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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lking Disciple Aug 04. 2022

책을 선물한다는 것

한 권의 책이 알려주는 인간관계의 깊이

벌써 2년 전일이다.

교류하고 지내는 작가님으로부터 책을 보내줄 테니 주소를 알려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반갑고도 놀라웠던 이유는 비단 책을 선물 받아서라기보다는 데뷔작을 출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작가님 입장에서는 다를 수도 있겠다)

신간이 나온 것 때문이었다.

작가와 독자가 한 권의 책으로 교감할 수 있는 깊이를 여실히 보여줬던 ‘십이월의 아카시아'

지금도 한 번씩 찾아보는 소장도서가 되었기에 두 번째 작품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작가님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요리 에세이를 들고 돌아온 것이었다.

'밥을 짓읍니다'는 엄마와 딸의 끈끈한 유대감을 보여주는 스토리를 바탕으로 요리 레시피가 어떤 방식으로 인간관계를 더욱더 풍요롭게 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수행하는지 따듯한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유대감이란 것이 부모 - 자식 간의 관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부분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예상치 못한 반가운 선물에 나는 다시금 사람의 삶이라는 뜨겁고도 고요한 세계로 빠져들어갔고

나와 내 주변 사람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문학이란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나는 법이니까.


살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책을 선물했다.

각자의 기호를 일일이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분명 존재하지만 그래도 책 선물이라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좀 더 풍요롭게 해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나에게 책을 선물한다는 것은 곧 지속 가능한 인간관계를 뜻하기도 했다.


참 아이러니한 것은 책 선물이 책에 대한 감상평이나 책을 중심으로 한 대화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책에 대한 접근 방식과 시선은 모두가 다르겠지만 영화를 보고 각자의 감상을 논하듯이

독서도 감상에 대한 공유와 사유가 가능할 것인데 흔하지 않다는 점이 신기하면서도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항상 즐겨있는 톨스토이의 책을 읽고 선물해보니 이 부분이 더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명저를 통해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은 분명히 많을 것이다.

권선징악과 같이 결론이 정해져 있는 소설이 아닌 한 사람의 인생 여정에 따라 그리고 나이를 들어감에 따라 사유하는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선물 받고 답한 사람은 딱 두 명이었다.

한 사람은 개인사와 직장 생활에 이미 번아웃이 된 상황이었는데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아 이직하기 전에 선물로 줬는데

굉장히 반가운 대답이 돌아왔다.

"한 번만 읽고 끝낼 책은 아니네요. 앞으로 계속 읽어보려고요."

친밀하고도 깊은 대화는 보통 짧은 인사나 한 두 마디의 문장으로 시작되지 않던가?

이 젊은 친구가 겪고 있던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가고 있는지,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오히려 내가 한 수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으로 이어졌다.

다른 한 명은 외국인 친구였는데 커리어를 쌓으며 중요한 선택을 앞둔 시기에 이 책을 선물하게 되었는데 신기하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해왔다. 한 번만 읽고 끝낼 책이 아니라고...


책을 선물받는 순간에는 다들 고마워한다. 당장이라도 책을 읽을 것처럼 의지를 불태우기까지 한다.

하지만 독서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책을 덮은 후에 펼쳐지는 삶을 대하는 자세가 아닐까?

그리고 그러한 경험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자신과 맞는 관계를 냉철하게 파악할 수 있다.


책을 선물해보라.

인간관계의 지속가능 여부가 빠르게 판단될 것이다.

남녀노소라는 피상적인 관계를 떠나, 적어도 대화와 사유가 가능한 관계라면 분명 책은 온전한 매개체 역할을 해줄 것이고 관계를 더 깊고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다.

책 한 권에도 제대로 답할 수 없는 사이라면 굳이 시간과 힘을 쏟을 필요가 있을까?

더 이상 명확할 수 없을 정도로 답은 명쾌하다.

다시 돌이켜보니, 책을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을 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참 감사하고도 다행스럽단 생각이 든다.

오랜 작업 기간을 거쳐 올해 말부터 출간될 책들을 뿌듯한 마음으로 선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들이 의미 있게 읽어만 준다면 백만 권이 팔리는 것보다 더 큰 기쁨으로 다가올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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