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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렌 Dec 20. 2020

재난지원금을 받고 정신과에 갔다

2편 2020-05-29

    

불안상태. 내 진단명이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알 수 없다. 어릴 적 밤마다 엄마가 진짜로 집에 돌아오지 못할까봐 귀갓길 사고를 걱정하던 때부터일까. 엄마나 아빠가 재워줄 때면 혹시 엄마나 아빠가 먼저 죽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으로 밤을 지새던 때부터일까. 아니면 고등학교 때 반장이 되고 나서 알 수 없이 새벽 3시면 눈이 떠지던 그때부터였을까. 공부 빼고 다른 걸 해야 숨이 쉬어졌던 고3때부터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불을 켜지 않으면 잠들지 않았던 더 오래전 옛날부터였을까. 아니면 취업 기로에 서서 불안에 떠는 지금 이 상황에 머무르는 병일까. 그건 잘 모르겠다.     


드라마 중에 <괜찮아 사랑이야>를 가장 좋아했다. <괜찮아 사랑이야>를 좋아했던 가장 큰 이유는 한때 내가 섹스를 못하는 여자였기 때문이고. 그게 이상하지 않다고 말해주는 드라마여서 좋았다. 극 중 여주인공 공효진은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였다. 그땐 내가 불안장애일 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이상하게 그때부터 이입이 잘됐다. 그때부터였나.     


마음이 아프니까 다른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조인성이 공효진에게 이별을 고하는 장면이다. 극중에서 조인성은 스키조를 앓고 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시골로 내려가서 혼자 치료받겠다고 말한다. 어릴 땐 사랑하는데 왜 헤어지나 궁금했다. 조인성은 이런 말을 한다. 

“내가 너랑 앞으로 결혼하고 당당해지려면 너랑 헤어져서 병을 나아야겠다고” 


아직 사랑이 뭔진 모르겠지만 나도 가족에게 비슷한 마음이 든다. 온전히 내가 병을 다스려서 내가 충분한 것만으로 사랑을 전하고 싶다.      

사랑은 그냥 그 사람이 혼자서도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인 것 같기도 하다. 나 없이도 온전하길. 무탈하길 비는 마음. 그게 진심인 게 사랑인 것 같다. 그리고 그게 진심인 건 참 어려운 일이다. 병원에 다닌다는 걸 알리고 지지를 받으면 좋겠지만, 그 지지는 오빠나 친구에게 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래도 나는 정말 운이 좋은 편이다.     


이 글을 언제 발행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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