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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NA Nov 19. 2018

MICE 전문가들의 행사 참가  (Day 2)

PCMA Annual Conference 2018 in Bangkok

[좌] 태국 전통무용의 오프닝 세레모니  [우] 자리마다 놓여있던 깜찍한 협박 메세지


1. Opening Plenary

아시아개발은행(ADB) 출신이자 현재 밀컨연구소에 있는 Curtis S. Chin을 연사로 모시고 "Emerging Business Opportunites in the World's Fasted Growing Region" 주제로 기조강연이 열렸다.


연사는 본인 친구가 쓴 책이라는 <The Future Is Asian> (19년 2월 출간예정)을 출처로, 현재 아시아 국가들이 글로벌 GDP의 40%를 차지하며, 중국이 新실크로드를 넓혀가는 현상을 소개했다. 이처럼 아시아 역내 지역통합이 나날이 중요해지는 이 때에 여러분들이 하는 business meeting 이 아시아 국가 간 교류에(interaction/integration) 주요한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었다. 또한 개최지가 얻는 경제적 효과가 불평등 해소까지 불러온다는 긍정적인 전망이었다.


단순히 행사를 효율적으로 기획하는 스킬에 대한 고민만 할 것 같은 사람들이 Business Events와 Asian Development 이슈를 연관 짓는다는 게 놀라웠다. 나는 개발이슈가 필연적인 아프리카 지역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아프리카연합(AU) 소재지에 근무 할 때, 아프리카 지역통합이란 기치 아래 잦은 회의가 소집되는 모습에서 국제행사의 묘미를 발견했었다. 이 아이디어를 내 학문적 배경과도 연관지어 발전시켜 볼 수 있지 않을까, 교통편 등 아직은 모든 게 열악한데 인프라 발전을 조금 더 기다려야 할까, 그런 고민들이 스쳐갔다.


플로어에서 아태지역 내 전망있는 도시를 꼽아 달라는 재치있는 질문이 나왔고, 망설임없이 싱가폴에 대한 칭찬을 답변으로 내놓았다. 헬조선이라 자조하면서도 이럴 때 서울에 대한 언급이 없는 건 아쉽달까. 전날 리셉션에서 커티스를 만났는데 나도 그가 누군지 못 알아 보는 실수를 했지만 그도 참 한국에 대한 관심이 없어 어색하게 이어가다 화제를 돌리던 기억이 있다. 이 분이 미국의 對 아태지역 외교정책에 영향력이 크다지?



2. Create Unique Experiences with Design Thinking

이제부터 3개 세션이 동시에 열렸다. 나는 행사 기획에 필요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얻으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IDEO 세션을 선택했다. 행사 기획 단계에서 정말 고민들을 한단 말인가? 클라이언트나 상사 눈치보기 바쁘지 않단 말인가? 관성적으로 쓰던 '와꾸' 복사해서 또 쓰고 마는 게 아니란 말인가? 그런 의심은 들었지만 말이다.


조별로 상의해 놓여진 재료를 가지고 15분 안에 물통을 만들어 짧은 발표까지 하는 체험활동이 있었다. 도중에 연사가 무슨 문제가 없느냐고 물었는데, 우리는 한정된 자원/시간에 대한 짧은 불평만 할 뿐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기 바빴다. 그리고 결국은 강연 말미에 연자가 밝힌 "당신들 중 아무도 내게 질문을 하지 않았다. Who might to be a customer? Who's design for? 를 염두하고 기획해야 한다" 가 이 강연의 주제였다. 판단을 늦추고(defer judgement) 브레인스토밍을 하라는 교훈으로 마무리 됐지만, 일터에서 내 아이디어를 내놓을 기회가 좀처럼 없었던 나는 이 모든 얘기가 멀게만 느껴졌다.



3. F stage - Reframinng Failure, Rethinking Innovation

복도에서 세션 진행하는 걸 처음봐서 마냥 신기했었다. 게다가 기획의도까지 참신하다. 왜 'F' 스테이지냐고? biggest Fuck-up 경험을 경연한단다. 이 바닥에서 각자가 겪은 애로사항을 토로하고 어떻게 극복했는지 얘기를 나눠보잔다. 등판한 네 명의 사연은 다음과 같다.


