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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nah Jul 09. 2019

#6. 눈물의 새 가족 적응기

감기와의 전쟁

드디어 조리원 퇴소.

그리고 우리 네 가족 완전체가 되어 함께 살기 시작이다.


‘동생을 처음 만나는 바다의 반응은 어떨까. 갑자기 집에서 행적을 감췄던 엄마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바다의 반응은 어떨까.’

머릿속은 온통 바다의 반응에 대한 궁금증 반, 두려움 반으로 가득 찼다.

햇님이가 바다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전해줄 뽀로로펜도 야심 차게 준비했다.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드디어 이루어진 첫 만남!

“바다야. 불룩했던 엄마 뱃속에 아가가 있었지? 그 아가가 세상에 나왔어. 바다의 동생, 이제 우리 가족 햇님이야. 누구라구?”

“아가”

한 단어를 내뱉은 뒤 신기한 눈으로 아기를 뚫어져라 보던 바다는 이어서 뽀로로펜에 정신이 팔려 첫 만남은 그렇게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우리의 앞날이 순조로울 줄로만 알았다. 앞으로 다가올 전쟁 같은 날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한 달째 감기를 앓고 있던 바다가 햇님이를 바라보며 콜록콜록 기침을 해댄 지 채 일주일이 되지 않아 햇님이가 코를 그렁그렁, 기침을 켁켁 하기 시작했다. 신생아는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항체로 인해 잘 아프지 않다고 하니 무사히 이 위기를 넘기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바람과 달리 햇님이의 감기 증상은 더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매일 같이 동네 소아과에 출근 도장을 찍으며 아기의 상태를 점검하던 중 결국 대학병원에 가서 X-ray 촬영을 해보고 아기의 상태를 더 정확히 판단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사 선생님의 소견을 듣고 말았다.


‘아, 결국엔 정말 입원하는 건가.’


나는 조리원에서 나온 지 고작 2주째, 아기는 태어난 지 20여 일. 우리 둘 다 아직은 너무 연약했다. 입원하게 되면 어른 손가락 두어 개 두께의 얇은 손목에 링거를 꼽게 될 아기, 병원과 집을 오가며 그 아이의 병 수발을 들어야 할 나, 아직 가족 구성원의 변화에 적응하기엔 기간이 너무 짧았던 게다가 감기에 걸려 있는 바다.

입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이 모든 상황이 나를 덮쳐와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서툰 운전으로 도착한 대학 병원에서는 햇님이는 입원과 비입원 그 중간의 애매한 상태에 있다고 했다. 악화될 경우를 대비해 입원을 할 수도, 한편으론 집에서 보살피며 버텨 주기를 바라볼 수도 있는 상태. 그래도 다행히 X-ray 결과 폐렴으로 진행되지 않았으니 집에서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일단은 한숨이 놓였다.

‘아직은 괜찮아. 우리 조금 더 힘내보자.’

다짐하고 원외 약국으로 향하는 길. 갑작스레 대학병원에 향한다는 연락을 받고 놀랐을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편과 통화하면서 나도 모르게 꾹 참았던 눈물이 흘렀다. 병원 언덕을 따라 걸어 내려가는 길가의 많은 인파 사이, 대학 병원 앞이니 이 거리를 걷는 사람들 모두 누군가는 아프거나 누군가는 아픈 누구를 만나러 오거나 다들 병원에 온 한 가지씩의 사연이 있을 텐데 그중 울며 거리를 걷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눈물에 표정이 일그러졌다. 스쳐 가는 사람들이 한번씩 힐끗 거리며 나를 쳐다보는 것만 같았다.


약을 받고 급히 돌아온 소아과 앞, 어젯밤을 새다시피 한 이모님이 멍한 표정으로 잠을 쫓으며 햇님이를 안고 계셨다. 이모님에게 달디 단 라떼 한 잔을 건넸다. 한창 울고 온 내 표정을 읽은 걸까. 이모님이 말했다.

‘울지 말고. 햇님이 딸꾹질해서 머리에 수건 둘러줬어요 산모님. 너무 예쁘지 않아? 나 이 와중에 너무 예뻐서 사진도 찍었다? 한번 봐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울지 말라고, 힘내자고 말하는 이모님도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우리는 그렇게 진료실 앞 의자에 앉아 함께 울다가 수건을 두른 햇님이 모습에 웃다가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다짐했다. 울지 말자. 강건한 마음으로 두 아기들이 건강을 회복할 때까지 잘 보살펴야지. 나는 엄마다.


바다와 햇님이를 이모님과 한 명씩 도맡아 케어한 지 어느덧 일주일. 열감기가 사그라지고 하루 종일 보채며 안겨있거나 생떼를 쓰며 소리 지르던 바다의 얼굴에 방실방실 웃음이 돌아왔다. 햇님이의 기침은 잘 호전되지 않았지만 더 이상 악화되지도 않았다. 햇님이는 나름대로 이 위기를 잘 버티며 매일매일 아주 아주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듯했다.


아직은 불안정하지만 안정을 찾아가는 날들의 연속. 나는 이제야 비로소 하늘을 한 번 바라볼 여유가 생겼고, 크게 공기를 들이마실 수도 있었다.


이제 나의 바람은 단 하나다. 나의 두 딸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기를. 나이가 들어서도 크게 아프지 않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그 바람이 이루어지는데 나의 모든 운을 써도 좋다.


왼쪽 : 고대 병원 소아과 벤치에서 딸꾹질을 해서 가제수건을 머리에 두른 햇님. 쉐프 같은 너의 모습에 우리는 울었다 웃었다. 오른쪽 : 매일 조금씩 감기를 이겨내고 있는 너.


처음엔 동생을 안으면 내려놓으라고 했지만, 이젠 제법 동생을 예뻐라 해주는 바다. 감기로 인한 둘의 격리 생활로 흔치 않은 투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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