭐가 재밌고 뭐가 힘들었어?
슬: 힘든 건,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지 않았던 나의 모습들? 나는 고분고분 살았지. 성실하게 어려움도 없이. 어려움이라 해봤자 그냥 "아이코" 정도 하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이었지. 근데 요즘 겪으면서 생각한 건, 이전 삶은 내가 다 핸들링이 가능했구나, 공부든 인간관계든. 좀 흔들려도 내가 다잡으면 되는 것들이었어. 근데 이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구나'를 깨닫게 되면서, 그걸 인정해야되니까 힘들었던 거 같아. 진작 깨달았어야하는데 이 나이 먹고 깨달은 거지.
따: 공부, 인간 관계, 뭐가 제일 핸들링이 안 됐어?
슬: 음... 어떤 하나라기 보단 불확실성 그 자체였던 것 같아. 예를 들면, 진짜 이직이 너무 고민이 돼. 어디로 어떻게 갈지는 사실 모르잖아 찾아봐도. 어떤 길이 열릴지도 모르는 불확실성을 내가 통제하기엔 한계가 있는 거지. 결혼도 마찬가지야. 이 사람이랑 어떻게 살지는 내가 다 예측해놓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선택하겠다" 결정하고 나면, 그 이후는 내가 감당하기로 선택하는 거잖아. 핸들링이 안 된다는 건 불확실성 그 자체.
그리고 이런 혼란 속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다 보이는 거야. 지금 만나는 사람도 힘든 시기가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자기 일을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이야. 그럼 그 사람은 직업인으로서도 행복과 만족감을 느끼면서 사는데, 나는 직장을 갔다오면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니까.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질투나 부러움도 느끼고. '나도 잘 살고 싶은데'하는 마음이 들었지. 일을 즐기고 사랑하면서.
그리고 슬슬 스스로도 배부르고 등 따시니까, 예전엔 작은 것에도 행복해했는데, 지금은 약간 'ㄱ..고작.. 이게 행복한 거야?' 하게 되고.
그렇다고 내가 노력을 안 하고 사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살잖아? 근데 약간 의미없는 열심으로 살고 싶지는 않다. 그럼 의미 있는 열심은 무엇일까~요?
따: 의미있는 열심은 무엇이었어?
슬: 나에게 의미있는 열심은.. 나는 신앙인이라 인생 전반에 깔려있어서 예수님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나는 예수님을 믿으니, 하나님이 나를 만드셨다는 거 자체를 믿으니까, 그럼 누구든 목적있게 만드셨을 거 아냐? 그럼 나는 그 목적대로 살고 싶은 게 내 인생의 의미인 거야. 나를 만드신 목적을 찾아가며 사는 게, 의미있는 열심이지.
근데 그렇다고 예수님이 '너 그렇게 살면 된단다-'하고 말해주진 않잖아? 그냥 항상 인도해주시는 걸 따라가야하는데, 내 머리가 커지니까, 내 생각이 커지는 거지. '말씀하시는 게 이게 맞나요? 이러면 왜 안되나요?'이런 것도 생겼던 것 같아. 크게 신앙이 흔들렸다기보단, 그냥 내가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그런 어려움이 생겼었어.
그리고 실질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게, 어쨌든 나는 지금 기독학교의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을 키우는 일을 하잖아. 나는 누군가에게 항상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 특히 아이들한테 심리적 정신적으로. 근데 내가 지치니까 나를 너무 챙기고 싶은 거야. 당장 나를 챙기지 않고는 못 버티겠으니까, 돌봄을 덜 하게 된다는 느낌 자체가 괴로운 거지. 물론 특별히 덜 한 것도 없지만.
어쨌든 나를 쏟아서 하고 싶은 일이었는데, 그걸 놓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거든. 근데 그 와중에도 교사로서의 비전을 붙잡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크니까 부담되고 책임감이 너무 커졌어. 그런 게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
그래서 좀 밸런스 있는 삶을 찾는 게 지금의 숙제야. 너무 일에만 몰두하고 싶지도 않고. 일을 위한 일을 하는 것도 싫고. 결국 내가 채워져야 누군가에게 줄 수도 있는 거잖아.
따: 한 단어로 퉁치는 건 아니지만, 흔히 말하는 번아웃이 심하게 왔던 걸까?.
슬: 맞아 맞아. 그게 왔어. 번아웃이 왔는데 쉴 수가 없는 거지. 그래서 잘 참고...? 방학이 되었다~! 방금도 일 전화가 와서 인터뷰 멈췄지만, 그래도 이전보단 낫다ㅋㅋㅋㅋ 널 만나니까 내 인생이 재밌다고 느껴지네, 그 전까지는 답답하기만 했거든ㅋㅋㅋㅋ
슬: 나는 기독 학교에서 예수님의 세계관을 담아서 사회 과목을 가르치고 있어. 물론 그것 말고도 교내의 여러가지일을 아주 많이 하고 있지만 ^___^
따: 그 일은 어떻게 하게 됐어?
