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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ka Apr 01. 2022

실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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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가 두려웠습니다.

스스로는 별일 아니라며 다독거렸고, 주위에서도 괜찮다고 했지만

저는 실수를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실수를 한 날에는 자책하고 괴로워하며 실수했던 상황을 복기하고는 했죠.

제 마음 깊은 곳에선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수 없이 잘 해내야, 더 가치 있고 더 의미 있는 사람이 된다고 믿었나 봅니다.

사회가 부추긴 영향력도 무시할 수는 없겠죠.

무엇이든 잘해야 '경쟁' 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을 테니까요.

못해도 괜찮다는 말은 겨우 위로의 차원에 머물 뿐입니다.

사실 이 위로는 누군가에겐 필사적인 생존의 영역인데 말이죠.


무수히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지금 우리는 수많은 성공을 마주합니다.

우리는 보인 것만 보죠. 성공이라는 결과에 초점을 맞춥니다.

잘 해낸 사람들의 현재 상태를 궁금해하고 추종합니다.

사실 그들도 사람이니 끊임없는 실수를 반복하며 현 상황에 도달했을 텐데 말입니다.

사회적으로 정의된 성공에 근접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역시 실수와 실패는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정말 운이 타고났다는 말로 밖에 설명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잘 해낸 결과물에 더 집중해서 볼 뿐입니다. 실수와 실패는 그저 용사가 되기 위한 시련에 불과합니다.

잘 해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곧 무용담이 되거나 영웅담이 되죠.

그래서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서사시는 클래식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간질이는 탁월함을 안고 있죠.


 잘 해낸 사람들은 곧장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당신도 할 수 있다."

 맞습니다. 저희도 할 수 있죠. 성공뿐만 아니라 실수와 실패, 그로 인한 좌절감을 겪는 것도요.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종종 실수하거나 실패했다고 느꼈을 때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도망칠 문을 열어두었습니다. 성공적인 결과만 생각하고 기대했으니까요. 실수를 하는 나는 결국 별 볼일 없는 존재가 아닐까, 성공한 사람과는 능력이 부족하거나 다르다는 그런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용납할 수 없었죠. 실수를 인정한다는 건 결국 경쟁에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제 존재가 위협받는 상황이었죠. 제게 실수는 실패였습니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무조건 실수를 합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도 하죠. 실패도 무조건 마주하게 되어 있습니다. 사람이 걸어가는 길 곳곳엔 실수와 실패의 꽃들이 널려있습니다. 우리는 꽃들을 밟으며 나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꽃들을 모른 체 할 수 있을까요. 어느 감각기관 하나를 온전히 차단해도 다른 감각기관이 꽃들의 존재를 상기시켜 줄텐데요. 실수와 실패의 존재를 인정해야겠습니다. 무엇보다 무서워하지 않아야겠습니다. 용기를 내야겠어요.


(사실 실수와 실패는 의미가 조금 다르지만, 같다고 여겨도 괜찮습니다. 실수하면 좀 어떻습니까. 실패하면 좀 어떻나요. 꽃들을 좀 밟고 지나가면 어때요. 때론 독한 향기가 올라오겠지만 인생의 여정을 걷지 못할 정도의 악취는 아니잖아요.)



승자가 있는 상황에 놓인 선수들은 보통 이기기 위해선 실수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틀린 말도 아닙니다. 게임의 승리 룰엔 작은 실수가 패배로 이어질 확률이 크니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승리를 거듭해온 한 플레이어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나도 완벽하지 않다. 실수는 누구나 한다. 하지만 나는 실수를 무작정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 지금 내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건 실수를 했을 때 어떻게 하면 이길 확률을 더 높일 수 있는 행동을 하는가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합니다. 실패 없이는 성공도 없다는 말이겠죠. 어머니 없이 태어날 자식은 없을 테니까요.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실패를 했다는 건, 당신이 무언갈 행동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입니다. 생각을 실행에 옮기고 목표를 향해 나아갔기 때문에 거쳐가는 과정입니다. 수많은 명사들이 성공에 대해 물어보면 이렇게들 말하죠. "일단 해라." 그리고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이 "그리고 꾸준히 해라." 당신은 이미 일단 했잖아요. 만약 꾸준히 해서 꾸준히 실패했다면 정말로 성공한 자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조건을 충족시켜나가고 있는 셈입니다. 성공의 고지가 아직 보이지 않을 뿐, 멀지 않았을 겁니다. 하기만 한다면, 성공할 것입니다. 타이밍이 좋다면 일찍, 아니라면 좀 더 늦게 말이죠. 실패를 겪는 건 힘들고 괴로운 일이며 너무나 쓰지만 살다 보면 그런 과정은 겪었었고 또 앞으로도 겪을 테니 받아들여볼까요. 무서워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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