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이면
‘뭔 헛소리냐?’ 싶으시겠지만 내가 일을 보는 관점이 변해 있었고, 같은 분야라도 내가 해야 할 일이 조금 달라져 있었다. 생각해보면 같은 분야라도 직무의 내용은 천차만별이 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의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해야 할 일들은 주로 교육과 상담이었고, 나는 그때 매우 절박한 마음이었다. 내겐 책임져야 할 가족이 생겼고, 더 방황한다는 것은 사실상 내가 사회부적응이란 사실의 증명이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일에서 실력을 성장시키는 속도가 빨랐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일은 잘 할수록 좋아진다’는 말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일주일에 5일간 연간 18회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처음에는 혼자서 교육과 상담을 진행했고, 나중에 다른 분이 들어오셨지만 교육을 별로 하고 싶어 하지 않으셔서 그때도 교육은 거의 혼자 진행하다시피 했다. 덕분에 나는 미래를 위한 하드 트레이닝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가장 의심이 가는 부분은 그렇게 짧게 만난, 그것도 삶의 과정이 극과 극이었던 남녀가 ‘그 후로도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다’는 부분이다.(사실 이런 걸 논리 따위로 해석하려는 내가 한심한 인간이다)
여하튼 우리의 삶은 늘 기대가 많다. 논리적으로 조금만 객관화시켜봐도 과도한 기대라는 것을 알 텐데...삶이 팍팍해서 그런지 자꾸 그런 기대를 하면서 살게 된다.
직업도 그렇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같은 직업이 그렇게 완벽할 리 없다.
나 역시 그랬다. 그렇게 어렵게 다시 마주한 일자리는 1년 계약직이었고 저임금의 일자리였다. 그나마도 1년 만에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나는 그곳을 떠나야 했다.
다시 또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다음 들어간 곳은 불과 3달 만에 퇴사, 그럼에도 마음이 덜 불편했던 것은 그 당시는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는 내 일을 만들어 왔다. 3년이 내 인생에서 가장 긴 근무 기간이었는데, 지금은 한 분야에서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일을 하고 있다. 또 사실상 한 회사(내 회사)에서 만 10년을 넘게 일하고 있다.
그럼 나는 신데렐라처럼 행복해졌을까? 그럴리가...
직업 때문에 불행한 것은 아니지만 늘 행복하다고는 말을 못하겠다. 여전히 이 일은 재미있고도 힘든 일이다. 매일 일 때문에 고민하고, 투덜거린다. 인생은 동화가 아니라 현실이고 실전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가지는 안다. 떼돈을 벌거나 완벽한 직업은 아니라도, 나는 내 일을 통해 가족을 부양할 만큼의 돈을 벌고, 수많은 고민과 함께 꽤 즐거운 순간도 많이 경험한다.
그거면 된 게 아닐까? 동화의 주인공을 바라기엔 나는 나이가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