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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주 Jul 30. 2022

곶자왈 도립공원과 일몰

제주살이 - 셋째 날

뜨거운 나날의 계속이지만 파란 하늘과 맑은 공기는 좋았다. 오늘도 어제와 같은 아침 활동 전략으로 곶자왈 도립공원에 도전했다. "곶자왈"은 숲을 뜻하는 제주말 ‘곶’과 돌이나 자갈들이 모인 지형을 뜻하는 ‘자왈’의 합성어로 나무, 덩굴식물, 고사리 등이 섞여 만들어진 원시림의 숲을 의미한다. 그래서 그런지, 제주도에서는 '곶자왈'이 붙은 지형이 꽤 된다.


우리가 찾은 곶자왈 도립공원은 서귀포시 대정읍에 위치한 넓은 원시림 공원이다. 무더위를 피해 오전 9시 20분에 들어가 둘러보기 시작했는데, 일찍부터 이곳을 찾는 이들이 제법 있었다. 곶자왈 도립공원은 생각보다 많이 우거진 숲 속이었다. 네 개의 특색 있는 길들이 서로 이어져있는데, 전 구간을 둘러보는데 대략 100분 걸린다고 소개되어 있었다. 우리는 남들보다 천천히 진행하는 편이라 전체 구간의 절반만 도는데 2시간이 걸렸다. 높게 솟은 나무들과 그 나무들을 타고 오른 아이비나 콩짜개덩굴, 그리고 여러 종류의 고사리들이 어우러진 "테우리길" 코스는 열대림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반면 돌아오는 길에 걸은 "빌레길" 코스는 소나무나 참나무 같은 우리나라 전형적이 숲 속이 보이기도 했다. 


콩짜게 덩굴 (왼쪽)과 신비로운 원시림을 볼 수 있는 곶자왈 공원.


도립공원은 나무가 우거진 숲 속 같은 곳이라, 어제처럼 나무 하나 찾기 힘든 마라도와는 다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른 아침에 숲 속이라도 높은 습도는 우리를 지치게 했다. 몸에서 땀이 나도 증발되지 않아 몸이 더 무겁게만 느껴졌다. 곶자왈 도립공원을 나온 11시 20분쯤에는 이미 기온이 30℃를 훌쩍 넘어 있었다. 우리는 땀으로 범벅된 몸을 에어컨으로 식히며 생각했다. 여름 제주는 위험하다고.



선선한 바람을 느낀 건 그날 저녁 일몰을 보면서였다. 


일몰의 노을은 감상적일 뿐만 아니라 감탄스러운 시간이다. 하루 24시간 중 대부분의 시간은 낮 아니면 밤이다. 그리고 두 시간대는 정반대의 세상이 펼쳐진다. 밝고 푸른 하늘과 활기찬 새와 동물들, 싱그러운 식물들 같이 생명의 심상을 가진 낮과 달리, 밤은 어둠과 그 속에 은밀하게 숨어든 생명들과 휴식 혹은 죽음 같은 정반대 심상을 가졌다. 낮에서 밤으로 변하는 길지 않은 시간대에 특별한 조건을 만족해야만 노을이 보인다. 그리고 그 노을은 밝고 영롱한 노란빛에서 찬란한 황금빛으로, 무르익은 오렌지 빛깔로, 밝은 장미 같은 붉은색으로, 핏빛 암적색을 거쳐 마침내 어두운 암청색으로 변한다. 시시각각 다채로운 하늘의 변화는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이렇게 역동적인 자연 현상을 일상에서 또 접한 적이 있을까? 문제는 사람들이 저녁노을의 감동적인 변화에 익숙해져 버렸다는 점이다. 익숙해지면 당연한 듯 취급한다. 당연한 건 시시하거나 사소해진다. 결국 감동을 잊는다. 


잘 익은 제주 천혜향 닮은 빛깔로 물들고 있는 제주 서쪽 하늘


당연시하는 일은 우리의 인식이지 실상이 아니다. 익숙하거나 사소한 취급받는 많은 것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셈이다. 해넘이에 보이는 노을은 고된 오늘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INFP족들의 내재된 감성이 피어오르는 시간이기도 하다. 세상의 INFP들에게 안녕했던 하루를 기원하며 감동의 제주 노을을 나눠보기로 한다. 고단한 오늘 하루 잘 견디어 내느라 고생했다는 위로와 함께!


오늘 하루 고생한 감성쟁이들에게 보내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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