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 루틴짜기 3편]문법책 고르는법
코로나 이전의 나는 꽤 성실한 운동인이었다. 주 4회 이상은 헬스나 요가를 했다. 코로나가 터진 후 나의 운동 루틴은 무참히 무너졌다. 약 6개월 동안은 '운동해야 하는데...'를 반복하며 침대와 한 몸이 된 채 홈트레이닝 영상을 관람할 뿐이었다. 이 게으른 시간 동안 꾸역꾸역 운동을 하기 위한 동기가 모였는지 어느 날 갑자기 '이젠 정말 운동을 해야겠다.' 하는 마음이 터져 나왔다. 그날 바로 ㅋㅍ과 ㅈㅅㅁㅅ에서 홈트레이닝 용품을 사들이기 시작했다(여전히 몸은 침대에 붙은 채). 헬스를 시작했을 때에도, 요가를 시작했을 때에도 나는 장비부터 샀다. 이 의식은 운동의 세계에 살짝 내디딘 발을 다시 뗄 수 없게 꼭 붙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1) 돈을 쓴 만큼 본전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과 2) 각종 장비들이 내 눈앞에서 서성이며 '정말 운동 안 할 거야?'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 하게 된다.
영어 공부에도 장비빨이 있다. 영어 공부를 위해 갖추기를 추천하는 최소한의 장비는 1) 문법책과 2) 읽을거리이다. 여느 장비나 그렇듯 이 둘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괜찮은 준비물들이다. 특히 양질의 영어 콘텐츠가 넘쳐나는 요즘 완전히 무료로 배우고자 한다면 할 수 있다. 하지만 둘을 합하여 30,000원 남짓한 금액에 얻는 효과를 생각하면 이 둘을 갖추라고 강력히 추천한다. 영어 공부를 지속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막막해서'이다. '막막한 마음'은 무엇을, 얼마나 공부해야 할지 모를 때 온다. 또 한 가지 이유는 느는 것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문법책과 원서는 이 두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하며 길고 긴 영어 공부 여정에 조력자가 되어 준다. 공부방향을 제시해주고 성취를 시각화해주기 때문이다.
1) 문법 책의 목차는 공부 범위를 정해준다.
언어 공부에는 끝이 없다! 모국어인 한국어부터도 잘 쓰고 잘 말하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는 사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영어공부 과정에서 막막함을 마주한다. 이때 문법 책의 목차는 공부 범위를 한정해주며 명확한 목표를 제시해준다. 문법 책의 목차를 보며 아는 내용, 모르는 내용, 새로 알게 된 내용을 체크하고 모두를 아는 내용으로 만들어 나가며 공부의 목표가 생긴다. 목표한 만큼 공부를 해내며 성취감을 느끼는 것은 공부를 지속하는 힘이 된다.
2) 쌓여 있는 원서는 성취감을 준다.
나의 학생들을 위한 수업 계획을 짤 때 항상 원서 읽기를 넣는다. 나부터도 영어가 녹슬었다는 생각이 들 때에는 원서 읽는 양을 늘리고, 독일어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한 것이 원서 구매였다. 누구에게나 첫 원서는 설레면서도 낯설고, 어렵다. 첫 원서의 절반을 넘어갈 무렵이면 대체로 '이젠 조금 잘 읽히는 것 같아요!'라고 말씀해 주신다. 첫 원서의 마지막 장을 넘길 쯤이면 대체로 '이젠 이건 쉽게 읽히네요. 신기해요!'라고 말씀해 주신다. 그렇게 읽은 원서가 3권 정도 쌓이면 '다 읽은 원서 볼 때마다 뿌듯해요!'라고 말씀해 주신다. 이처럼 원서는 실력이 늘고 있다는 성취감을 지속적으로 느끼게 한다. 충분한 성취감은 없던 재미도 생기게 한다!
이번 글에서는 문법책 고르는 방법을, 다음 글에서는 읽을거리를 고르는 방법을 다룬다. 이 두 포스팅을 통해 문법책과 읽을거리가 준비된다면 공부 준비는 끝난다. Day1부터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면 된다!
문법을 배우는 이유에 대한 의문이 든다면 아래의 글에서 다루었다.
https://brunch.co.kr/@1il1bo-english/10
1. 매일 펼쳐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가?
직접 서점에 가서 실물을 보고 펼쳐보며 고르는 것을 추천한다. 문법책은 두고두고 펼쳐보게 될 영어공부의 동반자와 같다. 따라서 내가 보기에 편해야 한다. 사람마다 디자인, 폰트, 폰트 크기, 페이지 구성 방식 등 책을 살 때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들이 있다. 영어를 공부하는 지난한 시간 동안 동고동락할 책인 만큼 까다롭게 고르자.
2. 설명이 간결한가? 예문이 풍부한가?
문법 공부의 목표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는 구조로, 나의 의견을 정확하게 말하는 것'에 있다. 영작과 말하기를 잘하기 위해서 문법을 공부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장황한 설명을 통한 완벽한 '이해'가 아니라 직접 예문을 해석해보고 영작을 해보며 쌓는 '경험'이다. 영어를 익히는 과정은 '훈련'에 가깝다. 설명을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예문 해석과 영작을 통한 시행착오 없이 익힐 수 없다. 따라서 설명은 최대한 간결하게 풍부한 영문 예시와 영작 예시가 있는 것으로 고르자.
문법책의 내용이 간결하여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유튜브와 구글에 검색하면 수많은 양질의 강의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문법책으로부터 꼭 필요한 것은 1) 공부 분량 체크를 위한 목차 2) 충분한 연습이 가능한 예문이다.
3. 나의 레벨에 적합한가?
문법책은 보통 Basic, Intermediate, Advanced로 나뉜다. 이 중 Advanced는 Intermediate의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많으며 문법책이 아니어도 다른 소스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부분을 포함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Advanced는 제외하고 보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Basic과 Intermediate를 한 권에 합쳐 놓은 책은 매우 드물다. 영어 여정을 통틀어 Basic, Intermediate 두 권의 영어 책이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따로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두 레벨 중 어느 것을 사야 할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의 질문에 답해보면 된다.
목차를 펼쳐 각 항목에 대하여 다음의 세 가지 질문에 답해 보자.
1)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가? (=해당 문법을 다른 이에게 설명할 수 있는가?)
2) 해당 문법이 포함된 문장을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는가?
3) 해당 문법을 사용하여 영작 및 말하기를 할 수 있는가?
Basic문법책의 목차를 보며 'Yes'의 비중이 70% 이상이라면 Intermediate을 구매하면 된다. Intermediate 문법책의 목차를 보며 'Yes'의 비중이 90% 이상이라면 문법책을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