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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술(한국술)의 현재와 미래

한국술의 발전과 세계화를 위해!

by 전재구

최근 한류가 대단하다. 가히 'K' 열풍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현재 K-팝과 K-드라마를 비롯한 K-문화, K-뷰티, K-푸드의 인기가 대단하다. 우리가 자주 먹는 김치, 비빔밥, 불고기, 김밥, 떡볶이가 전 세계인의 음식이 되고 있다. 이제는 K-술이 나가야 할 차례이다. 한국 음식에는 한국 술이 당연한 이치이다. 다만 단순히 술을 술로서만이 아니라 음식이자 문화, 그리고 산업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K-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살펴본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지만 개인의 의견임을 미리 밝힌다.


명절에나 마시던 ‘아저씨’ 술로 여겨지던 전통주에 변화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전통주를 만드는 사람들도 젊어지고 있고, 전통주를 마시는 사람들도 젊어지고 있다. 소위 말해서 과거에 젊은 사람들은 평소에 잘 마시지 않던 전통주가 이제는 ‘핫(Hot)’하고 ‘힙(Hip)’한 주류가 된 것이다. 심지어 박재범, 임창정, 김민종, 김보성, 성시경, 최자, BTS 진 등 연예인들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술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빠른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전통주를 마시는 방법은 별로 변화가 없다. 소비자에게 내가 만든 술을 가장 맛있게 마시는 방법과 원액으로 마시는 방법 이외의 다양한 음용 방법을 제시해 주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모든 술은 가장 맛있는 온도, 글라스, 안주가 있고, 마시는 방법도 원액(Neat), 물(Water), 얼음(Ice), 칵테일(Cocktail)이나 하이볼(Highball) 등 다양하다. 이제는 내수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을 생각하고 긴 호흡을 가져가야 할 때인데, 1차적으로 현지인의 입맛에 맞는 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당히 많은 외국인의 경우 칵테일이란 음료에 아주 익숙하다는 것도 잘 활용해야 한다.


K-술의 현재

K-술의 현재를 먼저 짚어 본다. 2023년 말 기준 전체 주류 시장의 규모는 10,069,489백만 원이고, 법률상 전통주(민속주+지역특산주)는 147,531백만 원이다. 즉, 전통주 시장 규모는 전체 주류 시장의 1.46%가 조금 넘는 정도이다. 그나마 2017년 400억 원이던 전통주 시장이 2022년 1,629억 원으로 무려 4배 이상 성장을 했고, 이 과정에서 드디어 2021년에 출고금액 기준으로 전체 주류 시장에서 1%를 넘었다. 2023년 말 기준 전체 전통주 양조장 숫자는 1,812개(민속주 46개, 지역특산주 1,766개)이다.


여기서 법률상 전통주의 기준이 궁금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법률상 전통주는 무형유산 보유자가 제조한 술, 대한민국식품명인이 제조한 술, 그리고 지역특산주이다.


무형유산 보유자가 제조한 술은 「무형유산의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된 주류부문의 국가무형유산 또는 시∙도무형유산의 보유자가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라 면허를 받아 제조한 술을 말한다. 국가무형유산으로는 문배주, 면천두견주, 경주교동법주가 있고, 시도무형유산으로는 계명주(경기), 서울송절주(서울), 충주청명주(충북), 보은 송로주(충북), 한산소곡주(충남), 성읍민속마을오메기술(제주), 청주 신선주(충북), 계룡백일주(충남), 삼해주(서울), 향온주(서울), 송순주(대전), 국화주(대전), 하향주(대구), 아산연엽주(충남), 김천과하주(경북), 고소리술(제주), 옥로주(경기), 안동소주(경북), 남한산성소주(경기), 문경호산춘(경북), 금산인삼백주(충남), 안동송화주(경북), 해남진양주(전남), 진도홍주(전남), 청양구기자주(충남), 함양 송순주(경남), 보성 강하주(전남), 여산 호산춘(전북) 등이 있다.


