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작가 Nov 14. 2024

로맨스는 필요 없어

모든 건 냄새 때문이야

케이와 나는 커피를 마시러 강가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밥집, 칼국수집, 식당들을 지나니 

강변을 따라 작은 호텔들이 줄지어 있었다.      

- 우리도 저기 갈까? 

- 분위기 별로 일거 같은데......

- 아니, 커피숍 말고 호텔.     

가끔씩 케이는 이런 농담을 툭툭 던졌다.

- 저 호텔 룸에서 창밖을 보면 강이 보이는데 진짜 멋있어. 보러 갈래?

- 저긴 또 누구랑 갔었대

- 그러게, 누구랑 갔었는지 모르겠어. 풍경이 최고였던 건 기억나.

  룸 한 면이 전면 통창이었는데 잔잔한 강이며 단풍에 하늘까지... 와 잊히지가 않아. 근데 누구랑 갔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단 말이지.          

.

.

케이는 대학 때 친구의 친구였다.  적당히 잘생겼고 적당히 재미있는.

그래서인지 늘 애인이 있었고, 자주 바뀌었다. 

케이에게선 시원한 비누향 같은 향수 냄새가 났다. 

케이가 근처에 오기만 해도 향수 냄새가 났는데 가까이 코를 대고 냄새를 맡고 싶을 정도였다.  그만큼 향이 좋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유명한 남자향수였다.          

.

.

대학 때 사귀던 남자친구에게선 남자들 특유의 냄새와 침냄새가 많이 났다. 입에 침이 많은 사람이어서 그런지, 말할 때도 쓰읍~ 소리를 내면서 침을 빨아들이곤 했다. 키스하고 나면 입 주변에 침이 많이 묻어 있었는데 그 침냄새가 너무 싫었다.  어쩌다 사귀게 된 사이였다. 이런 마음으로 계속 만나는 건 의미가 없다 싶었다. 무엇보다 더 이상 침냄새를 견딜 수 없다 생각했다. 그렇게 헤어질 결심을 할 때쯤 남자친구에게서 내 친구 냄새를 맡았다.

비 오는 것, 어두운 것을 좋아하는 친구였는데 묵직하고 축축한 비 냄새가 나는 친구였다. 

남자친구에게서 왜 그 친구 냄새가 났을까?  잠깐 생각하고 지나쳤었는데 얼마 후, 그 친구가 따로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다.

“오빠랑 내가 많이 친해지고 있었는데, 지난번 비 오는 날, 새벽에 술 먹고 사건이 좀 있었어. 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얘기를 듣고 담담하게 “그랬구나”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 문을 열고 나와 바로 앞에 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다. 자리에 앉아 버스 창 밖을 보는데 아무 느낌이 없었다.

‘그래, 그 오빠랑 잘해봐, 이제 더는 그 침냄새를 맡지 않아도 되겠구나.’ 

이별이라고 할 수도 없을 만큼 아무렇지 않게 헤어졌다.     

.

.

남편과 결혼한 이유도 냄새 때문이었다. 남자들에게선 특유의 냄새가 났다. 땀냄새라고 해야 할지, 홀아비냄새라고 해야 할지 모를 냄새가 났다. 남편에게선 그 냄새가 나지 않았다. 향수를 뿌리는 사람도 아니었고 스킨로션을 잘 바르는 사람도 아니었다. 가끔 오래된 옷에서 나는 냄새가 희미하게 나기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남편에게선 냄새가 나지 않았다. 보고 싶어 죽을 것 같은 감정은 아니었다. 함께 할 때 불편하지 않았고 성실했다. 무엇보다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남편과 결혼할 이유는 충분했다. 

작가의 이전글 로맨스는 필요 없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