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로덕후 Dec 09. 2019

우리의 경험은 우리가 만든다

[공간 채우기]트윈세대가 원하는 경험을 알아보고 발전시키는 집중 워크숍

[공간 채우기]에서는 트윈세대를 위한 제3의 공간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진저티프로젝트가 아이들이 공간에서 만날 경험을 상상하고, 경험을 만드는 콘텐츠와 자원을 채워가는 과정을 기록합니다. 트윈세대가 원하는 것은 트윈세대가 가장 잘 안다는 믿음으로 아이들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가는 진저티프로젝트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트윈세대를 위한 제3의 공간 프로젝트는 공공 도서관 안에 트윈세대를 위한 전용 공간을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여기서 트윈세대는 10대(Teenager)와 사이(Between)를 결합한 단어로 11~15세 나이의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의 낀 세대를 의미합니다. 프로젝트의 자세한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가설: 트윈세대는 어떤 경험을 원할까요?


집중 워크숍 기획을 앞두고, 진저티프로젝트에서는 올해 초부터 시작된 The Idea Group의 설문조사 결과, 국내 유관기관 탐방, 해외 자료조사, 진저티프로젝트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트윈세대가 원하는 네 가지 경험의 가설을 도출했습니다.  


“생각을 깨우고 호기심이 커지는” 영감

“나를 발견하고 세상을 탐색하는” 발견

“손과 도구가 만나 상상을 실현하는” 창작

“마음과 생각을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만남



그러고 나서는 트윈세대의 경험의 지도를 그려보았습니다. 트윈세대는 이 공간에 어떻게 오게 될까요? 그간 트윈 친구들에게 도서관에 어떻게, 왜 오는지 묻고 들은 답을 바탕으로 도서관에는 그냥 한 번 와 볼 수도 있고, 숙제를 하러 올 수도 있고, 책을 읽으러 올 수도 있고 친구 따라 한 번 와볼 수도 있는 등 다양한 유입 경로가 있을 거라 가정해보았지요.  

트윈세대가 이 공간에 처음 왔을 때 '우리 공간'이라 느낄 수 있는 환대가 가장 필요할 것입니다. 호들갑스럽게 맞아준다기보다는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 '우리 또래가 있어서' '편안하게 들어가 볼 수 있는' 그런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환영의 분위기 말입니다. 누군가는 공간을 탐색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책을 읽기도 하고, 누군가는 친구와 수다를 떨기도 하는 등 이곳저곳에서 영감, 발견, 창작, 만남의 네 가지 경험을 각자의 욕구와 필요, 속도와 방식에 따라 경험하기 시작하겠지요. 트윈세대 한 명 한 명이 그리는 경험 경로는 그 날의 기분에 따라, 함께 온 친구에 따라 등등 천차만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각 활동에서 다양한 역동이 일어나면서 점점 몰입하고 주인 의식을 갖게 될 것이라 기대했지요. 또 한 가지 경험에 그치지 않고 경험을 점점 더 확장해 나가게 될 거라 예상하였습니다.



집중 워크숍: "우리의 경험은 우리가 만든다"


그래서 이렇게 가설적으로 도출된 네 가지 경험 유형과 경험을 촉진하는 환경에 대한 트윈세대의 구체적인 욕구를 알아보고 트윈세대와 공간 운영자가 네 가지 경험 활동안을 함께 발전시키는 워크숍을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 워크숍은 트윈세대만의 ‘사이 워크숍', 두 번째는 트윈세대와 사서가 함께하는 ‘함께 워크숍'으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전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발견했던 ‘코드네임’, ‘신청곡’, ‘고등인턴’ 등 트윈세대의 취향저격 요소도 물론 워크숍에서 빠질 수 없었죠!



사이 워크숍 “맛보고 제안하다”

1층은 서점과 카페, 2층은 헌책방과 넓은 테이블, 3층에는 숙소가 있는 공간

트윈세대만의 워크숍 장소는 우리끼리만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주의 서점 에어비앤비에서 진행되었는데요. (여담: 원래 숙박 이외 목적으로 대관되지 않는 곳이지만 좋은 취지에 사장님도 기꺼이 문을 열어주셨답니다!) 네 가지 경험 존과 내 마음대로 마음껏 밀크티, 레모네이드 등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셀프 드링크 바와 맛있는 간식, 신청곡 시스템을 준비하고 트윈 친구들을 기다렸어요.


내가 원하는 음료수를 만들어 먹을 수 있었던 인기만점 '셀프 드링크 바'


올해 초부터 여정을 함께한 트윈저스, 근영중의 파일럿 프로그램 동아리 히어로들, 그리고 전주시 오송중학교와 한빛중학교의 독서동아리 친구들이 함께 모여 코드네임을 정하고, 네 가지 경험을 자유롭게 돌며 맛보고 회고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3D펜으로 '인싸 안경'을 만들 수 있어서 재밌었어요."


