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털복숭이 Oct 20. 2023

F아들 감정 살피기

누굴 닮았는지 참 다정한 내아들

요즘 유행하는 자녀 성향 알아보기 테스트를 나도 해 보았다.


그 테스트라는 것이,

“엄마가 속이 상해서 빵을 샀어” 라고 이야기하면 그걸 들은 자녀가 뭐라고 대답하는지에 따라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건데,

“속이 상하다”는 것에 포커스를 맞춰서 왜 속이 상했는지 물어봐주고 그 감정에 공감해주면 F성향이고, 그렇지 않고 “빵”에 포커스를 맞춰서 무슨 빵을 샀냐거나 빵이 어디있냐거나 어디서 샀냐는 등 묻는다든지 아니면 속 상한거랑 빵을 산 것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한다든지 하는 반응을 보이면 T성향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런 테스트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 나의 첫 반응은 “물음이 뭐 이래?”였다.

속 상한거랑 빵을 산 거랑 무슨 상관? 이라고 생각한 걸 보니 나는 아무래도 T가 맞나봄ㅋ


언제 물어보나 기회를 엿보다, 남편이 새벽 일찍이 골프치러 나간 주말 느즈막히 일어나 꿀댕이와 뒹굴다가 급 물어보았다.

 

“엄마가 속상해서 빵을 샀어.”

“응”

“엄마가 슬퍼서 빵을 샀어.”

“응~ 엄마 슬프겠다.”

“엄마 슬프겠지~ 엄마 왜 슬플까?”

“음…아빠가 자꾸 골프장가서..(가을된 후 남편의 골프약속이 주말마다 있길래 남편에게 뭐라 하는걸 들은 모양ㅋ)”

“응..그래도 엄마 위로해줘서 고마워.”

“엄마, 우리는..다르게 친구잖아.”

“응?” (아마도 나와 엄마는 아빠와는 달리 친구잖아. 라고 하는 의미인듯)

“근데 엄마.”

“응?”

“나도 가끔은..울 때도 있어.”

“응?” ( 갑자기??)

“엄마가 목욕 같이 안 해줄 때.”

“같이 목욕 안 해줄 때 슬펐어?”

“응”

“그래서 그 때 울었구나?”

“응..”

“아~ 엄마가 그땐 미안했어.”

 

내 아들은 F인가…ㅎㅎㅎ

나의 속상함에 공감해주고 왜 속상한지 생각해주고 위로까지 해 주니 참 다정한 아들이구나 싶다가도, 곧이어 본인의 나에 대한 서운함을 꺼내어 이야기하니 F아드님 감정 살펴드리기가 앞으로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ㅎㅎ


내가 좀 기분이 안 좋다 싶거나 자기가 말을 잘 안 들어 내가 화가 나 있다 싶으면 쪼르르 다가와서는 “엄마 지금 기분 좋아?” “엄마, 행복해?”하고 묻는걸 보면, 꿀댕이는 자기랑 같이 있는 사람의 기분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꿀댕이는 사랑이 정말 많고 표현도 잘 하고 누굴 닮아서 이렇게 애교가 많지 싶은데(나랑 남편 모두 경상도 출신에 무뚝뚝하고 감정 표현 잘 안하는 편), 성향은 진정 타고나는건가.





내가 남편에게 위 에피소드를 이야기해 주며, 꿀댕이는 F인가보다고, 누굴 닮아 F지..갸우뚱하니, 남편이 자기가 F란다.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보시오, 내가 5년 연애하고 결혼 후 5년 같이 살았는데요, 너님 진짜 F 아니거든요? ㅡ.ㅡ;;

매거진의 이전글 어느 날의 다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