나는 중학교때부터 교육자가 되고 싶었지. 근데 교사가 되고 싶진 않았어. 그럼 교대를 갔겠지? 근데 난 교대는 생각만 해도 숨이 막혔어. '으억, 교대 재미없어. 노잼' 이런 느낌? '선생님'이라는 틀안에 꽉 막힌 느낌. 그 안에 나를 가두고 싶지가 않았어. 사실은 국제기구 같은 데에 가서 교육 제도 담당하면서 소외된 사람한테 교육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 아프리카나 이렇게 전세계로 확장될 수도 있고.
그래서 교육자의 꿈을 꾸고, 국제교육 쪽으로 가려고, 대학도 국제교육이랑 상담심리 전공했지. 나는 학문적인 걸 '티칭'하는 거에 관심이 없었고, 그냥 애들 얘기 들어주고 마음 아픈 거 옆에 있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가지고.
그러다 대학교(*역시 미션스쿨)에서 ‘기독교 대안학교’ 교사가 될 수 있는 트랙이 생긴거야. 미국 ACSI라는 재단에서 기독교사 자격증을 준다는 거. "오, 그래?" 그래서 했어. 나는 하나님의 시선을 담아서 티칭하는 게 중요한 사람이니까, 잘 맞겠다 싶어서 열심히 했지.
그리고 이 학교를 알게 됐어. 소수의 인력이 모여서 빡세게 일하는, 거의 스타트업 같은 학교야. 근데 학비가 좀 되니까, 학교에 기대감이 커. 그럼 우리는... 월급과 상관 없이 사명감이 투철해야하는 거지(..)
암튼 취업 전에 진짜 고민이 많았어. 그때는 아침에 눈 뜨는 게 무섭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어. '이게 맞나' 하는 불확실성 때문에. 그렇게 고민하다가 감사하게도 취직이 됐지. 그래도 이 일을 하면 하나님이 '착하고 충성된 나의 자녀야, 잘했어'하고 칭찬해주실 거 같았어. 그냥 그런 마음이 탁- 들었어. 그래서 해야겠다 생각했지.
그리고 나서 말씀을 읽다보니까, 그... 모세가 있고 모세 형아가 있어.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내 뜻을 행하렴“하셨는데, 모세가 “흐잉 전 말도 못하고 형 시켜요~~” 햇더니 하나님이 “모세야 너의 힘으로 말하는게 아니야. 내가 너가 마땅히 할 말을 가르쳐줄거야~ 걱정말고 나 믿고 행하렴” 하시거든, 나도 그런 초심이 있었지
따: 멋진 걸?
슬: 근데 지금은 세계관이 잘 담기는지 모르겠어. "일단 검정고시 보자, 얘들아. 진도 나가야 돼~"하고 있어ㅋㅋㅋㅋ 물론 모두 고군분투 하지만.
따: 세계관도 현실 세계에서 자리해야 하니까ㅎㅋ...
따: 그 일을 하면서 제일 행복한 순간은 언제야?
슬: 애들의 순수한 모습을 볼 때. 그냥, 애들은 종이접기 하나만 보고도 꺄르르꺄르르 웃어. 엄청 귀엽긴 하거든?
따: ㅋㅋㅋㅋ귀엽'긴 하'다..라.. 많은 게 담겨있는데?
슬: 그래도 진짜 귀여워. 나는 찌들어서 "ACAC"하면서 살아도, 애들은 순수하게 살아. 천국을 갈 때, 어린 아이같은 자가 천국에 올 수 있다고 하셨어. 그게 대단한 게 아냐.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잘 나지 않아도, "아유~ 하나님 사랑해요 ><~!" 하는 마음. 애들을 보면 그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은 거야. 그냥 순수하게 옆 사람 한 번 더 사랑하고, 그런 게 인간의 진짜 순수함인데.
어쨌든 장황하지만 애들이 순수한 거 볼 때 좋다 이거야~!
그리고 내가 도움이 됐을 때 행복하지. 생각해보면 요즘 힘들었던 이유는, 내가 도움이 안 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되게 오랫동안 들었기 때문인 것 같아. 학교에서는 막 부단히 열심히 하는데, 격려를 못 받았어. 근데 격려의 말을 못 받고 내가 계속 빵꾸내는 사람처럼 되니까. 그게 지속됐거든. 근데 나도 내 자존심이 있으니까, '아 그래라, 뭐 난 이런 사람인데 어쩌겠어~' 할 정도는 아직 안 됐던 거 같아.