또한 혹여 '영감', '발견', '창작', '만남' 등의 단어가 트윈세대에게 선입견을 심어줄 수도 있어서 각각 기호를 사용해 영역을 구분했습니다. 전에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새롭게 만나기도 하고, 책을 보며 새로운 영감을 얻기도 하는 등 이 네 가지의 경험이 이 영역에서 일어난 것만은 아니었기 때문이죠.


사이 워크숍 공간 세팅


이후 더 하고 싶은 활동을 상상해본 뒤 각 영역별로 한 가지 활동을 선택해 제안서를 작성해보았는데요. 제안서는 경험과 환경에 대한 트윈세대의 욕구를 구체화할 수 있는 도구이자 트윈세대가 원하는 것을 제안서로 제안해보는 경험도 할 수 있도록 한 장치였습니다. 각 경험 별로 '도서관 방탈출', '싱라(Singing Library)', '소확뿌 D.I.M.(소소하지만 확실한 뿌듯한 Do It Myself)', '지금 몇 시야?'라는 개성 넘치는 제안서가 나왔습니다.


각 경험별로 트윈세대가 제안한 제안서

제안서를 작성한 이후에는 돌아가며 발표하고, 또 모두 함께 경청한 뒤 '칭찬'과 '제안'하는 피드백을 서로 해보았습니다. 제안서로 원하는 경험과 환경을 구체화한다면 칭찬과 제안하는 피드백으로는 제안서를 발전시키는 것이었죠.



+인상 깊었던 피드백+      


[발견] 도서관 방탈출

(칭찬) 계절마다 바꾼다고 했는데 그 기획을 트윈세대에게 공모해서 직접 공간을 꾸며봐도 좋을 것 같아요.

(제안)한번 활동하는 시간이 길 것 같아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 기다리는 시간이 길거나 못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 같다


[영감]싱라(Singing Library) / 버스킹

(칭찬) 평소엔 악기를 연주할 공간도 많지 않고 기회도 적은데, 이런 공간이 생긴 다면 기회가 생기니 좋을 것 같다.

(제안) 악기 관리는 어떻게 할지 구체적으로 알려 주세요.

 

[창작]소확뿌 D.I.M.(소소하지만 확실한 뿌듯한 Do It Myself)

(칭찬)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마음이 급하지 않고 편안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제안)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만드는지 알려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만남] 지금 몇 시야?

(칭찬) 자유롭게 개인의 취미 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10대들에게 좋을 공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제안) 이용시간제한(10-30분)이나 관리 등 다양한 규칙이나 현실적인 준비 마련해야.



마지막으로는 그다음 주에 있을 사서와의 워크숍에서 어떻게 제안서를 전달할지 결정하고 어떻게 반영되기를 원하는지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우리가  것을 ‘그대로반영하기보다는 우리가 원하는 것의 ‘본질 이해하고 반영하면 좋겠다, 현실성이 있어야 하고 구체적이어야   같다는, 여느 어른 못지않은 의견을 내놓아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한 자리에 모여서 이야기하고 싶고, 발표와 질문을 통해 제안서를 전달하고 싶다는 말에서는 자신들의 생각이 왜곡되지 않고 전달되기를 원하는 트윈세대의 마음도 엿볼 수 있었고요.



+트윈세대가 바라는 제안서 전달 방식+      

우리가 쓴 것을 바로 전달한다기보다는 선생님들과 우리가 한 자리에 모여서 이런 생각이었다고 말씀드리면 좋을 것 같다.         

발표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이 활동을 제안한 사람들이 무엇을 의도했는지 디테일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발표를 해서 가장 강조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알고 질문을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싶다.  

발표를 하고 질문을 하고 답하는 Q&A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자유롭게 볼 수 있게 제안서를 붙여놓고 나중에 질문을 받으면 좋겠다.  

 체험으로 전달하면 더 이해가 잘되고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더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트윈세대가 기대하는 제안서 반영 방식+      

우리가 쓴 것을 ‘그대로’ 반영하기보다는 우리가 원하는 것의 ‘본질’을 이해하고 반영하면 좋겠다.  

최대한 우리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면 좋겠고, 왜곡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근데 예산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너무 추상적이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드리고 실제로 비슷한 활동을 하면서 형식 등을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최대한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제안서가 반영되면 좋겠다.  

현실성이 있어야 하고 구체적이어야 할 것 같다.  

오늘 만든 제안서로 조그만 체험 공간을 만들거나 공간을 만들어 반영되었으면 좋겠다.  

