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소진 대작전.
몇 주 전 토요일 늦잠을 몰아자고 부은 몸을 이끌고 집안일을 하고 있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동생이 온다는 전화였다. 못 본 지 한 달은 넘은듯했다.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공항에서 캐리어를 도둑맞아 속이 탄다는 통화를 몇 주 전에 했을 뿐이었다. 동생은 늘 무언가 보냉백 가득 들고 온다. 김치나 쌀이 들어있을 때도 있고 야채 같은 풀종류나 감자나 고구마 같은 구황작물을 담기도 한다. 간혹 김치를 담아서 가져올 때도 있다. 맛은 없지만 최상급 재료를 사용했으니 가치를 맛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오묘한 압박을 가하면서.
동생이 지하주차장에 도착하면서부터 집에 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지하주차장, 공동현관, 그리고 우리 집 현관까지 더운 날씨에 고상한 사모님 복장을 하고 늘 가지고 다니는 보냉백을 핸드백처럼 팔에 끼고 들어섰다. 과일들과 야채들이 나왔다. 그중 부추와 방아잎은 양이 너무 많았다. 부추는 쉽게 물러지고 방아잎은 난감했다. 향이 강한 채소들은 아이들은 먹지 않는다. 나는 저녁을 먹지 않기 때문에 집에서 식사를 하는 것은 주말뿐이다. 냉동을 하면 금방 음식물쓰레기통으로 들어갈 것 같았다. 고민 끝에 부침개를 만들기로 했다.
저녁은 먹지 않지만 동생 덕분에 작은 방아전 한 장과 직접 따온 방울토마토도 맛있게 잘 먹었다.
매년 여름이면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을 뵈러 4남매가 모인다. 올해는 이번 주말에 날을 정했다. 시골의 텃밭에서 자라는 방아는 정글에서나 볼법하게 잎이 크고 향도 강하다. 마당에 앉아 방아전을 부쳐 식구들끼리 옛이야기를 하며 맛을 나누고 싶지만 아직 여름이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맞으며 금방 구워낸 방아전을 먹을 것이다. 방아는 전으로 먹으면 달다. 경상도 말로 달짝찌근해서 생으로 국에 넣어 먹을 때보다 먹기가 편하다.
이 여름이 가기 전에 방아한주먹 넣은 방아전 꼭 한번 맛보길 바란다. 단언컨대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