서양 백인 여자로 이십대 초반에 행사기획 사업을 하기 위해 중국으로 건너갔다. 처음엔 돈도 꽤 벌어 파티걸의 삶을 즐길 수 있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모든 게 바뀌어 재정적인 어려움이 컸단다. 그래도 본가에 손 벌리지 않고 버텼다고 한다. 외국인으로서 만다린어 배우기 힘들다는 투정을 더해서...
행사에 대해 '연구'하고 '공부' 하는 대만 교수로, 학교 내에 이런 수업들을 개설하는 것의 어려움을 토로했는데 청중의 호응을 이끌어내진 못 했다.
(말레이시아 사회문화적 맥락을 바탕으로) 의사 아빠의 개도국에서 행사란 시기상조라는 호령에 따라 영양학을 전공했지만, 기지로 몰래 취직을 하고, 가족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엄마를 같은 회사에 취업시켜 이 일이 무엇인지 알게 해 설득했다는 드라마틱한 사연.
욕을 참 찰지게 하며 분위기를 띄우길래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는데, 웃음 속에 뼈가 있는 말을 했다. 수백 수천명이 몰려들고 늘 마감이 있는 일이라 건강 - 특히 정신건강- 이 상할 수 밖에 없는 게 직업적 숙명이라고. 본인도 많이 힘들었기에  새로 시작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스스로 몸과 마음을 잘 챙기라 말해주고 싶단다.


마지막 사연을 듣기 위해 내가 태국까지 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로가 되면서도, 전 세계 이 업종 종사자들 모두가 힘들다는 잔인한 사실확인이다. 그래도 유럽은 다를 거라고 마음 한 구석에 남겨둔 믿음은 쉬는시간에 프렌치 억양이 짙은 두 사람을 만나며 또 산산히 부숴졌다. 당신들이 그토록 투쟁해서 근무시간 외 연락하면 '불법'인 나라가 됐는데, 어떻게 일중독자로 살 수 있냐고 농담이라도 하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둘 다 싱가폴에서 근무중이라 프랑스 이외의 지역에서 활동한다는 변명의 여지가 있지만, 아무튼 천하의 프랑스인들도 정해진 근무시간 없이 일을 하며 살고 있었다.



4. Make Smart Noise to Build a Viral Brand

세계는 점점 '연결된' 사회가 되고, 특히 아시아 지역의 '모바일' 디바이스 사용율이 압도적이라고 한다. 그러니 디지털 컨텐츠 퍼블리싱을 게을리 하지 마라. 페이스북은 좋은 환경이 아니니 링트인 등에서 놀아라, 로 요약 될 수 있는 다소 진부한 강연이었다.

오히려 인상에 남은 건 행사 내내 slido.com 이 강연마다 적극적으로 사용됐다는 거였다. 한국에서 행사를 할 때 페이스북 페이지를 급히 개설해 청중 질문을 받겠다고 애를 썼지만 이용이 원활치 않았던 경험이 있는데, 이런 컨퍼런스용 소프트웨어를 진작에 알았다면 어땠을까.


slido.com 접속해 이벤트코드(#pcmaAC18)만 입력하면, 질문을 남길 수 있음은 물론이고, 제작진이 설정해놓은 폴에 투표 하고 그 득표결과가 실시간으로 반영되며 보여진다. 지금부터 이 주제로 강연을 할텐데, 이 개념에 대한 청중의 이해도가 어떻게 되는 지를 즉석에서 조사해서 강의 난이도를 조절하기에 참 효과적이었다.



5. Closing Dinner

행사일이 그리 길지 않아서 벌써 송별 만찬 시간이 됐다. 협회 연례행사니 서로 안면이 있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번이 첫 참석이라는 사람들도 꽤 됐다. 그래도 people business를 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서로를 탐색하고 명함교환을 진행하는 속도가 무척 빨랐다.


내 소개를 할 때 마다... 나는 백그라운드도 다르지, 이 업계로 업종 변경 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또 병을 얻어 서른 살에 일을 쉬고 있으니, 솔직히 I do not belong here!! 라고 울부짖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루만에 그새 친해진 친구들은 팀장으로, 프리랜서로, 자기 회사 운영으로 멋지게만 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의 삶이 얼마나 안정적일 지도 모를 일이지만,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그 모습이 부러웠다. 나는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던 그 자부심.


괜히 내 마음의 소리 때문에 쭈뼛거리고 있긴 싫어 더 큰 액션을 취한 것 같은데, 한국에서 행사를 하려고 로컬 코디네이터를 물색중인 이와 따로 연락을 하기로 한 수확도 있고, 차기로 옮기면 좋을 다국적기업의 중역에게 좋은 얘기도 들으며 나름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특히 마음이 맞는 태국친구를 사귀었는데, 내 쾌유를 빌며 CMP 시험 팁을 알려준 그 친구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3일차 일기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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