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는 아침 10시쯤 집에 도착했다. 파스텔 색깔의 마카롱 2개가 들어있는 투명한 비닐을 눈앞으로 내밀며 찡긋 윙크를 했다.
-들어와. 마카롱 좋아해?
-아니, 이런 거 여자들이 좋아하지 않나? 먹을 땐 기분이 좋아진다고... 그래서 사 왔어.
너도 좋아할까 봐.
-난 마카롱 안 좋아하는데? 달기만 하고 색깔만 예쁘지, 그래도 이쁘긴 해.
커피랑 먹음 되겠다.
-날씨 진짜 좋아. 나가서 밥 먹자.
-그럴까? 하늘도 파랗고 바람도 적당히 부는 날씨네.
케이가 창문 쪽 베란다 화분을 구경하는 것을 보면서 전기포트에 물을 붓고 버튼을 눌렀다.
물이 끓는 것을 기다리면서 케이가 있는 창문 쪽으로 갔다.
- 방울토마토도 열렸네. 집에서 이렇게 잘 자랐어? 신기하다.
- 신기하지? 물 주고 햇빛만 받으면 자라서 열매가 열리는 거 말이야.....
두 시간 전에 똑같은 이야기를 남편과 나누었다.
-어? 방울토마토가 언제 이렇게 빨갛게 익었지? 이거 봐봐. 신기하다. 정말....
출근 준비하던 남편은 창문 쪽으로 와서 흘깃 보더니 핀잔을 주듯 내게 말했다.
- 방울토마토 모종에서 방울토마토가 열리는 게 뭐가 신기하다는 거야? 당연한 거지.
남편은 그런 사람이었다.
토마토 모종에서는 토마토가 열리고 딸기 모종에서는 딸기가 열리는 게 당연한 사람.
하지만 당연한 것은 없다.
토마토 모종도 물이 부족했다면 햇빛이 부족했다면 열매를 맺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흙도 부족한 공간에서 베란다 창가를 통해 들어오는 햇빛과 간간이 주었던 물을 먹고
빨간 방울토마토 열매를 만들어 냈으니 얼마나 기특한 일인가.
나는 그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다.
두 시간 전의 남편과의 실없는 대화를 떠올리며 혼자서 피식 웃었다.
전기포트 물 끓는 소리가 들렸다.
커피 드립퍼에 원두가루를 넣고 뜨거운 물을 천천히 부어주면 쪼르륵 진한 커피물이 떨어진다.
향긋한 커피 향에 기분이 좋아진다.
커피를 커피잔에 두 잔 따르고 식탁에 마주 앉아 케이와 커피를 마셨다.
케이가 사 온 마카롱은 제법 유명한 수제 마카롱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많이 달지 않고 쫀득한 식감이 커피와 잘 어울린다.
-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 어디로?
- 드라이브하면서 좋은 경치를 볼 수 있는 곳, 가다가 느낌 좋은 데로 들어가자.
- 그러다 맛없는 식당 들어가면 어쩌려고.
- 음식이 맛이 없어봤자 못 먹진 않잖아. 난 누구랑 있느냐가 더 중요해.
- 그래, 어디든 가보자.
집 안에서 볼 때 보다 훨씬 날씨가 좋았다.
케이의 차에는 선루프가 있어서 문을 여니 시원한 바람과 햇빛이 머리 위로 바로 쏟아지면서 눈이 부셨다.
날씨, 진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