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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원 Jun 10. 2022

마리아 미첼

삶에 별빛을 섞으십시오


마리아 미첼은 1818년에 미국에서 태어났어. 낸터킷이라는 섬마을이었지. 해가 지고 어둠에 잠긴 섬에서 별을 보는 건 그곳 사람들에게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몰라. 하지만 유독 밤하늘을 사랑한 아버지 덕분에 마리아의 가족들은 망원경으로 하늘을 보며 우주를 상상할 수 있었어.     


여자들은 교육을 받을 수도, 정부 기관에서 일을 할 수도 없는 시대였지만, 마리아의 부모님은 달랐어. 성별과 상관없이 동등하게 교육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지. 마리아의 아버지는 학교를 세워 마을의 아이들을 가르칠 정도로 열정적인 사람이었어. 어머니 역시 낸터킷의 모든 책을 다 읽었을 정도로 학구적이었지. 마리아와 형제자매는 학교가 끝나면 아버지에게 천문학을 배웠어. 곧 마리아의 아버지는 깨달았지. 마리아가 수학과 과학에 비상한 재능이 있다는 것을 말이야.     


얼마나 재능이 있었냐고? 마리아가 열두 살이 되던 해에 개기일식이 일어났는데, 그 나이에 아버지와 함께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정확한 순간을 계산해냈다고 해. 대단하지? 낸터킷에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었던 마리아는 열여섯 살에 직접 학교를 세우기도 했어. 그보다 대단한 건, 마리아가 유색인종을 학생으로 받아들였다는 거야. 당시에 백인들은 유색인종 학생들과 같이 학교를 다니고 싶어 하지 않았거든. 미국엔 여전히 노예제도가 있던 시대였고. 그런 상황에서 마리아는 어린 나이에 쉽지 않은 선택을 한 거지. 이후로도 마리아는 자신의 신념을 놓지 않았어.      


“메달은 사소한 것이다. 이 세상에 정말로 중요한 것은 단 하나인데, 그것은 바로 선량함이다.”     

스물아홉 살에도 여전히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훑고 있던 마리아의 눈에 뿌연 덩어리가 보였어. 이미 하늘에 뭐가 있는지 훤히 알고 있었기에, 그것이 새로운 혜성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 마리아가 이 혜성을 발견한 첫 번째 사람이 된 거야. 마리아와 아버지는 이 소식을 하버드 대학으로 보냈어. 근데 말했지? 여긴 섬이라고. 폭풍우 때문에 우편물이 늦게 도착한 거야. 그 사이에 유럽의 한 천문학자가 혜성을 발견했다고 발표를 해버린 거지. 그러나 다행히도 사정을 알게 된 유럽 과학계는 마리아를 최초 발견자로 인정해줬어.     


천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덴마크의 왕 프레드릭 6세는 최초 혜성 발견자에게 메달을 수여하는 제도를 만들었어. 그동안 이 메달을 받은 사람은 모두 남자였는데, 마리아가 이 메달을 받게 된 거야. 마리아는 메달을 받은 최초의 여성이자 첫 번째 미국인이 되었어. 마리아가 발견한 혜성은 공식 이름(C/1847)보다 ‘마리아의 혜성’이란 이름으로 더 유명해졌지.     


마리아는 하루아침에 유명 인사가 되었어. 기사가 쏟아지고, 유명한 이들이 낸터킷으로 찾아와 마리아의 집을 방문했지. 이 유명세를 즐기며 살 수도 있었겠지만, 마리아는 이제 막 세워진 바사르 여자 대학(현재는 혼성 대학)의 첫 번째 천문학교수가 되었어. 마리아가 교편을 잡고 나서 수학과와 천문학과에 입학하는 여학생의 수가 유난히 많았대. 천문학을 배운 여성 모두가 천문학자가 될 수 있는 시대는 아니었지만, 칠흑 같은 밤하늘과 단 하나라도 별이 떠 있는 밤하늘은 완전히 다르잖아. 마리아는 당시 여성들에게 별 같은 존재이지 않았을까?     


마리아가 별만 바라봤던 건 아니야.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많은 여성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 했어. 대학에서 20년 간 단순한 이론 수업이 아닌 실험과 관측을 지향하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왔어. 뿐만 아니라 마리아는 여성의 낮은 임금에 대해 항의하기도 하고, 다양한 분야의 여성들의 네트워킹과 발전, 권익 보호를 위한 미국 여성 진흥회를 세워 2대 회장을 맡기도 했지. 유색인종을 학생으로 받아들인 어린 마리아의 선택은 단순히 치기 어린 행동이 아니었던 거야. 그의 신념과 열정은 어디서 온 것일까? 그가 학생들에게 한 말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삶에 별빛을 섞으십시오. 그러면 하찮은 일에 마음이 괴롭지 않을 겁니다.” 별빛이 이끄는 삶을 살았던 마리아는 70세가 되던 해에 별이 되어 다른 이들의 삶에 작은 빛이 되고 있어.          


마리아 미첼 Maria Mitchell

1818. 08. 01 ~ 1889. 06, 28

미국의 천문학자. 1847년에 혜성 C/1847 T1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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