빵꾸를 내도, 그냥 피드백을 주면 되는데, 말을 세게 받으면, 물론 마음이야 그때조차 내가 힘을 빡 주고 더 극복하고 싶어. 근데 정말 힘을 못 내겠는 거야. 그런 상황이 있었어. 그렇게 너무 힘들었는데...
어떤 남자애가 편지를 써줬어. '선생님 너무 감사하다. 사실 전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는 거야. 내가 볼 땐 엄마랑 되게 좋아보였거든. 근데 심지어 '가족들한테도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는 거 같다. 근데 선생님을 통해서 하나님의 사랑을 간접적으로 받아본 거 같다.' 이렇게 편지를 쓴 거야. 그때도 주변 사람들은 "너 왜 00이도 못 챙기고" 막 그랬거든. 근데 남들이 보기엔 그래도 애가 그렇게 말해준다면, 이건 이 아이도 알고 하나님도 아시겠지 싶었어. 그럴 때 행복하지. 힘이 나오기도 하고.
따: 맞아, 나도 그럴 때 행복하고 또 힘든 것 같아.
슬: 그래서 어떻게 보면... 나는 순수하게 살기로 작정한 사람인 것 같아. 진짜 순수하다기 보단. 적어도 인간으로서의 흔들리지 않는 중심은 작정하고 지키며 살자. 내 배만 채우는 거 말고. 근데 막 예전에는 (뮤지컬 톤) 우리 아프리카 친구들에게도~ 사랑을 나눠야~ (급 멈춤) 근데 지금은 됐고! 일단 옆 사람이나 잘 챙기자.
슬: 이 일이 귀한 일이다.
따: 너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슬: 깜냥을 더 키워야겠다.
따: 대체 얼마나 더 키우려고.
아까 모세 얘기처럼 분명히 초심이 있었는데, 일이 너무 빡세서 스스로가 사라지니까, 내가 이렇게 살아야하나 싶은 거야. 그래서 "전 사실 쉬고 싶은데요, 하나님?"한 거지. 그 마음이 얼마나 스스로 괴로워.
근데 그러다, 그냥, '아, 나도 한계가 있는 사람이구나'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
항상 자소서 쓸 때도, "애들이 힘들 때마다 옆에 있어주고" 이렇게 썼는데. 근데 이번 학기에 "너 애가 힘들 때 옆에 있어줬냐"는 얘기를 들었어. 누군가의 기준엔 못 미쳤나봐.
따: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너한테 그런 소릴 한다고?
슬: 뭔가, 한 아이 한 아이 모든 곳을 다 따라가야 했던 거 같은데 난 그러진 못했거든(ex.콩쿨.....(?)) 근데 솔직히 나도 나를 챙기고 싶은 마음이 큰 건 사실이었어. 그래서 그들이 말하는 돌봄의 방식은 나와는 조금 다르다. 나는 거기까지는 못 하겠다. 누가 이렇게 하라고 시켜서 아이한테 사랑을 줘야하는 건 아니잖아? 나의 자발적 사랑이 있어야 하는 건데. 그래야 그 아이한테도 진정으로 가닿는 거잖아.
그래서 일을 하면서 느낀 거는, 난 물론 사랑과 정이 많지만, 나도 나를 챙기고 싶은 사람이고, 또 챙겨야만 한다는 것도 알았고.
그리고 내가 원래부터 갈등을 싫어했는데, 일해보니까 갈등을 지인-짜 싫어하더라고. 애들한테 단호할때는 "안돼." 해야하잖아. 아이가 그 순간 나를 조금 싫어하게 되더라도? 근데 난 그게 싫어서 좋게만 말하려고 했는데, 아니더라고.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필요하겠구나 싶었어.
따: 부드러운 카리스마?
슬: 그냥 내가 무서워서 하게 되는 거 말고, 얘가 들어도 선생님 말이 맞으니까 하게 돼야 하는 거지. 그렇게 하는 게 부드러운 카리스마 같더라고. 예전에는 내가 되고 싶은 선생님 상이 그냥 옆에서 막 따뜻하고 다 받아주고 이런 건 줄 알았는데 그게 다가 아니구나.
따: 정말 육아가 쉬운 게 아녀.
슬: 진짜 느껴. 세상의 엄마가 대단하다. 아, 그리고 난 사람의 영향을 정말 많이 받는다는 것도 느꼈어.
저번에 급식실 조리사님이 갑자기 안 계시는 날이 있었어. 선생님들이 갑자기 투입돼서 그 일을 대신 해야 했거든. 100인분 설거지하고. 근데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하니까, 엄청 힘든 일도 재밌는 거야. 그니까 나는 일 자체보다도 어떤 사람하고 뭘 하는 게 중요하구나- 싶었어.
