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따라 오해할 수 있어요
어쩌면 뻔하고 진부한 것 같으나 새롭고 짜릿한 일이다. 한 아름 꽃을 품에 안을 때 싫어하는 사람 한 명 못 봤다. 꽃을 보자마자 일단 웃기 시작하고, '뭘 이런 걸 다', '이거 뭔데', '차라리 돈을 주지' 하면서 정말 좋아한다. 꽃을 사서 주는 것에 익숙한 남자들의 반응은 더 뜨겁다. 나는 수많은 남자들에게 인생 첫 '꽃다발'을 선물한 사람으로서 참 많은 오해를 받았으나, 그 환한 표정들을 잊을 수 없다.
남자가 무슨 꽃이냐며 '치아라' 하던 경상도 싸나이들도 '진짜 내 끼가?' 하면서 정말 좋아한다. 술이나 밥으로 마음을 전하던 사이에서 '꽃'이 등장하는 순간. 둘 중 하나다. 오해하거나 더 깊어지거나. (우정, 우애, 전우애 등등) 꽃이라곤 장미, 안개꽃, 무궁화 밖에 모르는 아저씨들이 아이처럼 꽃 이름을 물을 때, 그 순수한 표정이 참 재밌고 귀엽기도 하다. 꽃이란 우리에게 그런 존재인가 보다. 미소 짓게 만들고, 설레게 만드는 즐거움.
- 사랑한다는 말 내겐 그렇게 쉽지 않은 말 '사랑해요' 너무 흔해서 하기 싫은 말 하지만 나도 모르게 늘 혼자 있을 땐 항상 내 입에서 맴도는 그 말 - 김동률의 노래처럼, 너무 흔하고 뻔한 표현 같지만. 꽃은 축하와 감사 그리고 사랑의 자리에 꼭 함께하는 선물이다. 특히 다양한 품종개발과 연출방식의 다양화로 대한민국 화훼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결과를 보여준다. 얼마나 색감과 화형이 다양한지. 삼라만상의 모든 순간을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 든다. (농민분들의 허리와 플로리스트분들의 손목을 갈아낸 결과)
금방 시들어버리는 꽃들을 보며, 낭비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소중한 이 순간을 기억하는 '찬란한 순간 예술'이라 칭하는 사람도 있다. 초당 수천만 원을 쓰는 불꽃놀이를 '낭비'라고 하기엔 그 강렬함과 황홀함의 여운이 너무도 크지 않은가. 23년 1월 12일. 예쁘고 향기로운 겨울 꽃이 참 많은 시즌이다. 꽃 한 송이 선물 해보시길 바라며, 다시 작업하러 가는 플로리스트가 맺음.
#글루틴 #팀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