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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혁 Nov 08. 2021

"필연 아닐까요?"

“우산이 있는데 비를 맞는 사람이 어디 저 하나 뿐인가요?”

"그래도 언니가져."

“우산이 있는데 비를 맞는 사람이 어디 저 하나 뿐인가요?”


영화는 끝났지만 기억에 남아있는 대사가 있다. 살아있는 대사들은 영화는 끝나도  생활 속에 담겨 재생된다. 어떤 장면을 바라볼 때 어떤 영화  장면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면  영화는 관객의 마음에 남은 영화일 것이다. 아무튼 클래식은 그래서  마음에 살아있다. 나는 보고 싶은 장면이 있는 영화를 다시 본다. 오로지 보고 싶었던 장면 때문에 보게 되는 영화가 있다. 장면과 대사, 모든 것이 틀어 맞는 우연을 만들어  영화는 숨쉬고 있다. 아무튼 처음에 나오는 미광이야기부터  시절 손예진과 우리  뒤에서 맨날 농구하던 나의 고교 선배 인성이 , 그리고 이제는 나의 황시목 검사인 승우 형까지 이렇게 완벽한 젊음을   있을까. 나는  영화를 사랑한다.


영화 클래식을 보고 있으면 그 시절로 돌아간다. 살아본 적 없는 70년대로 여행하고 코찔찔이였던 이천년대 초반으로 돌아간다. 깜빡이는 가로등처럼 깜빡깜빡거리며 다가오는 장면들은 “태양이 바다에 미광을 비추면 나는 너를 생각한다.”라는 독백으로 시작한다. 촌스러워 보이는 미광이란 단어의 뜻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네이버 검색이 필요했다. 미광(微光), ‘아주 희미하고 약한 불빛’ 영화는 약한 불빛에서 시작된다. 약한 불빛은 무엇을 의미할까. 사랑이 일어나는 부싯돌 같은 그런 불빛인가. 아무튼 사랑에 관한 영화를 생각하면 클래식이 마음속에 미광으로 남아있다.


"우산이 있는데 비를 맞는 사람이 어디 저 하나뿐인가요." 라는 대사에서 좋아하던 여자아이가 아르바이트하던 패밀리 레스토랑 앞에서 우연히 마주치던 것이 생각났다. 그 아이가 아르바이트 끝나던 시간에 우연히 마주쳐 그녀의 집 근처까지 걸어가던 시절이 생각났다. 가슴이 찌릿찌릿했다. 서로의 집이 근처에 있어서 십분이라도 함께 걸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여전히 집도 그녀도 가까워서 다행이다.


영화에서 준하(조승우)는 주희(손예진)에게 주희의 우리 둘 다 수원에서 온 것이 우연이라는 말에 “필연 아닐까요?”라고 말을 한다. 모든 사랑은 사실 필연이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 모든 사랑은 만나게 되어있다. 내가 좋아하는 여자아이 마주치기 위해 아르바이트 끝날 때까지 그 앞에서 기다린 것처럼 모든 사랑은 사실 계획되어있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다.


아무튼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비를 맞기 위해 우산을 버리는 사람이 있다. 인성이 형도 그렇고 예진 누나도 그렇고 비를 맞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있을 핑곗거리를 찾는 것이 우산보다 우선이었다. 탈모 걱정을 하는 요즘 비를 맞아도 좋은 순간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뿐이다. 내 오른 어깨가 젖어도 좋은 것처럼 비를 조금 맞아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면 괜찮은 것이다. 사랑이 무엇이길래 사람은 비를 맞을까. 비를 맞아도 좋은 너와 함께하는 시간일까, 아니면 너와 함께하면 비를 맞아도 좋다는 것일까. 아무튼 우산을 쓰지 않아도 괜찮은 순간들이 있다. 마음에 비가 내릴 때 우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산보다 같이 비를 맞아주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인 장마다. 아무튼 마음속의 미광은 마주침에서 생겨난다. 우연히든 필연이든 마음의 미광이 있는 순간 우리는 같이 비를 맞아도 좋은 사이가 된다.


좋은 영화는 그냥 갑자기 봐도 마음이 뭉클해진다. 거기다 좋은 음악이 더해지면 눈에 홍수가 난다. 클래식을 볼 때 마다 드는 생각이다.


'아무튼 광석이 형은 왜 그렇게 빨리 갔을까?'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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