느끼는 게 많죠? 약간 이제 기저귀 떼는 느낌이야.
슬: 그걸 찾아가는 게 근래의 일이었어. 원래는 피아노를 쳤고, 요즘은 첼로를 하지. 원래 악기를 좋아했으니까. 근데.. "일 안 할 땐 뭐 하세요?" 질문 받으면, "저는 첼로, 피아노 하고, 책 읽어요" 하고 싶거든? 근데 사실 책은 너무 졸려요. 어렸을 때 많이 읽어놓을 걸.
그리고 원래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했으니까 그림 그리는데, 이제는 막 이젤 피고 그런 거 말고, 물에 강한 펜으로 귀엽게 그린 다음에 수채화 칠하는 류를 많이 그려. 아니면 색연필 드로잉 같은 걸로 엽서 만들어주고. 그리고 노천 카페에 앉아서 보이는 풍경을 그리는 게 너무 하고 싶더라고.
따: 히이익 멋짐 과다라 호흡곤란 올 거 같아여.
슬: 그게 내 꿈이야ㅋㅋㅋㅋ 아직 그렇게 밖에서는 못 하겠어. 그래서 클래스 101에 강좌 신청해서... 이제 한 4강 들었나?ㅋㅋㅋㅋ 뭐 그런 거.
요즘에는 내 공간을 어떻게 채울지도 관심 많이 가. 난 공간이 되게 중요한 사람이더라고. 아직 부모님이랑 사니까, 내 방 꾸미는 거, 테이블 보나 이런 소소한 것들.
사실 운동도 넣고 싶은데... 안 한지 오래됐어. 24번 중에 (의미심장..) 11번 갔어. 원래 27살 안으로 11자 복근 만들기가 목표였는데 글러먹은 것 같아.
따: 많이 갔는뎈ㅋㅋㅋㅋ? 아기자기하게 너무 잘, 열심히 사네.
슬: 살려고 노력 중이야ㅋㅋㅋㅋ 근데 내가 은근히 맺고 끊는 걸 못하더라고. 그래서 놀면서도 대학원 숙제나 일이 머릿 속에서 계속 돌아가더라고.
따: 요즘은 좀 분리가 돼?
슬: 굉장히 노력하고 있지. 왜냐면 그러면 일만 질질 끌어지더라고. 딱히 뭘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차라리 할 때 빡 집중하고, 딱 내 시간 갖고. 좀 그렇게 멋있게 살고 싶더라고. 똑부러지게.
그래도 사실 할 건 다 했어. 연애도 하고, 대학원도 다니고, 면허도 따고.
따: ... 너무... 대단해... 광기 어린 눈으로 할건 다 했다고 하는 너... 무서워...
슬: 피아노는 거의 7살 때부터 쳤지. 중학교 때까지 레슨 받고 그 이후는 레슨은 안 받았어.
따: 그러니까. 우리 어릴 때 다 쳤잖아. 근데 나도 입시하면서 레슨 관두니까 뭔가 끝낸 느낌이었어. 그... 어디 가서 피아노 칠 기회 있으면, 맨날 레슨 마지막에 외웠던 곡만 치고ㅋㅋㅋㅋ 10년 째 드뷔시 달빛 우려먹는 중.
슬: 맞아, 나도 그래ㅋㅋㅋㅋ 그래서 아쉬워. 근데 나는 사실 찬양을 많이 쳐서. 레슨 끝날 때 쯤 쳤던 명곡집. 이런 거 치거나.
아, 난 요즘은... '소마트리오'라고 첼로, 바이올린, 피아노 같이 하는 앙상블 팀이 있어. 찬양팀. 찬양으로 자기네들이 편곡해서 삼중주가 나와. 그 악보 사서 쳐. MR 틀어놓고. 그럼 바이올린 첼로는 나오잖아? 거기 맞춰서 피아노 치면 재밌더라고. 첼로도 거기 맞춰서 첼로 하고. MR과 빚어내는 하모니.
슬: 내 꿈은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 들어가보는 거야. 나는 오케스트라 같은 걸 하고 싶어. 합창도 괜찮고. 아무튼 여럿이서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걸.
따: 혼자 치는 것보다 합 맞추는 게 더 좋아?
슬: 응, 합을 맞추는 게 좋아. 그래서 나는 컴퓨터랑은 일 못할 것 같아. 물론 지금은 역설적으로 '에이씨, 이러느니 컴퓨터랑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이 들 때가 많이 있지만. 이놈의 인간(나)이란 존재 힘들어 죽겠어. 이랬다가 저랬다가.
