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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AI 시대의 채용, 면접관의 진짜 평가 기준

2026년 채용 시장에서 더 크게 요구되는 것들

by 안차
시간이 없는 분을 위한 3줄 요약

1. 전 세계 기업 69%가 AI 활용보다 '분석적 사고'를 1순위 필수 역량으로 꼽았다.
2. 2026년 채용은 경력보다 문제정의/소통/회복탄력성을 더 크게 평가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3. 특정 기술 스킬보다 중요한 건, 얼마나 꾸준히 학습하고 적응할 수 있는가.


7년 동안 채용하며 알게 된 것

리멤버에서는 초기 디자이너로 합류해 채용/팀문화/일하는 방식을 함께 만들어갔다. 그 경험을 품은 채 레몬베이스로 옮겨, 이번엔 첫 번째 디자이너로서 디자인 조직을 바닥부터 직접 세우는 일을 맡게 됐다. 덕분에 두 회사에서 7년 동안 초기팀이 어떻게 성장하게 되는지, 사람들이 모여 팀을 만든다는 게 무엇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몸소 경험할 수 있었던 셈.

그 사이 수만 건의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읽었고, 수천 명의 지원자와 마주 앉았다. 초반엔 채용 경험이 없기에, 나 또한 스펙에 기대어 사람을 골랐다. 어느 회사 출신인지, 포트폴리오가 눈에 띄게 유려한지, 피그마 같은 업무 툴을 얼마나 잘 다루는지. 그런데 몇 년이 지나 함께 일해보고 나서야 깨달은게 있다. 팀을 오래 살아 움직이게 하는 힘은, 그런 표면의 스킬이 아니었다는 것.


생각보다 빠르게 잘 적응한 동료들의 공통점은 이랬다.

"이거 왜 이렇게 하는 건지 설명해 줄 수 있나요?"라고 물을 줄 아는 사람.

피드백을 들었을 때 방어하지 않고, "아...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라고 받아들이는 사람.

모르는 게 있으면 혼자 끙끙대지 않고 "이거 제가 잘 모르겠는데 도와주실 분?"이라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용기.

반면 오래가지 못한 경우는 대부분 비슷했다.

이전 경험은 매우 뛰어났는데, 협업 소통이 잘 안 됐던 사람.

자기 방식만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

피드백을 단순 자신의 공격으로만 받아들이는 사람.


스킬은 가르칠 수 있다. 하지만 함께 자라려는 태도는 어떤 AI 툴로도 배울 수 없는 영역. 결국 사람이 스스로 지켜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AI까지 일하는 시대가 됐다. AI가 더 많은 걸 대신할수록, 나는 역설적으로 그 시절의 동료들을 더 많이 떠올린다. "도대체 AI 시대엔 어떤 사람이 살아남는 걸까?" 7년 동안 채용을 하며 보았던 장면들이 AI 시대를 맞아 다시 선명해지는 중이다.



69%의 기업이 1순위로 꼽은 역량

이미지 출처: World Economic Forum, Future of Jobs Report 2025

WEF(세계경제포럼)가 55개국 1,000개 기업을 조사했다. 2025년 고용주가 필수로 꼽은 역량 1위는 뭘까? AI 활용 능력? 데이터 분석? 아니다. 1위는 바로 분석적 사고(69%)였다. 2위는 회복탄력성과 유연성(67%), 3위는 리더십(61%). AI·빅데이터 활용 능력은 "중요도 상승 속도"로는 1위였지만, "현재 필수 역량" 순위에서는 6위권에 머물렀다.


링크드인은 더 직접적으로 말한다. 2025년 채용에서 가장 부상하는 스킬 10개 중 7개가 소프트 스킬이었고, 1위는 갈등 조정(Conflict mitigation)이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사람인이 231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가장 중요한 인재상 요소는 책임감(31.3%), 소통 능력(30.6%), 긍정적인 태도(26.1%) 순이었다. 학벌, 어학 점수, 자격증은 상위권에 없었다. 더 흥미로운 건 이거였다.

"스펙이 좀 부족해도 인재상이 맞으면 뽑은 적 있다" (84%)
"스펙이 뛰어나도 인재상이 맞지 않아 탈락시킨 적 있다" (79.7%)

내가 채용하면서 느꼈던 것과 정확히 일치한 부분이다. 점점 '조직문화 적합성'이 합격/불합격을 가르는 결정적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AI 시대에도 살아남는 사람들의 공통점 5가지

그럼 AI 시대에 전과 뭐가 달라진 걸까? 맥킨지 보고서에 이런 문장이 있다.

"AI가 문서 작성과 기초 조사를 대신하겠지만, 인간은 문제의 맥락을 설정하고, 질문을 구성하고, 결과를 해석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될 것이다."

AI는 답을 잘 찾는다. 하지만 "이게 진짜 풀어야 할 문제야?"라고 묻는 건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MIT 슬론 연구팀은 이걸 'EPOCH'라는 프레임워크로 정리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다섯 가지 역량

Empathy(공감) : 누군가의 표정에서 불안을 읽고, 회의실의 공기를 감지하는 것.

Presence(현존감) : 그 자리에 있다는 것 자체가 주는 힘. 줌 화면으로는 전달되지 않는 어떤 것.

Opinion(판단) : "이건 옳고 저건 그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AI는 책임을 지지 않기에.

Creativity(창의성) : 있는 것을 조합하는 게 아니라, 없는 것을 상상하는 능력.

