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너 참 잘 논다’는 말을 들어 본 적 있나? 학창시절에는 공부도 안 하고 놀러만 다닌다는 의미로 들렸다. 하지만 사회에 나와서는 분위기를 잘 띄우고, 역시 일을 잘하니까 노는 것도 화끈하다는 의미로 바뀐다. 그래서인지 이 말이 칭찬처럼 들린다. 실제 주변을 둘러봐도,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 얼마 전, 이 말에 적합한 사람을 만났다. 바로 렌터카 플랫폼 서비스 카썸의 박지희 브랜드 마케터다. 그녀의 SNS에는 ‘렌터카 타고 잘 먹고 잘 놀 궁리하느라 바쁜 프로놀이꾼 카썸브랜드매니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일할 땐 일하고 놀 땐 확실히 노는 그녀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한다.
나는 동국대학교에서 영화영상학과를 전공했어. 원래는 방송국 PD에 대한 막연한 꿈으로 다른 대학교의 신문방송학과 진학을 희망했지만 여의치 않았지. 그러다 수능 후 처음 보게 된 예체능 학과배치표에서 우리 학과를 알게 된 거야. 영상을 공부하면 뮤직비디오나 TVC 광고제작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선택하게 됐어. 하지만 상황이 별로 좋진 않았어. 당시 예술대 소속의 영화과에서 영상미디어 대학의 영화영상학과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학과의 정체성이 혼란을 겪던 시기였거든. 게다가 학교 선배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지방에서 올라온 내게는 현장에서의 삶이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휴학과 학업을 반복했어. 그러다가 우연찮은 기회로 친한 언니와 함께 ‘오브제뮤’ 라는 이름으로 액세서리를 만들고 판매하게 되었어. 점점 판매 요청이 늘면서 본격적인 사업화를 시도해보려고 했으나, 언니는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시게 된 아버님의 일을 돕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무산됐어. 나는 당장 돈벌이가 필요했던 취준생이었고, 얼마 뒤 그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정직원이 됐어. 그 회사가 바로 카썸이야.
사업 초창기다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서 찾고, 공부하며 일해야 했어. 그러다 보니 누군가에게 배움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모두 경험이 부족했던 거 같아. 그래서 1년 반 동안 마케팅 레이블인 네이키디쉬에서 일했어.
회사는 퇴사했지만, 언니(현재 카썸 CMO)와는 자주 만났어. 자연스럽게 회사 소식을 접했지. 그리고 나를 예뻐해 주시던 당시 이사님이 2016년에는 투자를 받으면서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된다고 말씀하면서 여러 번 러브콜을 해주셨거든. 퇴사는 했지만 카썸 사무실에 자주 왕래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봤지. 예전과는 달리 카쉐어링에 대한 인식이나 인지도도 많이 높아진 걸 느낄 수 있었어. 결정적으로는 그때 당시 카썸에 새로 결성 중이었던 드림팀의 조합이 아주 만족스러웠지. (웃음)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카썸은 성장했고, 이제는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이 나를 복귀하게 했어.
일하면서 보이는 성과가 달라졌어. 이제는 열심히 하면 매출이 발생하는 게 보이니까. 예전에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더라도 시기를 못 맞추는 일이 많았거든. 회사의 기본이 탄탄해졌음을 많이 느껴.
나는 브랜드 마케터로서 카썸을 알리고 있어. 온라인에 배포되는 콘텐츠 제작은 대학생 인턴들과 함께하는데, 자료를 모으면 내가 최종 제작해서 업로드를 해.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온라인 광고 집행도 병행하고. 그리고 요즘은 ‘나’ 자체를 브랜드화시켜서 카썸을 알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 요즘 이런 활동을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라고 표현하는데, 그래서 개인 SNS 활동을 활발히 해. 렌터카 비롯한 자동차업계에는 여성 전문가가 흔치 않은데, 우리 카썸에는 조금 특이하게 여성 직원이 많아서 여성의 섬세한 시선으로 보는 렌터카 시장에 대해서 많이 어필하려고 하지.
우선 어떤 것이 유저의 반응을 이끄는지를 알아야 해. 그래서 여러 콘텐츠를 올리면서 테스트하고 있어. 최근에는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도 해보고 있지. 여태까지는 운동과 요리 사진이 반응이 좋았어.
페이스북을 보면 화보처럼 사진 촬영한 것이 있던데, 이것도 브랜드화 활동 중 하나야?