사실 나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근데 한동안은 의욕이 안 나서 당장 하고 싶은 게 아무것도 없는 거야. 그럼 가만히 쉬면 되잖아? 근데 원래 하고 싶은 게 많은 내 모습을 내가 아니까, 무기력한 내 상태가 또 화가 나는 거야. 막 너무 짜증이 나는 거야. 데이트를 해도 원래는 '여기도 가고 싶고, 저기도 가고 싶고' 이랬는데, 어딜 가고 싶은지 모르겠는 거야. 그래서 그걸 좀 부단히 깨려고, 일부러 애쓰고 있어. 일부러 더 그림도 그리려고 해보고.
따: 그렇게 애쓰고 나면 좀 나아? 아니면 그냥 쉴걸 싶어?
슬: 반반인데... 헛되진 않았다. 안주하진 않았구나 싶어서. 괜찮은 것 같아. 씁... 이젠 꽃꽂이를 배워볼까나아~? 내가 보기보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더라고.
따: 선생님, 그렇게 영혼 없는 눈으로 꽃 얘기하는 사람 첨 봐요...영혼 없다는 얘기 많이 들으시나요?
슬: 어? 어! 나 대학교 때부터 들었어. 가끔. 약간 나는 영혼 있거든. 영혼 있는데, 이 누나 너무 영혼없네 하는 거야. 왜 없는진 아직 잘 모르겠어. 근데 잘 이해가 안 돼. 원래 내 리액션이 굉장히 강했나 싶기도 하고.
따: 습관적으로 리액션할 때 없어?
슬: 있지 ㅋㅋㅋㅋ 있어. 근데 그게 속으로 딴 생각하면서, '리액션 해줘야지' 이런 건 아냐! 그냥 무릎 치면 다리 나가듯이. 그런 내제된 반응인데... 마음이 없는 건 아냐. 근데 딱딱하게 반응하면 미안하잖아.
따: 배려가 몸에 배인 거지, 뭐.
슬: 덕질은 아니지만 꾸준한 분야는, 첼로, 피아노, 그림, ㄱ리고 유재석..? ㅋㅋㅋㅋㅋ 존경하지. 근데 나는 어렸을 때부터 그런 게, 아이돌에 빠져보거나 미친듯이 모아본다거나 그런 게 없었어가지고. 가늘고 길게 계속. 죽을 때까지. 할머니 될 때까지 그림 그리는 게 꿈이에요.
따: 디즈니 좋아하지 않았나?
슬: 그럼~ 디즈니 채널. 아이러브 힐러리 덕후였지. 맞다. 또 하나에 빠지면 엄청 좋아하네.
따: 그건 뭐가 좋았어?
슬: 너무 유치하지 않아서 좋았어. 디지몬 친구들 이런 것 보다는. (미안 디지몬~ 포켓몬스터는 봤어ㅎㅎ) 나는 그 teenager 시트콤. 그런 걸 좀 좋아했어. 미국 사람들 특유의 재치, 말로 재치있게 하는 거, 그게 재밌었나봐. 개콘 같은 인위적인 웃김을 별로 안 좋아했고. 톡톡 튀는 말 하는 게 재밌더라고.
따: 맞아 너도 말 재밌게해.
슬: 어렸을 때 부터 그런 게 좋았어. 디카로 TV를 찍었어ㅋㅋㅋㅋ 힐러리 더프 TV에 나오면ㅋㅋㅋㅋ 아, 나 카페도 했었어. 디즈니 팬클럽 카페. 덕질하는 카페가 있었어. 내가 거기 부회장인가?까지 올랐던 기억이 있어. 딱히 열심히 하지 않았거든, 나는..? 근데 부회장이 돼있더라고. 중학교 때 내 닉네임이 디즈니 팬이었지.
슬: 언빌리버블. 말도 안돼. 이런 느낌이 크긴 한데. 두 가지의 마음 공존하는 것 같아. 1.말도 안됨 2.그렇구나~ 잘 살자~
그냥 좀 책임감이 커지는 느낌이야. 앞이 3이 된다는 거에 대해서. 2는 좀 더 철 없이 살 수 있는데! 난 철 없이 살기로 작정한지 얼마 안 됐는데 3이라니.
따: 됐어. 40되면 책임감 가지자.
슬: 윽. 근데 난 또 막 너무 나이 들게 살고 싶지 않으면서도, 요즘 젊은이들이라는 말을 듣고 싶지는 않아. 내 스스로에 대한 기준? 내가 갖고 있는 나에 대한 기대감? 같은 게 있나봐. 그래도 생각있게 사는, 진중한 청년이고 싶어. 사실 그러니까 철 없이 살고 싶다는 말도 할 수 있는 건데, 진짜 철 없이 살고 있으면 못 할 거 아냐?ㅋㅋㅋㅋ
따: “요즘 젊은이들”은 뭔데?
