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쉽지만은 않은 새로운 시작
그렇게 '자궁내막증'과 '다낭성난소증후군'이라는 난임 2관왕을 수상한(?) 나는 바로 현대의학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나와 남편의 나이가 아직 젊고, 남편의 검사결과가 충분히 자연임신을 시도해 볼만 한 수치이고, 나의 자궁내막증은 오래도록 재발하지 않았으며, 다낭성난소증후군의 정도가 심하지 않기 때문에 '페마라'를 이용한 '과배란+자연임신' 시도를 하기로 했다. 다행히 페마라에 대한 부작용은 크게 없었고, 난자도 2개 정도 안정적으로 자랐기에 경과는 좋았다. 하지만 두 번의 시도 모두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소중한 난포를 키워내 숙제날을 받고, 시도를 하고, 2주 동안의 기다리는 일련의 과정.
텍스트로 보면 간단하고 쉬워 보이지만, 참 힘든 과정이다.
특히 2주 동안의 기다림 동안 임신테스트기에 손을 대 일명 '임테기 지옥'에 빠지게 되면 몇 배는 더 힘들어진다. 매일 '배란 N일차'를 검색하며, 희망적인 케이스를 찾아내서는 '아직 한 줄이 나와도 괜찮아, 내일은 두줄이 나올 거야' 하는 희망고문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두 번의 실패를 연이어 맛보자, 멘털이 '털렸다'. 아직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같은 본격적이고 적극적인 시도조차 하기 전이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이 '너덜너덜해진 멘털'을 남편에게 티 내기는 싫었기에 혼자 속으로 끙끙 앓으며 괜찮은 척했다.
게다가, 당시 다니던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도 겹쳐 더 이상의 시도는 하지 않기로 했고, 자연스럽게 아이가 찾아오길 기다렸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흘러 2023년이 되었다.
2023년 새해, 퇴사를 마음먹었다.
회사 그리고 사회생활에 대한 번아웃 반, 임신준비에 더 집중하고 싶다는 이유 반
퇴사를 마음먹고 6개월 동안은 계속 회사를 다니며, 스스로에게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사회생활이 아닌 집안살림을 꾸려나가는 것에 현타가 오지 않을 수 있는지, 퇴사 이후의 삶에서 어떻게 의미를 찾을 것인지, 어떤 것을 배우고 싶은지 그리고 퇴사 후 어떤 방식으로 경제적 수익을 창출해 나갈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나를 가장 잘 아는 남편과 부모님, 동생과 시부모님까지 함께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두 나의 선택이 어느 것이 되었든, 나의 행복을 응원하고 지지해 주겠다고 하였다 (퇴사 후 계획표를 보시고는 좀 맘 편하게 쉴 생각은 안 하냐고 하셨다. J는 그게 안 돼요..). 그렇게 나는 많은 이들의 응원 속에서 용기를 내 퇴사하였다.
2023년 5월, 퇴사 후 다시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이번에는 난임병원이 아닌 집 근처 여성의원에 방문했다.
배란일을 받으러 다니려면, 집과 가까운 곳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다짐으로 방문한 병원에서,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진단을 받게 되었다.
내가 어디선가 말로만 듣던 '무배란 월경'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 몸이 도대체 어디까지 임신을 거부하는 거지? 자연임신을 시도하던 지난 날들 동안 모두 무배란이었던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하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도 다시 '페마라+자연임신' 시도를 하게 되었다.
웬만한 스트레스 인자들은 제거했고, 그 무렵 시작한 요가에 빠져 체중도 감량했기에, 이번엔 정말 성공할 것 같았다. 그렇게 숙제 후 일주일 뒤부터, 참지 못하고 임테기 지옥에 빠졌다. 눈이 몰릴정도로 매직아이도 했다. 그럼에도 두줄은 보지 못했다. 절망도 했지만, 오기가 생겼다. 임신이 신의 영역이라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안에서 최선은 다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난임병원으로 가자, 그리고 제일 유명하다는 선생님을 만나서 최선을 다해보자. 제대로 다시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