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의 멸망 by 토비 오드
누군가 내게 인생 최고의 영화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인터스텔라"라고 할 것이다.
가까운 미래, 지구는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로 점점 황폐화되어 더 이상 인류가 살아남을 수 없는, 인류가 절멸할 위기에 놓인 행성이 되고 인류의 생존을 위한 몇 개의 옵션을 가지고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 나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인류의 절멸을 막아야 한다는 중압감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력하게 포기해야 할 것 같은 상황에서도 주인공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생존을 위한 위대한 싸움을 해 나간다. 그리고 매번 어려운 순간마다 주인공은 말한다.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씽큐베이션 세 번째 도서는 "사피엔스의 멸망" 이다. "인류"의 관점에서 우리가 처한 곤경을 보고 어떻게 헤쳐 나갈지에 관한 책.
현생 인류의 "종"인 호모 사피엔스는 20만 년 전 사바나에서 출현했다. 인류의 출현 이후 기록으로 남아있는 것은 5천 년 남짓이지만, 수만 년 동안 갖은 위기를 이겨내고 생존해 내면서 현재 인류의 "종"이 되었다. 그리고 인류는 농업혁명, 산업혁명, 과학혁명 등을 통해 더 나은 생존을 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혁명적인 발전으로 문맹률과 영아사망률은 낮아지고, 기대수명과 식자율 등은 높아져 선사시대 또는 근대 이전의 조상들의 삶과 비교하면 꽤나 살기 좋은 시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인류가 이러한 삶을 사는 시대를 "인류세"라고 하는데 -지질학적으로 인류가 살고 있는 시대를 구분- 작가는 이러한 인류세에 이어 여러 가지 위험이 있는 시대를 작가는 "벼랑세"라고 규정하였다.
○ 존재 재앙 : 인류의 장기적 잠재력의 파괴
○ 장기적 잠재력 : 인류가 앞으로 이룰 모든 것을 포함하는 가능성
○ 존재 위험 : 존재 재앙을 가져올만한 위험
책에서는 원자폭탄의 개발과 사용이 인류의 벼랑 세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2차대전 나가사키와 히로시마 원폭 투하 이후 원자폭탄의 개체 수는 급격히 늘었고, 이로 인한 핵무기에 기인한 존재 위험이 크게 늘어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공지능의 발전 역시 인류의 존재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통한 AI의 발전은 무어의 법칙을 넘어서서
특이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며, 우주 어딘가에서 날아오는 소행성과의 충돌로 인한 지구 파괴, 화산 폭발로 인한 급격한 기후변화 등이 인류의 존재 위협이 된다.
또한 산업혁명 이후 근대화의 산물인 환경파괴 기후변화, 그리고 전염병에 의한 질병 유행 역시 큰 틀에서 인류의 존재 위협이 될 수가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나약한 인간으로서가 아닌 "인류"의 관점에서 이러한 위협을 바라보고 대응을 해야 한다. 이러한 존재 위협은 한두 개 특정 국가만이 해당되는 문제가 아닌 전 인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즉 국가 안보나 지역적 우월감을 초월한 범 세계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존재 위험에 대한 대응이 그렇게 쉽지 많은 않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 사태에서 보았듯이 위기의 순간에 과연 국가들 간의 협력이 쉽게 이루어 지기 어렵다는 것을 목도했다. 자국의 직접적인 위협에 놓였을 때, 국익을 포기하고 인류의 공리를 선택할 나라가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존재 위험이라는 것이 이제껏 일어나 본 적 없는 위험이고, 일어나면 그야말로 "끝" 이기때문에 교훈이나 시행착오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지금 눈앞의 위험이 미래 존재 위험 보다 더 크게 보이기 때문에 미래의 그것을 대응하기도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류는 몇 가지의 과정을 통해 이러한 위기를 헤쳐 나가야만
한다.
첫째로 국제 조율이다.
존재 위험을 극복하는 인류 수호는 공공재의 성격을 가진다. 앞서 국제공조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지만, 역설적으로 국제 조율이 존재 위협을 막는데 반드시 필요한 필수조건이다. 2차대전에서의 UN의 역할이 대표적인 국제조율의 모습이다. 다만 지금의 UN이 아닌 더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조직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로 기술진보 이다. 앞서 언급한 존재 위험 대부분이 기술의 발전과 이것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거나 잘못 사용했을 시, 그리고 인류의 통제 범위를 벗어날 때 발생이 된다고 예측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발전은 필요하다. 다만 그 발전이 우리에게 필요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찾아 나가야 한다. 마치 육체적인 성장은 완료 되었지만 지혜나 자기통제 능력이 부족한 사춘기 청소년을 잘 교육해서 올바른 어른이 되게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셋째로 존재 위협에 대한 연구이다. 존재 위험이라는 것이 인류가 겪어보지 못하고,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 위험이다. 정확히 말하면 딱 한 번 존재한다. 인류가 망할 때. 너무나 커다란 개념이고, 지금의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것보다 더 급하게 느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존재 위협에 대한 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굉장한 불안함과 우울함이 느껴졌다. 작가가 이야기한 존재 위험이 나 한 사람으로 바라보면 정말 무력하기 그지없는 거대한 위험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다 읽고 서평을 쓴다는 것은 인간이면서 또한 인류의 구성원인 우리가 이러한 위험을 극복해 낼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내 딸이 존재위험이 있는 미래를 겁낸다면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않고 무서워 한다면 아빠의 인생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쿠퍼가 말했듯 나도 그렇게 말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