대한민국식품명인이 제조한 술은 「식품산업진흥법」에 따라 지정된 주류부문의 대한민국식품명인이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라 면허를 받아 제조한 술을 말한다. 명인주는 제1호 송화백일주(조영귀, 전북 완주군), 제2호 금산인삼주(김창수, 충남 금산군), 제4-가호 계룡백일주(이성우), 제6호 안동소주(박재서, 경북 안동시), 제7호 문배주(이기춘, 경기 김포시), 제9호 전주이강주(조정형, 전북 전주시), 제10호 옥로주(유민자, 경기 안산시), 제11호 구기자주(임영순, 충남 청양군), 제13호 민속주왕주(남상란, 충남 논산시), 제17호 김천과하주(송강호, 경북 김천시), 제19호 한산소곡주(우희열, 충남 서천군), 제20-가호 안동소주(김연박, 경북 안동시), 제22호 추성주(양대수, 전남 담양군), 제27호 솔송주(박흥선, 경남 함양군), 제43호 감홍로주(이기숙, 경기 파주시), 제48호 죽력고(송명섭, 전북 정읍시), 제49호 산성막걸리(유청길, 부산 금정구), 제61호 병영소주(김견식, 전남 강진군), 제68호 오메기술(강경순, 제주 서귀포시), 제74호 설련주(곽우선, 경북 칠곡군), 제79호 연잎주(김용세, 충남 당진시), 제84호 제주고소리술(김희숙, 제주 서귀포시), 제88호 청주신선주(박준미, 충북 청주시) 등이 있다. 무형유산 보유자와 식품명인이 국산 농산물로 만든 술을 합쳐서 민속주라고 부른다.


지역특산주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제3조에 따른 농업경영체 및 생산자단체와 「수산업∙어촌 발전 기본법」 제3조에 따른 어업경영체 및 생산자단체가 직접 생산하거나 제조장 소재지 관할 특별자치시∙특별자치도∙시∙군∙구(자치구를 말한다. 이하 같다) 및 그 인접 특별자치시∙시∙군∙구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한 술로서 제8조에 따라 특별시장∙광역시장∙특별자치시장∙도지사∙특별자치도지사(이하 “시∙도지사”라 한다)의 제조면허 추천을 받아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라 면허를 받아 제조한 술을 말한다. 박재범의 원소주, 성시경의 경탁주, 김민종의 하늘아래서, 최자의 분자 등이 이에 해당하며, 충북 영동, 경북 영천, 경기 안산 등지에서 생산되는 한국와인도 지역특산주로서 전통주의 범주에 들어간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특히 20-30대 젊은 층의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주종 중에서 전통주만 통신판매가 허용되어 있다는 점, 박재범을 비롯한 연예인(셀럽)들의 전통주 출시, 프리미엄 막걸리 등 전반적인 주질이 상향 평준화 등의 영향이다. 인기를 얻으면서 젊은 양조인들이 폭증했고, 따라서 용기, 라벨, 마케팅 등이 예전보다 세련되게 바뀌었다. 각종 주류 박람회의 통계만 봐도 확연히 드러나는데, 예를 들어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주류 박람회인 '2024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 통계를 보면 박람회 기간 3일 동안 총 54,757명이 관람을 했는데, 이들 중에서 20-30대가 79.0%, 전체의 64.3%가 여성이었다. 필자의 주류 클래스에도 젊은 층과 여성들이 주로 왔기 때문에 체감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연예인들은 왜 지역특산주로서 전통주를 만들까? 필자는 전통주 강연을 할 때 지난 2022년 5월 24일 자 한겨레신문 기사에 나왔던 문제를 내곤 한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음 중 전통주는? ①장수막걸리 ②원소주 ③화요 ④백세주’ 결론을 말하자면 박재범의 원소주는 ‘지역 특산주’로서 법적인 전통주에 해당하지만, 우리가 평소에 자주 마시는 막걸리 업계 1위 ‘장수막걸리’와 전통 방식으로 만든 증류식 소주 ‘화요’, 그리고 고려시대 명주 백하주의 생쌀 발효법을 복원해 빚은 30년 전통의 ‘백세주’는 법적으로 전통주가 아니다. 장수막걸리는 원재료에 수입산 쌀이 포함돼 있고, 백세주 역시 원재료 가운데 전분이 수입산이다. 화요는 생산 주체인 광주요 그룹이 농어업경영체 및 생산자단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통주(민속주+지역특산주)는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전통주 산업법), '주세법',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주세 경감(최대 50%), 통신판매 허용, 제조시설 기준 완화, 제조자 직접 판매 허용 등의 혜택을 받는다. 전통주는 그래서 일반 주류와 달리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고 당일 배송 및 정기 구독 서비스도 활성화돼 있다. 연예인 등 유명인이 농업회사법인을 만들고, 지역의 농산물을 사용해서 지역특산주(법률상 전통주)가 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통주의 이런 인기와 함께 지난 2024년 9월 24일 전통주 큐레이션 및 유통 플랫폼인 '대동여주도'가 신아주 그룹으로부터 1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가 전통주를 구입하는 장소로 1위가 대형마트, 2위가 편의점, 그다음이 일반슈퍼, 온라인마켓 순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전통주 구입 시 불편한 점으로는 전통주가 다양하지 않거나(23.4%), 전통주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점(23.0%), 판매하는 곳이 많지 않거나(20.2%), 전통주 정보 부족(20.2%) 등으로 나타났다.


