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장의 육아일기
"초콩이 어머님, 안녕하세요?
초콩이 기자발표가 다음 주 월요일이에요!"
"네? 다음 주 월요일이요????????"
"네.. 초콩이는 건반악기와 타악기를 발표 준비해 주시면 되고요, PPT로 할 경우 대략 10page 정도면 되어요!"
전화를 받은 날은 목요일 오후였고, 당장 월요일이면 며칠 남지도 않은 상태라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요즘 회사에서 챙겨야 할 중요한 업무가 있고, 나도 읽어야 할 책과 써야 할 글들일 많이 미뤄 두고 있는 상태에서 이런 생각지도 않은 전화는 갑작스러웠다.
갑자기 4년 전 초롱이가 기자발표 할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초롱이의 주제는 "김치" 였었고, 역시나 내가 PPT로 만들어서 김치의 종류와 만드는 방법 등을 PPT로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에도 PPT로 후다닥 만들어 주긴 했지만, 김치 발표를 위해서 초롱이는 20,30번 정도는 PPT 발표 준비를 했던 것 같다. 유치원에서 영상을 보내주었던 것 같은데, 조금 쑥스러워하긴 했지만 초롱이는 연습한 대로 멋지게 발표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 내심 뿌듯해했던 팔불출 엄마였다. 나는..
사실 아이들의 숙제는 부모의 숙제나 다름없는 기자발표이다.
엄마 아빠와 함께 발표 자료를 준비하고 발표 연습을 하는 것도 즐거운 숙제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학교 가기 전 아이들에게 친구들 앞에서 발표할 수 있는 준비 연습을 유치원에서 미리 해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좋게 생각하고 싶지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 마음이 급하다.
이번 주제는 음악회 프로젝트에서 타악기와 건반악기라고 하니, 타악기와 건반악기가 무엇인지와 종류를 설명하고 퀴즈를 내어서 어떤 것이 건반악기인지를 맞추는 것을 만들면 되겠다.
이렇게 생각까지 마치고 나니 이제 PPT를 만들려고 캔바 앱을 열었지만 사실 막막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어떤 표지를 넣어야 하나, 이럴 때를 대비해서는 아니지만 평소에 카드뉴스를 만들면서 감을 좀 키워봤어야 하는데.. 하면서 자책을 할 시간조차 없었다.
"초콩아! 이리 와봐!"
그 와중에 자기도 함께 거들겠다고 하면서 초롱이는 옆에서 이거 해라 저거 해라 글자는 내가 치겠다고 해서 나도 모르게 버럭화를 냈다.
그러니 초롱이는 갑자기 내가 쓰다가 준 노트북을 꺼내더니, 자기는 그걸로 만들 테니 엄마가 쓰는 캔바 앱을 자기도 깔라고 한다. 사실 나는 다른 모임에서 그룹으로 사용하고 있기에 안된다고 했더니, 자기도 그 그룹에 넣으라는 억지를 부리기에 나에게 또 한 번 혼이 났다.
그렇게 초롱이는 방으로 가서 혼자 무얼 하는지 조용한 상태에서 나는 초안을 만들어서 초콩이에게 보여주었지만, 역시나 자기만의 색이 있는 초콩이는 이건 아니고 저건 아니고 하면서 나에게 수정거리를 잔뜩 만들어 준다.
"그냥 해!!"
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요청하는 대로 수정을 해 주었더니 이제 조금은 만족하는 것 같다.
사실, 기자발표는 가나다 이름 순으로 하다 보니 이 씨 성을 가진 초콩이는 거의 마지막 부분에 하는 기자발표이다. 그러니 친구들이 어떻게 했고를 자기도 잘 알고 있을 터이니 이제는 엄마의 역할은 여기까지!
"초콩아, 이제 초콩이가 100번은 연습하고 유치원에 가서 친구들 앞에서 기자 발표 해야 해!
아마 100번 정도 연습하면 초콩이는 건반악기와 타악기 박사님이 될 것 같은데??"
"엄마, 나는 이미 다 알거든! 그리고 친구들도 다 알아!!! 우리가 지금 음악회프로젝트를 하니까, 친구들도 다 알아!!"
'쳇, 엄마 나 멋지게 할 거야라고 말해주면 안 되나?'라고 생각했던 것은 역시 내가 억지로 초콩이의 대답을 끌어내려는 것이었음을 알기에 반성해 본다
사실 어른인 나도 회사에서 중요 발표가 있으면 괜스레 떨리기도 하고 해서 몇 번이나 연습을 하곤 한다. 그러니 아직 7살인 초콩이에게 친구들 앞에서 기자 목걸이를 매고 발표를 하는 것이 떨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물론, 잘하는 친구들도 많이 있겠지만, 이런 자리에서는 늘 수줍어하는 초콩 이를 잘 알기에 이제 하루동안 열심히 발표 연습을 하고 내일 유치원에서의 발표를 잘하고 오기를 기다려본다.
"엄마, TV로 연결해 줘! 나 그렇게 연습할래!"
"그럴까? 우리 멋지게 100번 연습하고 내일 멋진 이초콩 기자님으로 변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