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림보 Nov 24. 2023

건강에 유의하세요

버텨야 하니까

최근부터 아침 9시 즈음에 일어나서 40분씩 산책을 하기 시작했다. 근 5년 정도의 시간을 올빼미나 부엉이의 삶을 살아온지라 굉장히 어색하긴 하지만 생각보다 잘 해내고 있다. 일어나자마자 커튼을 열어 젖히고 침구를 정리한 후에, 옷을 챙겨 입고 밖에 나가 집 주변을 산책하며 맞는 햇살이 의외로 좋아서, 아직은 그렇게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는 탓일까. 건강을 위해 어떤 운동을 해야 할지 잘 몰라서 시작한 '아침에 걷기'. 30분 이상 햇빛을 쐬고, 몸을 자주 움직여 주고, 잠을 잘 자면 더욱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는 말에 행하고 있는 나의 루틴이다.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은 늘 했다. 글을 쓰며 살겠다고 다짐한 후부터 매일 글을 쓰면서도 결국 이 일도 체력 싸움이라는 것을 항상 느꼈다. 나 같이 별 업적이 없는 엉터리 글쟁이도 "어디서 영감을 받아"와 같은 질문을 가끔 듣곤 하는데, 나는 늘 그래서 "이 영감이라는 친구는 '꾸준함'이라는 나무에서 떨어지는 열매 같아요"라는 답을 건넨다. 멀쩡한 정신으로 꾸준히 무언가를 고민할 줄 아는 자만이 글을 지속해서 쓸 수 있다. 체력을 길러 정신을 잘 지지할 수 있는 수준의 몸상태를 유지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고, 양질의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떠올릴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참으면서 할 의향은 조금도 없다. 호기심이 가득한 나는 이것저것 들쑤시며 '어떻게', '왜'를 늘 물어보고 답해야 하는 천성을 가졌다. 이러한 개성을 한껏 발휘하며 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열심히 떠들며,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의 일상을 공유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하지만 돈을 벌어야 하는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내 말 들어줄 사람 없다고 입을 닫으면 난 굶어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심심할 때 이따금씩 내 공간에 들리면 재미있을 법한 이야기가 많이 구비되어 있어 또 찾고 싶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여기는 재미도 있는데 유익하기도 해."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게끔 꾸준히 힘을 내야 한다. 어렵다. 그럼에도 그 어려운 것을 난 하고 싶고, 그렇기에 건강하고 싶다.


나 스스로 나 자신이 쓴 글을 읽으며 남에게 보여 줄 자신이 없다거나, 아무런 가치가 없는 똥글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렇다고 "나는 무조건 스타 작가가 될 수 있다"며 당찬 포부를 밝힐 만큼 그리 나를 대단하다고 여기지도 않는다. 적게나마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생길 수 있을지, 소설이나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도 아닌데 입에 풀칠은 하며 살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그냥 닥치고 쓴다. 좋은 글이 나오기를 기대하며 그냥 쓴다. 계속 쓰다가 "노잼", "뭔 소리야" 같은 꾸중 아닌 꾸중을 계속 들으며 조금씩 방식에 수정을 가하다 보면 "언젠가는 내 글을 굳이 시간을 내서 읽어 주는 독자에게 의미 있는 순간을 선물할 수 있지 않을까" 바라며 계속 타이핑을 할 뿐이다. 뛰어난 재능이 없는 자에게 주어진 임무는 '열심' 말고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살도 빼고 체력도 기르자, 결심을 하게 됐다.


나는 '어렵다'보다 '재미있다'에 집중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언제나 어려움을 수반한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정리하고 어떠한 형태로 완성해 낸다는 것은 늘 수고스러운 일이다. 이를 통해 돈을 번다는 것은 또 한 차원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나의 이야기를 보고 재미를 느끼고, 감동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보다 '재미있는' 일은 없다. 사람들이 좋아할 모습을 상상하며 이것도 시도해 보고, 저것도 도전해 보는 것보다 '재미있는' 일은 없다. 적어도 나의 삶에서는 말이다.


그래서 건강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 정해진 시간대에 자고 일어나는 것이 나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가끔 잠이 잘 안 오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나기 버거울 때도 있다. 늘 짜인 일정 내에서 움직여야 하는 일상에 피로해지기도 쉽고, 지루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라는 인간이 최선의 퍼포먼스를 뽐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그 틀 안에서 재미를 찾고,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 언어라는 틀 안에서 아름다운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정해진 음계 안에서 감미로운 음악이 만들어지듯, 내 삶에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하루에 한 시간 이상은 운동하고, 그냥 닥치고 하기'라는 규격 속에서 나만의 가치가 탄생하기를 바랄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어른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