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자.
옷은 갈아입었지만 오만가지 내적갈등은 여전해 책상에 앉아 멍을 때리다가 책을 보다가 휴대폰을 보다가 결국은 요가를 하러 일어났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가는 것이 보면 싫지는 않은 것 같다. 오늘은 생각보다 많은 회원들이 오지 않았다. 열명 넘게 수업을 받는데 드문 드문 이 빠진 자리가 보인다. 이런 날이면 몸과 마음이 한껏 움츠려 든다. 거기다 보고 따라 할 사람이 옆에 없으면 속도가 느려져 동작을 놓치고 만다. 그래도 열심히 할 밖에.
뭐든 처음 5분, 10분이 고비이다. 마음 같아서는 아픈 척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 침대와 한 몸이 되고 싶지만 이미 강사 선생님이 매트에서 시연을 하고 있다. 쉴틈 없는 수업을 억지로 억지로 따라 한다. 그렇다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마음은 이미 나는 프로가 된 지 오래지만 거울에 비친 나는 참으로 오래 바라볼 수 없을 뿐이다. 동작이 잘 되지 않는 날이면 더 속상하다. 몸이야 벌써 굳어 살려달라고 고함소리가 들리지만 마음까지 반토막이 나면 다음날 옷을 갈아입는 시간도 길어지고 전날 만신창이가 된 거울 속 내 모습이 생각나 괜히 딴짓을 하며 느릿느릿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한 번도 수업을 빠진 적이 없지만 오늘은 정말 딱 하루 빠져볼까? 깊은 소용돌이가 일어난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고 알레르기로 재채기도 심해지고 콧물이 나고 있으니 더 그럴싸한 핑계가 된다. 이렇게 몸과 마음이 한 몸으로 수업을 거부하면 머릿속으로 피 같은 월급으로 농땡이를 친다 위험신호를 보낸다. 매트를 끌고 현관까지 가서 신발을 신으면서도 내적갈등은 계속된다. 요가실에 도착해 내 자리가 비어져 있는 게 보이면 늑장을 부린 내가 부끄럽다. 그래 어차피 할 거 잘하지는 못해도 열심히라도 해야지. 그래 돈값은 뽑고 가야지. 그래야지. 말린 어깨와 틀어진 골반을 생각해. 나한테 내적갈등은 사치다. 사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