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무소방원으로 군복무를 했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2년 2개월 동안 복무했으니까, 거의 18년 전 일이다. 직접 출동을 나가며 겪었던 순간들. 내가 곁에서 바라본 소방관들의 일상, 우정, 그리고 전시를 방불케 하는 현장의 모습들까지. 이들의 모습을 오롯이 담아 언젠가 글로 써봐야겠다,라고 다짐을 하곤 했었다.
곁에서 본 소방관들은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슈퍼맨이나 영웅물에 나올 것 같은 히어로들은 더더욱 아니었다.
우리네 아빠, 엄마, 삼촌, 이모, 고모 같은 사람들.
그런 이들이 모여서 '사람을 구한다'는 기적 같은 일들을 이룬다.
화재 현장이나 교통사고, 구조 구급 현장에서 요구조자(구조를 요하는 사람들)를 구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도 저들의 일원이란 것이 자랑스러웠다. 현장에서 신속하고 일사불란하게 사람을 구하는 소방관들을 보며 매 순간 감동을 하기도 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저들에게서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전역을 하고 사회에 나가면 세상의 빛과 소금은 아니더라도 소방관들처럼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이런 다짐을 수없이 했으니까.
그리고 내가 전역을 하던 날.
가깝게 지냈던 119 반장님들에게 꼭 소방관들의 '진짜 이야기'를 쓰겠노라고 약속을 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지만 그게 18년 전 일이다.
영화에서나 드라마에서 보던,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직접 겪고 함께 뛰었던 소방관들의 진짜 화재 현장, 그들의 이야기.
"...사육46?"
사육46은 알겠습니까?
사칠47은 알겠습니다,라는 무전용어이다.
119 군복무 시절, 무전을 할 때마다 가장 많이 주고 받은 용어이기도 했다.
#1.
"상황실, 구급 2호 출동."
"사칠 47(알겠습니다) 구급 2호 출동 14시 22분."
#2.
"상황실, 여기 펌프차인데 화재 진압 완료. 귀소 하겠음. 사육46?(알겠습니까?)"
"사칠47(알겠습니다) 펌프차 현장 출발. 15시 32분."
#3.
"상황실, 여기 구조대인데 지하 현장에서 요구조자 발견! 구급대 대기 바람. 사육46?"
"사칠47! 구급대 여기 상황실"
"여기 구급대!"
"구조대 지하 현장에서 요구조자 구조예정. 요구조자 나오는 즉시, 바로 구급 처치 후 병원 이송 바람. 사육46?"
"사칠47!"
사육46? 이라고 물으면, 사칠47이라고, 무전기 저 편에서 대답이 온다.
대답이 와야 한다.
반드시 와야만 한다.
사칠47은 어떤 문제가 완만히 해결되고 있다는 의미이며,
다른 한 편으로는 소방관의 안전과 관련된 것이니까.
#4.
"구조대, 현 위치! 현 위치 수신 바람! 사육46?"
"사칠47! 구조대 현재 위치 백화점 지하, 입구 초입 추정..."
뮤지컬 사칠 포스터
의무소방원 시절부터 특급 소방이라 불리며 최강 소방전 지역 예선 2등까지 했지만, 현재는 소방행정과에서 장비계 창고에서 소방 물품을 정리하는 일을 하고 있는 '안정원'은 오늘도 소방 물품 정리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의무소방 시절 후임 '강이준'이 같은 소방서로 발령이 난다. "소방! 신고합니다. 소방사 강이준은 2010년 5월 18일부로 원척 소방서로 배치를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소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