슬: 뭔가.. MZ..? 자기만 생각하는 거 같은 느낌이 들거든. (꼰대입니까?) 난 중간인 거 같아. ‘나’를 지키는 게 제 1의 가치같은 느낌이 있긴 한데...
그래도 인생은 밸런스다. 엄마가 어렸을 때부터 균형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셨지.
따: 아. 진짜 정신없다. 너.
*다시 보니, 나를 중심에 두는 것과 남들을 생각하는 것 사이의 밸런스를 얘기한 것 같네요. 기빨려서 정신없다고 해서 미안합니다ㅋㅋㅋㅋ
슬: 지금 이게 딱 내상태야. 오만가지 생각이 하루에도 실타래처럼 생각이 들다가. 나는 게을러터져서 오만가지 생각만 하고 있네 싶고.
따: 게으른 게 아니라 바쁜 거야!
슬: 아냐 게을러
따: 바빠
슬: ㅋㅋㅋㅋ바쁘긴 해. 어제 내가 학교 일 때문에 새벽 세시에 일어나서 하루를 살았거든. 그리고 깨달았지. 나는 그렇게 24시간을 48시간처럼 살고 싶은 사람은 아니구나. 어떤 선생님은 '하루에 4시간 이상 잠이 와? 너무 아깝지 않아? 일을 이렇게 앞두고 잠이 와?'하시던데. 저는 일곱시간은 자고 싶습니다. 일곱시간 잔 지가 언젠지.
따: 그러게, 넌 잠이 중요한 사람이었던 거 같은데. 숙면이 에너지의 원천이었어.
슬: 맞아. 난 잠 못자면 승질나거든. 성질이 아니라 씅질이 나! 수면욕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라구!
슬: 그래도 알찼던 것 같아요. 응. 허투루 지나간 나잇대는 없었구나. 어? 감사하다, 생각해보니. 대학생 때도 너무 행복했고. 대학교는 5년을 다녔는데도 '한 학기만 더 다니게 해주세요'했어. 졸업이 아쉬울만큼 학교가 좋았고. 그렇게 코스모스 졸업을 했는데, 막 학기가 취업의 시기였거든? 말한 것 처럼 그때 불안하긴 했지만, 필요한 시간이었고.
직장도 마찬가지고... 열 받을 때도 많았지만. 새로운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나는 마냥 착하고 바르고 모범적인 아이로 살고 싶었던 것 같은데, 아니더라고. 나의 승질과 모든 걸 낱낱이 보면서 받아들이고 느끼는 것도 많고. 내가 약간 정의로운 모험가가 있어가지고. 정의롭지 않을 때는 '저기요~'하면서 잘 얘기하면 되는 것도 알았고. 앞으론 논리력을 키워서 더 잘 말해야지+_+!
암튼, 20대는 알찼다.
따: 고생했다.
슬: 선물 같은 시간이었지.
슬: 학교 재밌다? 근데, 지금 돌아보니까 재밌는 거지. 처음엔 조금 힘들기도 했어. 나는 기숙사 살았기 때문에, 들어가자마자 공동체에 깊숙이 들어간 거야. 그러니까 룸메부터 해서 모르는 사람이랑 계속 살아야 했거든. 그때 13학번 새내기 열명을 묶어줬는데 기가 엄청 센 사람들인거야. 그 사이에서는 내가 막 톡톡튀지 않더라고. 그때, '나도 어느 공동체에 들어가서 주눅들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어. 그 전까지는 알게 모르게 약간 리더십이 있는 역할을 했던 거지. 반장도 하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야, 이거하자, 저거하자"하는 스타일이었더라고. 그래서 주눅드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지.
그리고 내가 생각보다 독립심이 있구나. 엄마, 아빠는 막 나 떠나보내고 힘들어하는데, 난 알아서 사람들이랑 재밌게 지내더라고. 시내로 놀러도 많이 다니고. 진로 고민도 스스로 많이 하고.
따: 10,20대 부러웠던 사람이나 사람의 특징 있어?
슬: 막 딱 생각은 안 나는데, 그나마 꼽자면 '넉넉한 사람'? 능력이 좋은 것 보다는, 좀 덜 스트레스 받고,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넉넉하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 내가 유해보이지만 엄청 예민한 게 있어. 그러니까 스트레스도 많고, 자기를 쪼는 것도 있고. 감정 기복도 심하고.
