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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겨움 Aug 14. 2020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

행복을 느끼는 방법 중 하나, 내 마음에 쏙 들기.


나 혼자 산다, 였는지 어떤 프로그램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엄정화 씨가 킥복싱을 배우면서 “그런 격한 운동을 하는 제가 좋아요.”라는 말을 했다.


내가 잘 쓰는 표현이다. “그걸 하고 있는 내가 마음에 들어서 하고 싶어!”


좋아하는 나의 모습이란 가령 이런 것이다. 그걸 하고 있는 날 밖에서 바라봤을 때 멋져 보일 것 같은 것? 아니면 그냥 그러고 있는 내가 마음에 쏙 드는 것. 어릴 때부터 난 책을 많이 읽었다. 남자 친구들(들?이라는 수식어가 걸리지만)이 말싸움을 하다가 하는 말 중 하나가 “겨움이 넌 책을 많이 봐서 말을 잘하는 거겠지.”였다. 그렇게 책을 많이 봐서 말싸움도 잘하고 상대를 능수능란하게 설득하는 재주도 생겼다. 취미가 책 보기예요 라고 말하진 않는데, 그건 내가 책을 순수하게 좋아한다고 말하기엔 부족한 뭔가가 있기 때문이다.


서점에 서서 책을 읽고 있을 때, 자기 전에 책을 읽을 때, 햇볕 아래에서 책을 읽을 때.


그러고 있는 내가 좀 멋진 것 같다. 유체이탈을 해서 날 보면 ‘마음에 든다.’랄까?

그래서 지하철에서 종이책을 굳이 들고 보는 사람을 보면 시선이 간다. 그런 풍경을 가진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나 역시 그러기를 원한다.


세계여행을 갔을 때 캐리어가 아닌 12킬로 배낭을 짊어지고 떠난 것도 마찬가지 이유였다. ‘여행자 = 배낭’이라는 공식이 내 머릿속에 있었고, 배낭을 메고 여행하는 여행자들의 모습을 늘 동경하던 내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34살의 나이에 배낭을 앞뒤로 매고 걸으면서, 쇼윈도에 비친 모습이 구질구질해도 마음에 들었다. 몸의 반 크기 만한 배낭을 짊 어매고 세계 곳곳을 다니는 난, 꿈꾸던 모습 중 하나였으니까.



물론, 싫어하는 나의 모습도 있다.

화가 났을 때 감정적이 되는 나. 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 덜렁대는 모습.

상대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지 못하는 나. 성격이 급한 모든 지점의 날 싫어한다.


싫어하는 내 모습이 삐죽 튀어나온 날은 한동안 마음이 심란한다.

실패로구나, 결국 들켰구나.




얼마 전에는 궁금해서 ‘내가 생각하는 나’에 대해서 쭉 적어봤다. (요새 나에 대한 관심 폭주)



나는 계획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나는 정갈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
나는 성장하는 데 관심이 많은 사람
나는 경험하는 데 가장 많이 지출하는 사람
나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나는 독립적인 기능을 하는 사람으로서 살고 싶은 사람
나는 관계에서 신뢰와 의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나는 균형 잡힌 삶을 원하는 사람
나는 나 자신을 많이 사랑하는 사람
주체적인 삶을 살길 원하는 사람
공부하고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나를 제대로 아는’ 게 살면서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이건 ‘관계’와도 직결된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은 없다. 좋은 사람이라는 기준 자체가 주관적이니까. 잘 맞으면서 나랑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선 먼저 ‘나’부터 정립하고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싫어하는 지점부터 시작해서 가치관, 삶의 방향까지 계속 자신에게 묻고 또 묻기.


난...노을을 자주 보며 살고 싶다. 지는 해를 바라보는 여유와 고요한 순간들을 갖고 싶다.

머무는 공간을 정갈하게 하고, 탄수화물을 조절하고, 운동을 매일 꾸준히 하고,

주변 사람의 눈을 쳐다보며 경청할 줄 알고, 필요한 물건만 소유하며 가볍게 사는 사람이고 싶다.


좋아하는 모습을 앞으로도 계속 찾아서 ‘내 맘에 쏙 드는 사람’으로 살아야지.

그렇게 뿌리를 단단히 박아야 휘청거림이 덜 하테니까.


자, 그럼 간지나게 혼자 책이나 읽다 자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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