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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요주 Mar 19. 2020

20191030 환대의 사회학, <컴 프롬 어웨이>

삑사리 여행기

토트넘 코트로드 역에서 나오면 < 프롬 어웨이> 오픈런 되고 있는 피닉스 극장이 바로 보인다. 피카딜리 서커스 한복판은 아니지만  극장 역시 1930년에 완공되어 지금까지 영업 중인 웨스트엔드 극장이다.




런던에 왔으니 뮤지컬  편은 봐야겠다 싶었지만  집어 어떤 극이 마음에 들어오진 않았다. 그렇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모르긴 몰라도 지금도) 내한할 가능성이 있는 유명한 극은 피해서 봐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적당한 가격에 구한 뮤지컬은 < 프롬 어웨이>. 2013년에 초연을 올린  뮤지컬은 9·11 테러로 인해 미국 영공 비행 금지 명령이 떨어졌고, 캐나다 뉴펀들랜드주의 갠더 공항에 비상 착륙한 항공기의 실화를 기반으로 수일 동안의 이야기를 그린다.



9·11 테러는 특히 미국인들에게는 잊으래야 잊을  없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뮤지컬은 비극적인 어둠 속에서도 아픔을 겪는 사람들을 ‘환대하는 방식으로 희망의 가능성을 조명한다. 지금만큼 통신이 자유롭지 않았던  당시에 낯선 곳으로 불시착한 사람들을 갠더 마을 주민들은 ‘환대한다. 파업 중이던 버스 기사들은 비행기 승객들을 마을로 이송하고 교회나 마을 회관을 개방하여 그들을 수용한다. 각기 다른 언어를 쓰는 승객들을 위해 통역과  나라 전통 음식을 준비해주기도 한다. 이렇게 같이 보낸 5   항공국 허가를 받고 다시 돌아가는 승객들은 비극과 온정 사이에서 삶의  자리가 조금 달라진 것을 느낀다. 요컨대 그들이 나눈 우정과 사랑은 진심 어린 절대적 환대에서 시작되어 피어난 것이다.



<사람, 장소, 환대>라는 책에서 작가는 타자에게 자신의 자리 일부를 무조건적이고 완전히 내어주어 그들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절대적 환대로 규정한다. 천재지변으로 인해 고립된 사람들은 단순히 갠더 마을에 수용된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생존권 보장과 더불어 심적인 위로를 통해 잠시나마 그들이 갠더 마을의 일원인 것처럼 느끼게 된다. 분명 테러는 끔찍한 일이었지만, 난데없는 횡액을 당한 이들을 향한 따뜻한 ‘환대 통해 그들은 더욱 값진 우정을 선사받았다.  극에서 보여준 '환대' 예시는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키워드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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