그래서 감정기복이 덜한, 무던한 사람. 넉넉하게 무언가를 해내는 사람. 그래서 유재석이 좋은가봐. 할말 못 하고 사는 것도 아니고. 그 사람 기분 나쁘지 않게 얘기할 것도 잘 하고, 하잖아. 잘 견디고, 자기 관리도 잘 하고. 부러워.
따: 20대 때 너한테 가장 큰 결핍은 뭐였던 거 같아?
슬: 초반에는 어떤 인간관계, 인간관계가 점점 좁혀지는 건데, 좁고 깊어지는 건데, 끊긴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내가 이렇게 인간관계가 없는 사람이었나?'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었어. 예전에는 내가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와줬어. 그래서 온 사람들이랑 친해지고. 그랬는데, 대학이라는 조금 큰 사회에 가니까 내가 노력해야하는 부분도 있더라고. 그런 게 약간, 감사하고 당연한 게 아니라, 내가 사랑과 인정을 못 받을 수도 있구나. 이런 것들. 누가 들으면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따: 네가 느낀 건데 누가 뭐라 해.
슬: 그러다보니까 외로움도 느껴본 거지. 주변에 사람이 있어도 외로운 거야. 그런 날 보면서 '인간 참 신기한 존재야' 하면서, 그때는 가서 기도를 했지. 나를 예배의 자리로 불러주셔서 가면, 또 감사하게 어떤 채워짐이 있었어.
따: 외로울 때 했던 기도는 주로 어떤 내용이었어?
슬: "하나님, 내가 문제가 있나요?"하고 여쭤보다 보면, 나한테 주시는 말씀은, '나를 봐. 네가 시선이 그쪽으로 가있으니까 외로움만 보이는 거지'였던 것 같아. 시선을 돌리니까 그게 결핍으로 느껴지지 않더라고. 고개 돌려보면 오히려 감사한 것들이 많더라고. 그래서 "아, 하나님. 전 연약해서 자꾸 저쪽으로 갈 때가 많은데, 제 중심을 이쪽으로 잘 잡게 해주세요" 하면서 마음을 다잡았지.
...그렇게 기특한 엄마의 눈으로 볼 거야?
따: ㅋㅋㅋㅋ그럼 이제 그 결핍은 채운 거 같아?
슬: 근데 그건 평생 숙제인 것 같아. 바로 바로 채워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외로움의 양상이 변하는 거지. 외로움이라는 것 자체는 막 변할 것 같진 않아. 다만, 기도를 하니까 기도의 깊이가 달라지긴 해. 그러면서 더 탄탄해지겠지. 그게 바라는 바고.
아, 그리고 내 전문성에 대한 결핍이 컸어. 교사면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딱 갖고, 교과목에 대한 전문성을 탄탄하게 가지고 가르칠 수 있어야 하잖아? 근데 아직 하루하루 허덕이면서 하는 느낌이야. 뭔가 탄탄하게 가진 교사로서의 역량이 없는 거 같은?
그래서 무서운 거야. 이 학교에서는 나한테 이것도 시키고 저것도 시키거든. 시키면 다 잘한다 잘한다해서.. 근데 내가 이걸 그만두고 밖에 나갔을 때 나를 써줄까? 이런 생각이 드는 거야. 주변에서야 '야, 너 정도면!' 하지만, 내가 내 스스로를 인정 안 하면 소용이 없더라고. 난 역사 잘 모르는데 역사도 가르쳐야하고, 그런 것들. 그래서 아직 배울 게 많아. 잇시, 사회 과목 선택해서 너무 영역이 많아. 다재다능해야해. 암튼, 그런 전문성을 이제 좀 더 채우고 싶다
따: 그래서 대학원도 간 거구나.
슬: 그치
따: 앞으로는 어떻게 채우면서 살아갈 거 같아?
슬: 어떻게 할지를 구체적으로는 모르겠지만, 결핍을 아는 거 자체도 감사한 거잖아. 그래야 뭘 채워야될지 눈에 보이니까. 알았으면 행해야지. 그게 인생의 그거야. 말로 했으면 행동으로 해야 그게 한 거야. 외로워서 기도하고 이러지 말고 진짜 '해야' 해. 전문성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 내일부터라도 인강을 듣던가. 이번 방학부터는 EBS 인강이라도 들으려고. 안 하면 내가 힘들어.
수업이 잘 됐을 때 엄청 뿌듯하거든. 이야 기분 너무 좋다. 맞아. 해야지. 하세요.
따: 그래도 1년 차 생각해보면, 그때 보다 낫지 않아?
슬: 음, 그때는 에너지도 있고,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배우려고 했던 것 같아. 그런 면에선 오히려 1년차때 빡셌지만 열심히 한 것 같기도 하고.
따: 지속가능성을 생각하게 되는 시기가 온 게 아닐까?