필요한 것들을 구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가격대여야 할 것 같고, 진짜 실행할 수 있는 아이디어라야 좋을 것 같다.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수정해서 담당자분들과 제안서를 조율한 후 트윈세대의 동의를 얻어 반영하면 좋겠다.  



함께 워크숍 “반영하고 함께 발전시키다”

그 바로 다음 주, '사이 워크숍'에 참석한 트윈세대가 전주시립도서관 사서, 전주대 문헌정보학과 사서 실습생들과 함께 코드네임’, ‘퍼실리테이션’, ‘피드백’이라는 안전한 구조 안에서 대화를 통해 함께 제안서를 발전하기 위한 '함께 워크숍'도 진행되었습니다.  영상으로 현장을 한 번 보실까요?


'함께 워크숍' 영상 by 917 스튜디오


함께 워크숍에서는 트윈세대와 사서가 각각 작성한 ‘제안서’를 발표하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제안서를 보고, 포스트잇으로 ‘피드백’과 ‘질의응답’을 받았습니다. 바로 위 '사이 워크숍'에서 트윈세대가 원했던 의견을 반영한 것이었죠. 피드백과 질의응답을 받고 나서는 다시 제안서를 수정하고 보완해 발표하였습니다.


제안서를 발표하는 트윈 친구들


워크숍을 마무리하면서는 긴 시간 동안 함께 제안서를 발전시켜본 경험이 어땠는지 회고해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트윈세대는 추상적인 아이디어가 현실적으로 된 것, 프로그램을 계획하는 사람이 된 것 같은 특별한 경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세대 차이를 뛰어넘었던 경험 등 '인생 첫 경험'을 했다며 좋아했고, 트윈세대와 함께한 제3의 어른들도 트윈세대를 좀 더 이해하는 시간이 될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회고하였습니다.



+트윈세대와 사서가 함께 발전시켜본 것은 어떤 경험이었나요? (트윈세대)+  

트윈세대들끼리 아이디어를 냈을 땐 추상적인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왔는데
사서 선생님들과 대학생 언니 오빠들과 이야기하니
현실적이면서도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진짜 프로그램을 짜는 사람이라도 된 듯한 특별한 경험을 해서 좋았어요!
재미있었다. 전혀 다른 사람들이랑 처음 만난 사람들이랑 세대 차이를 뛰어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같이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 재미있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 수 있고,
도서관 사서분들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낸 의견이 내 또래 친구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
저번 워크숍과 오늘 워크숍 모두 함께 해서 즐거웠고 행복했다.
다양한 나이대의 트윈세대들과 만날 수 있어서 좋았고,
토론을 하고 발표를 하는 과정이 아주 재미있었다.
내 의견을 표출하고, 그것이 전염되었을 때 기분이 매우 좋았으며
새로운 경험이었다. 다시 이런 기회가 찾아오면 또 참여하고 싶었다!
 15년 인생에서 처음으로 도서관과 도서관 활동을 만들어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고 뿌듯하고 보람찬 경험이었다.


+트윈세대와 사서가 함께 발전시켜본 것은 어떤 경험이었나요? (사서, 실습생)+  

분명 나도 지나온 트윈세대 시간이 있는데, 
어린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일을 까먹었던 것 같다. 
각자 서로의 세대를 이해하고 대화를 나눠서 즐거웠다.

트윈세대가 공간에서 해보고 싶은 것들에 대해 알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원하는 활동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구체화해 나갈 수 있었던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트윈 친구들의 생각을 직접 들어볼 수 있어서 좋았고, 친구들 정말 귀여워요. 
자기의 생각을 똑 부러지게 말하는 모습을 배우고 싶어요.




우리의 경험은 우리가 만든다



'함께 워크숍'의 마지막을 장식한 케이크. 네 가지 경험을 트윈세대가 주인이 되어 함께 만들어가자는 의미를 담고 싶어 특별히 주문하였습니다.


"우리랑 만들어요" (창작)


"우리랑 만나요" (만남)


"우리랑 느껴요" (영감)


"우리랑 찾아요" (발견)




또 다른 특별 맞춤 아이템에 트윈세대는 물론 함께한 어른들도 매우 열광하였습니다. 인증샷을 찍은 후에는 사이좋게 케이크를 나눠먹으며 집중 워크숍도 마무리되었죠.


트윈세대가 원하는 경험을 트윈세대가 만들어 가기 위해 기획했던 워크숍이었지만, ‘만들어 가는 경험’ 자체로도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트윈세대로부터 배울 수 있었던 워크숍이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집중 워크숍에서 발견한 인사이트를 정리해 알려드릴게요. 



진저티프로젝트 

CreaTeave Interpreter 
강진향 (프로덕후)



| 진저티프로젝트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gingertproject




*사진 & 영상: 917 스튜디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