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크라우네스 <<사소한 불행에 인생을 내어주지 마라>>
인생의 길흉화복은 내 앞에 놓인 하나의 도전이라는 걸 깨닫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그 여파에 휩쓸리지 않는다.
요한 크라우네스 『사소한 불행에 인생을 내어주지 마라』 중에서
“날씨는 살아가는 방식에 아무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라고 작가는 동일한 책에서 말한다. 춥다고, 덥다고 우리가 우리 앞에 놓여있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출근 하고, 여행하고, 청소를 한다. 다만 날씨에 맞는 차림을 할 뿐이다. 우리가 사는 인생에는 늘 길흉화복이 있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것은 개인마다 다른 문제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인해 삶이 달라지기도 한다.
너무도 유명한 소금 장수와 우산 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의 근심 걱정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는 알고 있다. 한 어머니에게 두 아들이 있었다. 해가 쨍쨍한 날이면 어머니는 우산을 팔지 못할 아들을 걱정했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에는 소금을 팔지 못할 아들을 걱정했다. 두 아들의 삶과 상관없이 어머니는 평생 자식들 걱정으로 삶을 이었다.
지난 2월에 건강검진을 했고, 뜻하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급하게 외래진료 예약을 잡았으나 전공의 파업 이유로 2개월이나 지난 후 진료가 가능했다. 2개월 동안 내 마음은 서서히 나락 속으로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했는데 진료 일자가 가까워질수록 초조해지는 것이 말수가 줄어들고 급기야는 삶에 즐거움이 거의 사라졌다. 나름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성격이라고 자신하고 살았는데도 말이다.
우연히 만난 이 한 문장에서 용기를 얻었다. 날씨가 바뀐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바뀌지는 않는다. 나는 늘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살아왔다. 중증 치매 시어머니를 집에 모시기로 한 것 역시 크나큰 도전이었다. 글을 쓰기로 하고 매일 조금씩 써나가는 것 또한 도전이다. 매주 화요일에는 노인 인지 놀이치료사 공부를 한다. 일주일에 한 번은 그림을 배우러 간다. 이런 것들은 처음 하는 도전이다. 내 앞에 놓인 2차 진료 역시 하나의 도전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마음에 안정이 되었다.
도전은 즐겁다. 설렌다. 물론 질병을 두고 즐겁거나 설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도전은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게 만들고, 용기를 준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 많은 것들이 마음에서부터 시작한다. 마음이 먼저 준비하고 시작해야 몸이 따라간다. 다행히 진료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길흉화복에서 마음을 완전히 분리할 수는 없다. 가능한 한 분리하기 위해 노력은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훈련도 가능하리라. 사건은 사건이고 마음은 마음이라고 결론지어놓는 거다. 사건은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마음이 사건에 잠식당하면 사건보다 더 많이 힘들어진다. 결국 나를 잘 건사하기 위한 계략이다. “인생의 길흉화복은 내 앞에 놓인 하나의 도전이다”라는 말은 책상 앞에 붙여 두었다. 사는 내내 조금 작게 아주 크게 언제나 떠나지 않는 것이 길흉화복이다. 먼저 나의 뇌부터 훈련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