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사용했던 침구를 빨았다. 자가 격리자가 지켜야 할 규칙들 중 권장사항에 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검사 결과도 음성이고 더 이상의 증상도 없으니 격리 해제되는 마당에 권장사항까지 따를 일인가 싶기도 했지만 엄밀히 말해서 내 집도 아니니까 최대한 할 수 있는 건 하자는 마음이었다. 청소를 하고, 쓰레기를 정리했다. 그리고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해서 남은 퍼즐을 맞추었다. 동생이 보면 그런 걸 어질러 놓았다고 한마디 하며 바로 치워버릴까 봐.
동생은 정말로 12시가 되자 전화가 왔고, 지금 출발한다면서 짐이 많아 택시를 타고 가고 있으니 건물 앞으로 와달라고 한다. 밖에서 동생을 기다리는데 이 얼마 만에 나와보는 바깥세상인가 싶었다. 어제까지는 격리 생활도 다 적응했고 나가기도 귀찮다 했지만, 막상 나가보니 상쾌했다. 오랜만에 보는 파란 하늘과 약간은 눈이 찡그려지는 햇살, 그리고 늦가을의 쌀쌀하고도 시원한 바람. 내가 집에서만 보낸 2주 동안에도 시간은 흘렀고 곧 겨울이 올 것 같았다.
동생이 집에 도착했을 때 청소는 대충 끝난 상태였지만, 퍼즐이 완성되지 못한 채 남아있었다. 집을 어질러놓았다고 한마디 할 줄 알았는데, 별말 없이 이러고 놀았냐며 신경 쓰지 않더라. 그 자리에서 분해되지 않아서 다행이다. 나머지는 같이 맞추면 되겠다 싶긴 한데 남은 부분이 재미없는 부분이라...
어쨌든 오랜만에 사람이랑 마주 앉아 이야기하면서 밥을 먹자니 좀 어색한 느낌이 들었지만, 동생은 동생인지라 편하고 그간 밀린 할 말도 많았다. 격리기간은 그렇다 치더라도 일 년 반 만에 만난 가족이니 말이다.
격리 중에 나온 쓰레기는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다고 하여 재활용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모두 폐기물 봉투에 담아야 했다. 폐기물 봉투는 두 개를 받았지만, 하나면 충분할 정도였다. 하지만 분리수거를 하지 않고 모두 한 봉투에 담으려니 뭔가 안타까운 마음. 지구야 미안하다, 내가 이러려고 한국에 온 건 아닌데... 폐기물 봉투에 소독 스프레이를 뿌리고, 폐기물 봉투를 파란색 종량제 봉투에 담에 다시 한번 소독 스프레이를 뿌렸다. 플라스틱 용기가 부피를 많이 잡아먹었음에도 50L짜리 종량제 봉투는 꽤나 넉넉했다. 쓰레기를 많이 만들지 않았으니 다행이다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지구에게 미안한 마음을 떨쳐내기엔 부족했지만.
코로나가 정말 많은 것을 바꿔놓은 것 같다. 1~2년마다 가족들 만날 겸 주기적으로 오는 한국인데 이렇게 많은 일들을 거쳐야 하다니. 전 세계가 위기에 놓인 만큼 모두가 조금씩 힘을 모아 코로나 없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상황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제발 모두가 조금씩이라도 지구를 돌보아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