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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아, 엄마랑 북클럽할래?

배부장의 육아일기

by 초마

"초롱아, 엄마랑 북클럽할래?"


"응 좋아, 엄마 우리 이름은 뭐라고 정할까?

그럼 책은 내가 고르고 싶어!"






나는 책을 좋아한다. 책을 읽기도 좋아하고 책을 모으기도 좋아한다.

내가 아주 어릴 때에는 엄마나 아빠가 선물해 준다고 하면 망설일 것도 없이 바로 "책"이었다.

사실 그 당시에는 장난감이나 그런 것들이 많지 않았기에 딱히 받고 싶었던 선물이 없었던 것 같다.


지금도 엄마가 길었던 여행에서 돌아오시면서 선물로 사주신 책, "쌍무지개 뜨는 언덕"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 그 기억이 그대로 남아있다.

엄마와 함께 즉흥적으로 간 작은 서점, 그 서점의 책냄새와, 엄마가 처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책을 고르라고 해서 선택한 그 책이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은 나도 신기한 일이다.


그 책은 사실 너무 슬픈 이야기에 책장을 덮을 때까지 엉엉 울면서 보았었고, 엄마는 그런 내 모습이 귀엽다고 하시면서 늘 입가에 미소 가득히 지으면서 바라보셨다.


그렇게 시간은 화살과 같이 지나갔다.

내가 서른쯔음, 엄마와 둘이 살 때, 나의 일탈과 방황 중 엄마에게 혼나지 않았던 단 하나의 이유는 바로 책이었다. 내가 이것저것 사는 것도 맘에 들지 않았던 엄마가 나를 용서해 준 이유는 오로지 책을 사고 읽는 것이었다. 엄마로서는 매일 회사 일을 핑계로 늦게 들어오는 것, 주말마다 놀러 나가는 것을 용서해 주는 것을 책 읽는 것으로 대신해 주었으니, 엄마는 그 당시 책이라도 읽는 나를 기특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 그래서 나는 일부러라도 책을 더 쌓아두고 엄마에게 보란 듯이 늦게 들어오곤 했지만, 사실 밤마다 자기 전에 침대에서 책을 한두 시간 읽고 잠드는 나를 엄마는 늘 몰래 보면서 불 꺼주고 가셨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은 빛과 같이 지나가서 나는 어느새 초롱이의 엄마가 되었다.


나의 꿈이었던 책 만권을 소장한 서재를 가진다는 것은 초롱이가 태어나면서부터 포기해야 했다.

일단 초롱이의 책을 물려받거나 조금씩 사게 되면서 우리 집 서재방의 책장은 너무나 작았고, 더 이상 쌓아놓을 공간이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책은 중고서점에 판매를 하거나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동안 내 책을 사는 것은 잠시 멈추었었다.

잠시동안..






다시 나에게 책의 그린라이트가 켜진 것은 2,3년 전부터이다. 그저 소소하게 모임에서 함께 책을 읽고, 일다 보니 육아서를 함께 읽는 모임을 참여하게 되고, 초롱이의 글씨를 고쳐보기 위해서 필사를 하다 보니 필사 모임을 만들게 되고, 그렇게 하나둘씩 나도 모르게 책 속을 빠져들고 있었다.


나를 닮은 듯 닮지 맣은 초롱이는 책에 대해서는 나와 너무나 닮았다.

어릴 때부터 책을 손에 들고 놓지 않는 것부터, 항상 어디 가든 책만 보려 했다.

남편은 밥 먹을 때마다 책을 보는 초롱이에게 늘 화를 내곤 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었다.


"초롱아, 얼른 밥 먹고 책 보면 되지!"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 눈치를 보며 나는 항상 중간 조율을 하곤 한다.


처음에는 아예 아침 식사할 때 책을 펼치지도 못하게 했던 남편도 이제는 빨리 시리얼이나 누룽지를 먹고 과일을 먹을 때 책을 보는 것은 허용할 정도까지 마음이 열렸다.


그리고 소파옆 테이블에 책탑이 쌓여있는 것을 조용히 눈감아주고 있는 남편에게 늘 조마조마하면서도 감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함께 읽는 모임이 많아질수록 거실 책상 옆 작은 테이블의 책탑은 조용히 높아지고 있다. 이상하게 다른 것은 욕심이 많지 않은데, 읽고 싶은 것, 필사하고 싶은 것은 요즘 자꾸 욕심이 난다.


그래서 자꾸 나도 모르게 모임을 신청하고, 또 신청하고 있는 중이다.


2025년이 되면서 하나라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새벽독서실을 신청하고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 또 초롱이와 2025년도에 함께 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


늘 마음속으로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엄마와 함께 하는 북클럽니다.

내가 엄마와 함께 하지 못했던 추억들을 나는 초롱이와 함께 하나씩 해보고 싶은 마음에서 오래전부터 구상만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초롱이에게 말을 건넸다.


"초롱아, 엄마랑 북클럽 해볼래?"


사실, 뭐를 어떻게 하겠다는 목표도 없고 내용도 없었다. 그냥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었고, 그냥 지금 바로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초롱이에게 물어보았다.

적어도 초롱이가 나중에 엄마와의 추억을 기억할 수 있는 것이 생겼으면 해서였던 것 같다.


"응 엄마, 엄마랑 북클럽 재미있을 것 같아!

우리 어떻게 하는 건데? 책은 내가 정하고 싶어!"


나보다 더 구체적인 초롱이는 첫 번째 책을 함께 고민해서 정했고, 북클럽의 주기와 다음 책에 대해서도 미리 생각이라도 해 둔 것처럼 술술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 일주일에 한 권은 읽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데 초롱아, 엄마도 그렇게 하고 싶긴 한데, 엄마는 회사 일도 하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그래서 일주일에 한 권은 못할 것 같은데? 한 달에 한 권 어때?"


"한 달에 한 권? 엄마! 그건 너무 심하지!!"


그렇게 우리는 2주에 한 권으로 기간을 정하고, 한 번은 내가 한 번은 초롱이가 선정하는 책을 함께 읽기로 했다.



우리의 북클럽 이름은 초마의 '초' 초롱이의 '롱'을 합쳐서 "초롱북클럽"이다.


얼마 전 선물 받은 엄마와 함께 하는 '단둘이북클럽' 작가님처럼 책을 쓰지는 못할지 몰라도 우리는 이제부터 우리 둘만의 행복한 추억 하나를 또 만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의 "초롱북클럽"의 첫 책은 긴긴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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