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인적으로 하나의 "가정"에 대해서 크게 2가지 지표로 가정들을 분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가지 지표는 바로 가정 전체의 '경제력'과 가족 간의 '화목함'이다. 이는 크게 보면 물질적인 축 하나와 정서적인 축 하나를 두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2가지의 축으로 가정을 분류해보면 총 4가지 유형의 가정이 나오게 된다.
1. 경제력도 좋고 사이도 화목한 집안
2. 경제력은 좋지만 사이는 화목하지 않은 집안
3. 경제력은 안 좋지만 사이는 화목한 집안
4. 경제력도 안 좋고 사이도 안 좋은 집안
그리고 각각의 지표에 점수를 매기는 방법으로도 각자의 가정환경을 가늠해 볼 수 있는데, 1부터 10까지의 척도 중에 각각 점수를 주되, 그 총합은 항상 10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경제력 1점, 화목함 9점 이런 식이다. 이 예시는 나의 집안의 점수이기도 하다.
간혹 아주 드물게 두 가지 점수의 합이 10을 넘는 집안도 보이긴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통상적인 범주안에 총합 10으로 언뜻 공평하게 분배가 되어 있는 듯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만약에 내가 이 수치를 정할 수 있었다면 경제력 3, 화목함 7 정도를 골랐을 것 같다. 그만큼 지금의 가정환경에 대해서 화목함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반증이겠지.
주위를 둘러보면 내 지인들 대부분의 가정환경(물론 내가 속사정까지 속속들이 알지는 못하지만 어쩌다가 알게 되는 단편적인 정보들로 유추해 보건대)을 저 범주안에 넣을 수가 있다.
당연히 누구나 4가지 유형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둘 다 좋은 쪽은 고르겠지만, 그다음 2번과 3번 중에 뭘 선택할 거냐(물론 선택한다고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하면 그때부터 가치관에 따라 선택이 갈리기 시작한다.
나는 굳이 둘 중에 고르라면 화목함 쪽을 좀 더 선호하긴 한다. 정서적 기반은 경제력이 약하더라도 그것을 극복할 힘을 주지만, 정서적 기반이 약하면 지금은 괜찮던 경제력이 약해졌을 때 극복하기가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적어도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 시련을 헤쳐나가는 원동력을 제공하기는 하는 것 같다. 물론 경제력이 있다면 그 원동력을 굳이 끌어다쓸 상황 자체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람 인생은 모르는 거니까 말이다.
내가 아무리 경제력이 1점이지만, 화목함이 9점이라 가끔 어떤 이상한 기분을 느낄 때가 있는데, 그건 바로 나와는 반대의 상황, 혹은 둘의 총점이 10점이 안 되는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살기는 힘들고 빡빡하지만 내 나름 현재 나의 상황에 대한 묘한 만족감이 피어오른다.
이 역시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 오는 만족감이라 지양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그래도 영 개차반은 아니구나 라는 묘한 안도의 한숨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p.s. 그래도 가난은 싫다. 얼른 탈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