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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선택 속에서 느끼는 실패의 두려움 다루기

문제 해결을 위한 자기 질문

by 안차

조직 밖을 나와 자립의 시기를 실험한 지도 7개월이 다 되어간다. 늘 누군가와 함께 팀을 이뤄 공동의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것에 익숙했던 지난 10년이 무색해질 만큼, 어느새 나는 성과 지향적인 사람에 많이 벗어난 삶을 살고 있었다.


10년 만의 홀로서기, 알람 없는 아침날,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 인생 첫 수술, 교통사고 처리, 운전 시작, 커뮤니티 커넥터 역할, 나만의 아지트 공간 오픈 등 7개월 동안 여러 초행길을 마음껏 다녀댔다. 7개월 간의 마음 닿는 대로 경험해서 그런지 후회라곤 눈곱만큼도 남아있지 않았다. 지독히 자기 통제형의 인간인지라 큰 계획 없이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늘 안고 살아왔다. 하지만 이번의 쉼은 꽤나 의도적이었다. 의도적으로 유용한 것을 좇지 않으려 했다. 내 몸과 마음 그리고 평범한 일상을 가꿔내려 부단히 애썼고, 내 업과는 반대되는 것에 힘썼다. 대체로 작고 소소하면서, 천천히 흐르고, 돈과는 거리가 먼, 가장 단순하고도 순수한 욕망에 가닿았다.


하지만 원래 기질이 어디 가겠나. 6개월쯤 넘어가니 한 발 물러나있던 불안함과 조급함이, 이따금씩 비집고 들어오더라. 최근 동네 아지트 공간을 기획하고 설계해서 오픈한 지 2주 차가 넘어간다. 지난 두 달은 스스로 데드라인이 있어서 미친듯이 오픈 준비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김없이 몰입하는 일이 사그라드니, 저 밑에 있던 복잡한 생각 덩어리들이 한 번에 올라왔다. 일주일 동안 머리가 복잡해졌고, 생각의 정리를 위해 글을 계속 써봤다.


일본의 호리에 노부히로 코치는 무엇을 선택하는데 어려움을 느낄 때 스스로에게 힌트를 얻을 수 있게 하는 질문을 던져준다.

- [원하는 것] 내가 얻고 싶은 결과는?
- [목적] 나는 왜 그것을 얻고 싶은가?
- [의미] 그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 [실현 전략] 어떻게 하면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가?
- [행동] 지금 내가 할 일은?

<스스로 답을 찾는 힘 - 호리에 노부히로>


문제에 맞닥뜨렸으면 회피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먼저 생각나는 것들을 검열하지 않고 무작정 많이 써 내려갔다. 적고 난 뒤 감정과 에너지를 쓰고 있는 ‘문제’에 대해 하이라이트를 쳐봤다. 역시나 대체로 큰 문제가 아니었다. 생각이 정리되어가자 실체 없는 불안과 걱정에 한 발 물러서게 된다.


- 문제라고 생각하는 상황을 최대한 구체적이고 많이 적어보기

-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것,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것, 장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것,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것. 분류해서 생각해 보기

- 남의 기준이 아닌, 정말 원하고 이루고자 하는 내 진짜 미래의 모습은 어떤지 생각해 보기

- 그리하여 단 하나 가장 중요하고 집중해야 할 목표는 무엇인지 선언하기


정리해보고 나니 최근에 한 고민들이 복잡했던 것은 해당 문제를 피하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으로 해결할 여러 방법을 생각할 시간을 마련하거나, 에너지를 쏟지 않은 것. 동시에 늘 올바른 선택 하기를 원하는 나는, 사실 실패하기를 누구보다도 두려워하는 것 같다. 그러니 과한 시물레이션을 돌리고 완벽하게 정의해서 정답 같은 선택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닐지.


단순히 문제 자체에만 집중하다 보면 거기에 잠식될 수밖에 없다. 작았던 문제도 크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걸까. 그냥 그 시간에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그만인데 말이다. 올해에는 더 단순한 삶을 살아내고 싶다.

그럼에도 이렇게 글을 써서 정리해 본 것은 스스로에게 무한한 칭찬과 인정을 보내주고 싶다. 글쓰기는 감정 해소와 사고의 명료화 등 여러 가지 효용을 가져다주는 게 분명하다. 작년에 처음 시작하는 것들 중에 가장 뿌듯한 일은 ‘여러 형태로 기록하기’를 시작한 것이지 않을까. 이 글 덕분에 최근에 들었던 고민마저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으니, 이제 더 이상 이런 비슷한 고민에 과한 시간과 에너지를 쓰지 않도록 해야지. 또 쓸데없이 무수한 고민들이 찾아오면 이 글을 다시금 꺼내먹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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