2025년은 주류 시장에서도 변곡점이 될 듯하다. 한국주류수입협회 통계를 보면 코로나가 해제되고 2022년에서 2023년을 거치면서 위스키 시장과 와인 시장은 반토막이 났다. 2022년 266,303천 불이던 위스키 수입 금액은 2023년 133,297천 불로 49.9% 감소했고, 2022년 581,361천 불이던 와인 수입 금액은 2023년 273,900천 불로 무려 52.9% 감소했다. 어찌 보면 코로나 시국에 비정상적으로 팽창한 주류 시장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업계에 충격이 너무 크다. 와인숍(주류숍), 레스토랑, 바 등 일선의 많은 매장이 문을 닫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전통주는 와인이나 위스키 등 다른 주류에 비해 체감이 덜 할 수 있지만, 일선 전통주점이나 전통주 보틀숍들과 거래를 많이 하는 생산자들은 그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 금년에도 많은 매장들과 소규모 양조장들이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술 박람회의 부스 매출도 예년만 못할 것이다. 금년은 행사도 가려서 나가지 않으면 인건비도 건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만약 비주류 중심의 박람회 특히 커피 박람회에서 주류 부스를 운영한다면 다른 술 박람회와 같이 부스를 꾸미지 말고, 카페를 운영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면 좋을 것이다. 즉, 단순 술 시음만 하지 말고, 요즘 매출이 좋지 않은 카페 운영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신메뉴(하이볼 등)를 제안해 보면 단순 구매 외에 납품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매출이 떨어진 카페 오너들이 주류 판매 혹은 신메뉴 개발을 위해 칵테일(하이볼) 수업에 많이 오고 있다. 당연히 개발된 레시피도 제공을 해야 한다. 비주류 박람회라고 해서 내 부스가 그냥 ‘구색 갖추기 용’이 아니라 내 부스도 그 행사의 주인이 되게 만들어 보시라. 양조장들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는 물론이고, 정확한 타게팅,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마케팅, 충성 고객 확보 및 관리가 절실한 한 해가 될 것이다.

K-술의 미래에 대한 제언


현재 케이팝(K-pop)과 K-드라마를 비롯한 K-문화, K-푸드의 인기가 대단하다. 이제는 K-술이 나가야 할 차례이다. 한국 음식에는 한국 술이 당연한 이치이다. 다만 단순히 술을 술로서만이 아니라 음식이자 문화, 그리고 산업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


먼저 전통주의 개념과 범위 재설정에 대한 검토와 토론도 활발하게 진행이 되어야 할 시기이다. 그리고 한국 술에 대한 수출 규제 완화와 한국술 수출업체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전통주 대중화에 대한 비전과 함께 명품 전통주를 육성해야 한다. 대중적인 제품은 물론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해야 하며, 합리적인 적정 가격 구축도 중요하다. 다양한 마케팅 전략과 홍보가 필요함은 물론이고,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20∼30대 젊은 층 맞춤형 전략도 필요하다. 이와 연계한 스토리텔링(Storytelling)도 필수이다. 단순히 비싸다고 명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고가품과 명품은 엄연히 다르다. 명품이 되려면 스토리텔링 등을 통해서 오랜 기간 브랜딩(Branding) 작업이 필요하다.


한식과의 페어링 개발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해외 한식 레스토랑을 통한 한국술 홍보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유명 셰프와의 협업도 필요하다. 한편, 한국술에 대한 인지도도 꾸준히 쌓아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지속적인 해외 유명 품평회 출품 및 수상도 아주 중요하다. 이런 수상 실적 또한 제품에 대한 스토리가 될 수 있다. 판매를 하는 입장에서는 수상 실적과 같은 셀링 포인트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국제 한국술 품평회 혹은 국제 한국술 칵테일 경연대회를 개최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술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식음 업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국술 마스터 클래스와 같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용을 해서 한국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이런 일련의 활동들을 통해 한국술에 대한 인지도와 이해도를 높이는 작업이 꾸준히 진행되어야 한다.


전재구(한국음료강사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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