해당 사진은 마지막 20대를 기념하기 위해서 찍은 거야. 하지만 어느 정도 브랜드화하기 위함도 있지. 사진 때문에 친구 요청이 많이 들어왔거든. (웃음)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점을 알려야 해. 우선 카썸은 렌트 가능한 차 종류가 많아. 일반 렌터카, 승합차, 수입차부터 카쉐어링 상품까지 있고, 조만간 웨딩카나 공항수송 상품도 추가될 예정이야. 이처럼 차가 필요할 때는 카썸에서 모두 해결 가능하다는 점을 알리고 있어. 그것과 더불어 쉽고, 믿을 수 있는 렌트가 가능하다는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서는 비용이 발생해. 고객이 콘텐츠를 보기까지는 광고주의 비용이 들어가니까. 그 광고주는 나에게 회사고, 나는 회사를 설득해야 하는 역할이야. 설득하지 못하면 마케팅의 행위가 일어나지 않지. 옛날에는 이런 활동이 자신 없었는데 점점 자신감이 생겨나고 있어. 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마케팅의 행위가 일어나게끔 설득하는 마케터가 되고 싶어.
'그리고 내가 만든 카썸의 브랜드만 보고도 고객이 이용하게끔 성장시키고 싶어.'
취미생활에 시간을 더 투자하고 싶어. 운동을 열심히 해서 바디 프로필 촬영한다든지, 지인들을 초대해서 피아노 연주회를 하는 등의 목표가 있어. 또 현재 코어스라는 소모임 운영자로 활동 중인데, 코어스는 지식공유와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어. 이 코어스의 멤버들이 직업과는 달리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이 필요해. 그래서 언젠가는 코어스 멤버들이 사용하면서, 다른 청춘들에게도 저렴하게 대여해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성장하기 위해서 콘텐츠 제작과 개인 브랜드화를 꾸준히 해. 그리고 회사 매출에 가장 큰 효과를 주는 잠재고객을 만들고 있어. 직접 렌터카를 알아보다가 카썸으로 들어온 분들은 직접 CS를 담당하면서 잠재고객으로 이끌려고 해. 이는 콘텐츠를 100번 제작하는 것보다 큰 효과를 줘. 한 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라는 말이 이뤄지게끔!
네이키디쉬의 이인 팀장님. 내게 일 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 당시 대행사의 역할을 했는데, 해당 브랜드의 가치, 비전 등은 브랜드 담당자들이 가장 잘 알아. 여러 제안을 해도 이미 고민했던 내용인 경우가 많지. 그래서 정확하게 그들이 필요한 것을 알려면 직접 소통해야 한다고 하셨어. 그 시간에서 얻는 인사이트가 정말 가치 있는 결과물을 만드니까. 이런 가르침을 바탕으로 좋은 브랜드들을 많이 알게 됐어. 지금도 어려움이 있을 때는 조언을 구해.
나는 숫자로 결과를 분석하고 진행하는 퍼포먼스 마케팅이 약해. 그리고 가끔 디자인할 때가 있는데 전문적이지 않다 보니 전체 레이아웃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마지막으로 렌터카 회원사와 고객 CS에서 이뤄지는 네트워킹에서의 마인드 컨트롤이 잘 이뤄지지 않을 때가 있어. 이 세 가지를 빨리 성장시키고 싶어.
이런 과정에서 깨달은 본인의 최대 장점은?
내가 생각하는 좋은 선생님은 많은 지식을 가진 게 아닌 학생에게 쉽게 이해시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마케터나 콘텐츠 제작자도 그런 면에 있어서는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해.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은 콘텐츠라도 독자가 이해를 못 한다면 무슨 소용이겠어. 이런 점에 특화된 원인은 아마도 긴 글을 잘 못 읽는 나의 성향 때문이기도 한 거 같아. (웃음)
‘누가 봐도 쉽게 이해하게끔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에 강점이 있어.’
나의 취미 생활인 코어스 활동, 퇴근 후 운동, 피아노 연주. 아! 그리고 집에서 함께 사는 고양이를 보면 스트레스가 풀려^^
한 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라는 말이 있지? 하지만 고객도 고객다워야 고객이라는 말도 있어. 그래서 난 고객은 왕이라며 억지스러움을 표현하는 분들께는 강경하게 대해. 이렇게 하지 않으면 결국 우리까지 피해를 보게 되니까. 그 외의 사람에게는 엄청 살가워. 특히 렌터카 회원사 분들과 식사나 술자리를 가지면, 애교도 부리면서 분위기를 해피하게 만들어. 회사에서는 중재하는 역할을 맡아서 모두가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게끔 해.
스타트업 종사자들은 당장 큰돈을 바라고 일하진 않는다고 생각해. 큰돈을 바란다면 대기업에 가는 게 맞겠지. 하지만 아직 여성이 그 환경에서 오래 일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야. 하지만 스타트업에서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쌓으면, 만약 천재지변이 발생해서 회사가 망하더라도 다른 일 할 때 분명 도움이 될 거야. 그래서 이런 경험을 준다는 게 스타트업의 보상이라고 생각해.
잘 노는 사람! 우리 팀은 이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월디페(월드디제이페스티벌)에 부스로 활동한 적이 있는데, 놀듯이 홍보하다가 끝나고는 본격적으로 미친 듯이 놀았어. 그리고 다음 날 일찍 출근해서 다시 일에 집중했지. 왜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고 하잖아. 이게 잘 이뤄지려면 일과 취미에 풀 빠진 분들이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