슬: 맞아, 맞아. 사랑하는 것도 뜨거우면 불타죽는다고.
따: 맞아, 일도 연애 같은 게 있잖아.
슬: 그래 죽겠더라고. 뭐다? 인생은 균형이다.
따: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슬: 와 그거는 사실 물음표야. 그게 요즘 가장 기도하는 부분이야. 판단이 잘 안 서서. 교육이라는 걸 놓고 싶지는 않거든. 근데 교사로 평생 살지는 모르겠어. 아니면 첫 꿈, 기구나 이런 데 들어가서 제도를 고민하는 사람. 그런 데 까지도 가보고 싶지, 아직.
영역을 확장하는 거니까. 교사는 내 옆 사람들을 디테일하고 직접적으로 챙기는 거잖아. 근데 더 많은 영역의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은 게 있었어. 물론 그렇게 되면 지금 애들을 케어하는 것처럼, 그들의 인생까지 하나하나 케어는 못 하겠지만. 더 기회가 없는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 있다는 걸 아니까.
근데 그런 큰 제도를 고민하려면, 교사를 안 해보고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했었어. 현장에서 애들을 티칭해보지도 않고, 실제 가정을 보지도 않고, 뭔가 제도적으로만, 멋있게 다 아는 것처럼은 못하겠다 싶었어. 그래서 현장 경험을 먼저 하게 된 게 엄청 감사했지. 국회의원 싫은 거랑 비슷한 거 같아. 그냥 마냥 상류사회에서 살다가 알지도 못하면서 정책이 이러쿵 저러쿵, 그렇게 살진 말아야지.
따: 20대의 장소를 하나 꼽으라면 어디야?
슬: 포항. 한동캠퍼스에서 막, 되게 바빴거든. 항상 모임이 있었어. 그 모임들 열심히 다니고 있는 나의 모습. 하하호호 사람들하고 더불어서 밥 먹고. 아니면 혼자 밥 먹거나 혼자 도서관에 있는 것도 좋아했거든. 그런 모습? 왁- 했다가도 혼자 기도실 가거나, 이 두 가지의 나의 모습들이 다 좋았네.
따: 10,20대 중 돌아가서 바꾸고 싶은 하루. 눈 딱 떴을때 그날 아침인 거야. 그래서 그날의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하루가 있다면?
슬: 오, 난 생각보다 없는 것 같아. 지금 살짝 고민된 건. 그 때 한번 00이를 만나볼까란 생각이... 근데 그때 그 사람 만났으면 지금 만나는 사람을 못 만났을 거 같아. 어쨌든 그냥~~ 그때 한번 갈아탈 걸 그랬나?
따: 야ㅋㅋㅋㅋㅋ 니 대답 제일 재밌다.
슬: 사실 그때, 3학년이 나의 전성기였어.
따: ㅋㅋㅋㅋㅋㅋㅋ얼씨구
따: 돌아가서 다시 살고 싶은 하루. 눈 딱 떴을때 그날 아침인 거야. 그래서 그 날을 다시 즐기고 싶은 하루가 있다면?
슬: 그냥, 대학교 3학년 어떤 날. 그때가 재밌었나봐. 언니, 오빠랑 바다 가서 놀았을 때. 재밌었어.
따: 스무살의 너를 지금 만나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슬: (고민고민, 잘 말해줘야 하는데...) 음.. 너무 수녀처럼 살 필요는 없어. 전 애인을 만났던 긴 시간 동안, 너무 착하게, 안 싸우고 사는 것만 옳은 거고, 바람직한 거라고 생각했거든. 완전 착각이었어. 아니라고 느꼈을 때는 아니라고 해야하는 거였어. 타이밍이고 분위기고 그런 거 배려하고 재다가 수년이 갔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지 말고 얘기하고 싶을 땐 얘기해라. 연애 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야. 얘기하고 싶을 땐 얘기해라. 대신 감정적으로 뱉어버리는 것만 아니라면, 눈치보지 말고.
따: 마지막으로... 어딘가 아주 우거진 숲 속에, 따뜻한 오두막이 있어. 거기 노인이 한 명 있는데, 그 노인은 너에 대해 다 알아. 네가 어떤 삶을 살고 어떤 고민을 했는지. 그럼 그 노인은 지금의 너에게 무슨 말을 해줄까?(얘기하다 보니 너에게는 하나님이겠구나 싶네)
슬: 음... 잘 컸어, 잘 컸구나. 고군분투하고 뭐 하고 했어도, 잘 컸어. 앞으로도 기대가 돼. 이런 말을 들으면 힘이 날 것 같아.
너무 네 것 이상의 노력이나, 너무 애쓰거나 하진 말고, 대신에 도전하면서 성실하게는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