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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나무 Jun 08. 2024

쑥국

  자려고 누웠다가 엄마 전화를 받았다.

  "얘 방금 쑥국 끓였는데 기가 막히게 맛있다. 왜 지난번 네가 갖다 준 쑥국 말이다."

  몸을 일으켜 침대 등받이에 기대 나는 깜짝 놀랐다. 오월 중순쯤 갖다 드린 건데 그걸 지금에야 드다니. 짜를 짚어보니 름이나 지났다.

  ", 안 상했어요?"

  "아 말짱해. 냉장고 깊숙이 둔 거라 괜찮. 들깨가루 더 넣어 끓였더니 아주 맛있어. 쑥 냄새가 어째 이래 진하다니."

  아버지가 지금 국에 밥 말아 맛있게 드시고 있다고, 엄마가 말을 이었다. 그러더니 전화를 아버지 가져가 대어 드리는 모양이었다. "둘째 딸이잖아. 이 가져온 딸. 이름 불러 봐."  내 이름을 또박또박 말했다. 그러자 갑자기 아버지가 내 이름을 불렀다. 두 번이나 큰 소리로 또렷이.


  새벽에 눈을 떴을 때 그 음성이 다시 리는 것 같았다. 내 이름을 부르던 아버지 음성. 뭐라 말할 수 없던 그 순간의 감정도 일깨워졌다. 아버지가 건강하다면 그저 반갑고 좋았을 것이다. 인지 기능이 많이 약해진 아버지는 지난 오월 찾아뵈었을 때 나를 모르는 눈치였다. 간밤에 내 이름도 책을 읽듯 또박또박 두 번 말했을 뿐 "네. 저예요. 쑥국 드시는 거예요?" 내가 얼른 말을 붙였을 때  이상 다른 은 없었다. "얘 거긴 아직 쑥 많이 나지? 단오 전까진 약효 좋으니 부지런히 해서 먹어라." 엄마가 말을 고 있었다.


  통화는 길지 않았다. 이어진 엄마 말에 짧은 대답을 한두 마디 하다 끊게 되었다. 잘 시간엔 말이 길게 나와 주지 않는다. 더구나 낮에 일을 좀 넘치게 했다. 마당이며 길섶 풀정리를 하다 내친 김에 감자를 심은 아래밭과 딸기밭 너머 둔덕까지 미친 듯 풀베기를 했다. 일이 좀 되는 날이었다. 평소 꾸준히 손질을 하면 좋으련만 꼭 몰아서 일을 하고 뻗어버리게 된다. 어찌나 피곤한지 날이 어둡기도 전에 커튼 치고 누웠다가 받은 전화였다.


  그래도 밖이 어둑했으니 밤 여덟 시는 넘었을 텐데 왜 늦은 시각 저녁을 드셨을까. 래된 쑥국을 먹고 탈은 안 났으려나. 물을 추가해 끓일 수 있도록 장용으로 진하게 만들어서 괜찮을 것 같긴 했다. 새벽 시간은 묘하다. 생각 자막처럼 흘러가고 나는 그걸 읽는다. 쑥은 보약이니 보이는 대로 먹으라고 엄마는 늘 딸들에게 말했다. 즙을 내어 아침 공복에 한 컵씩 마시면 속도 편안해진다고. 어릴 때부터 나는 위장이 좀 민감했다. 병 속에 든 하얀 암포젤엠자주 숟가락에 따라 마다. 커서는 약으로 된 제산제를 비해야 안심이 되었다. 산골에 온 뒤 봄이면 돋는 쑥으 쑥즙을 내어 빈 속에 마셨다. 효과가 있었다. 몇 년 지나지 않아 제산제는 끊게 되었다.


  새벽 시간은 묘하다. 름이 제멋대로다. 어린 날의 어느 순간이었다가 중년 어느 하루였다가. 커튼 너머 날 밝아오고 있었다. 새벽  되지 않아 깨어났는데 다섯 시 었다. 느린 건가 빠른 건가. 갑자기 시작된 새소리가 어둠을 빠르게 걷어 고 있었다. 명랑하게 들리는 작은 새들 소리. 그 사이로 깊은 산이 숨을 쉬는 듯 차분한 뻐꾸기 소리도.

  쑥국 쑥국.



  


저장용 쑥국은 콩을 삶아 간 뒤 소금을 넉넉히 넣고 끓이면서 생쑥을 넣어 졸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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