Hope(희망) : 끈기, 인내, 주도성. 안 될 것 같아도 해보겠다는 마음.

MIT 연구팀이 950개 직업 유형을 분석했더니, 이 다섯 가지 역량이 모두 고용 성장과 연관되어 있었다. 특히 '희망'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다시 말해 채용에서 실패 경험을 묻는 진짜 이유는, 실패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의 당신이 어떻게 버텨냈는지가 궁금한 것이다.



‘잠재력에 베팅하겠다’라는 말의 의미

*가트너(Gartner)가 흥미로운 데이터를 냈다.

"성장 잠재력을 기준으로 채용된 직원이,
숙련한 역량을 기준으로 뽑힌 직원보다 1.9배 높은 성과를 낸다."

*Gartner: 미국의 글로벌 IT 리서치 및 자문 회사. 전 세계 기업의 기술·HR 트렌드를 분석하는 권위 있는 보고서로 유명함.


그런데 현실에서 잠재력을 중시하는 채용을 하는 기업은 28%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현업 매니저들은 여전히 "당장 투입 가능한 사람"을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 변화 속도가 인재 양성 속도를 앞지르는 시대다. WEF에 따르면, 2030년까지 노동자의 59%가 재교육이 필요하고, 현재 업무에 필요한 스킬의 40%가 변화할 전망이다.


지금 완벽한 역량을 갖춘 사람을 찾는 건 점점 불가능해진다. 대신 빠르게 배우고 적응하는 사람을 찾는 게 현실적인 전략이 되지 않을까? IBM은 2021년에 미국 채용 공고 절반 이상에서 4년제 학위 요건을 삭제했다고 한다. 구글도 여러 직군에서 학위 요구를 없앴고, 미국 기업의 53%가 일부 직무에서 학사 학위 요건을 폐지했다는 조사도 있다.


팔란티어는 아예 대학에 가지 않은 고교 졸업생 22명을 정식 채용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CEO는 이렇게 말했다. "학자금 빚지지 말고 바로 현장에서 배워라." 물론 이건 극단적인 사례다. 하지만 방향성은 분명하다. 공식 자격증보다 실제 역량, 현재 능력보다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



그래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솔직히 말하면 나도 날이 갈수록 급성장하는 AI에 압도돼서 무섭기도 하다. 요즘 기획과 디자인 시안은 AI가 몇 초 만에 뽑아준다. 내가 반나절 걸려 만든 것보다 예쁠 때도 있다. "나는 뭘 잘하는 사람이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결국 기업들이 원하는 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 설득하고 조율하는 사람.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는 사람. 계속 배우려는 사람. AI가 할 일은 AI에게 맡기면 된다. 대신 우리는 AI가 못 하는 일에 더 집중해서 잘 해내면 된다.

회의실에서 미묘한 긴장감을 감지하고 "잠깐, 우리 다른 얘기하는 것 같은데요"라고 말하는 것. 클라이언트가 "아닌 것 같아요"라고 했을 때 왜 그렇게 느끼는지 물어보고 다시 설득하는 것. 프로젝트가 망했을 때 "다음엔 이렇게 해보죠"라고 분위기를 읽어내고, 내 입으로 먼저 말하면서 분위기를 살려보는 것. 이런 현장에선 AI가 못 해낸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이게 바로 기업들이 아직도 찾는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

7년 동안 팀채용을 하고, 5번 이직하고, 수십 개의 채용 트렌드 리포트를 읽으면서 내린 결론은 단순하다. 결국 채용 일은 ‘사람’을 뽑는 일이다. 기술 스펙이나 이력서의 한 줄보다, 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다른 이들과 어우러지는 태도, 성장 잠재력이 합격을 결정짓는다고 생각한다. 면접관이 "AI 얼마나 잘 쓸 줄 아세요?"라고 물을 때, 그건 워밍업이다. 진짜 질문은 그 다음에 온다.


"그래서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일하는 사람인가요?"


이 글을 썼던 이유도 결국 하나였다.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일하는 사람인지” 그것을 스스로 더 잘 말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서다.


7년간 채용을 하면서 아쉬웠던 건, 분명 좋은 사람인데 그걸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는 점이다. 예쁜 시안은 있는데 '왜 이렇게 풀었는지'가 안 읽히는 포트폴리오. 경험은 충분한데 '나는 이렇게 일하는 사람'이라는 문장이 없는 이력서. 결국 서류에서 떨어지면, 면접에서 보여줄 기회조차 없다.


그래서 채용 담당자 시선에서 직접 피드백하며, '합격하는 구조'를 함께 만드는 3주 라이브 챌린지를 열었다. 단순히 예쁘게 다듬는 게 아니라, 문제 정의 → 해결 과정 → 검증까지 — 면접관이 궁금해하는 흐름 그대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시간이다. 혼자 준비하다 막막했던 분들, 혹은 지금 '나는 어떻게 일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고 있는 분이라면 꼭 함께해보면 좋겠다.


서류 통과율을 바꾸는 3주 포트폴리오 클래스



참고 자료: WEF Future of Jobs Report 2025, McKinsey "A New Future of Work", Deloitte 2025 Global Human Capital Trends, Microsoft Work Trend Index 2025, LinkedIn Skills on the Rise 2025, MIT Sloan EPOCH Framework, Harvard Business Review, 잡코리아/사람인/원티드 2025 채용 트렌드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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