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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장공장장 Aug 16. 2023

뮤지컬 사칠3

무선페이징


1. 연습풍경


사칠 47의 공연이 가까워지고 있다. 창작진과 배우들은 여전히 웃는 얼굴中... 하지만 그 이면에는 진중함과 비장함? 같은 것이 서려 있다. 모두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잘 올리고 싶다. 최고의 공연을 만들고 싶다. 누가 물어보지 않아도, 그리고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사칠 창작팀, 배우팀 그리고 기획팀 모두는 어마어마한 열정을 가지고 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사칠은 2인극이다. 안정원과 강이준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2인극이지만 배우들은 3개의 페어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까 안정원도 강이준도 각각 3명씩인 것이다.


연습은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특히, 3명의 이준이들이 큰 웃음을 준다. 공을 좋아할 거 같은 이준이, 그는 씩, 웃는 미소가 정말 백만 불 짜리이다. 볼 때마다 구조대 B 타입 반장님이 생각이 난다. 쉬는 시간, 용기를 내어? 미소가 멋진 이준이에게 다가가 묻는다.


"혹시... 공 좋아하세요?"

"아, 저 학창 시절에 축구부였어요."


앗, 역시!!!


그다음에는 허스키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이준이가 있다. 소년 같은 매력이 뿜뿜, 뿜어져 나온다. 특유의 유쾌함과 안무틱한? 동작들을 보고 있노라면, 스텝들 뿐만 아니라 정원이들도 웃음을 터트린다. 사칠에는 안무?가 없는데 말이지;;;; 뭔가 그 씬?만 되면 히어로의 재림 같은? 그런 뉘앙스의 대극장 연기?를 선보이는 우리의 허스키 이준이 ㅎㅎㅎ 혹자는 그를 안무감독으로 추대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거듭 말하지만 사칠에는 안무가 없다...;;;


뭐, 여하튼,


이준이의 개인기를 볼 때마다 (또 다른 의미로) 빵빵 터지는 이가 있다. '츤데레 정원이'가 그렇다. 그가 웃으면 피디님들도 웃는다. 이게 약간의 연쇄작용? 혹은 도미노 같은 건데... 마성의 웃음소리 때문. 츤데레 정원이는 누가 봐도 잘 생겼다. 선역의 주인공 감이다. 근데 뭐랄까, 웃음이, 그러니까, 흐음, 약간 빌런 느낌이 난다. 심지어 두성을 활용해서 웃는다!!! 음하하하!!!


결국 모두가 웃는다.

웃음은 선한 전염성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찌? 이준이가 있다. 처음 그를 본 순간, 정말이지, 순정만화를 찢고 나온 줄 알았다. 아까 연습 때도 와, 진짜 만화 속 주인공 같이 생겼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빤히 쳐다보고 있었나 보다. 눈이 마주치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안녕하세요?"라고 한다.  아, 이런 실례를... 아, 넵. 넵.


사칠을 집필하면서, 유독 낄낄거리며 쓴 장면이 있다. 앞서 히어로?  안무씬? 과는 다른 장면이다.(오해가 생기기 전에 미리 말해둔다, 참고로 그 씬은 히어로 씬도, 안무씬도 아니다. 그냥 이준이가 첫 출동나가는 평범한? 장면일 뿐ㅎㅎㅎ) 정원이와 이준이가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장면이 그렇다.  어쩜 이준이들마다 그 씬?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표현하는지. 신기하다. 분명 나는 똑같은 대사를 주었는데 말이다. 배우들의 순발력, 애드리브가 더해지면 장면이 훨씬 풍성해진다. 같은 대사지만 분위기가 완전 다르다. 우리는 그 장면을 보면서 모두 깔깔 거리며 웃는다.






2. 무선페이징

무선페이징이라는 긴급 호출 장비가 있다. 내가 군복무를 했을 때만 해도 전화기처럼 생긴 모델들이 전부였다. (전역한 후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무선페이징 단말기가 선을 보였다) 무선페이징은 빨간색 긴급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119에 신고가 접수된다. 독거노인이나 만성질환자 혹은 소방관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자동으로 신고가 되니까, 119 구급대도 더욱 신속하게 출동할 수 있다.


아래 이미지.

그나마 내가 있었던 시절과 비슷한 모양의 단말기이다.

이미지로 보면 이해가 더 빨리 되니까.

출처/소방방재신문


이 긴급호출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구조를 이루고 있다.

우선 출동부서의 입장에서 살펴보자.


1. 119 구급대가 관할 구역 내 무선페이징 대상자 수요를 파악하고 무선페이징 단말기를 설치한다.

2. 무선페이징 대상자가 되면 환자의 병력, 상태, 나이, 집주소 등을 따로 파일로 보관한다.

3. 이 개인기록이 담긴 파일을 119 상황실과 공유한다.

4. 빨간색 긴급버튼을 누르면 상황실에 자동으로 신고가 되는지 확인한다.


자, 그러면 이번에는 상황실 입장에서 보자.


1. 무선페이징 환자의 기록을 컴퓨터에 보관한다.

2. 무선페이징 환자가 긴급버튼을 눌렀다!

3. 상황실 지령대 모니터에 환자의 이름, 나이, 병명, 진료 기록, 주소지가 팝업창처럼 뜬다.

4. 119 구급대를 출동시킨다.


전역하고 나서 이 시스템이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문제점이 많다는 뉴스 보도를 본 적이 있다. 그때 고개를 갸웃했던 기억이 난다. 적어도 내가 복무했던 소방서와 그 지역은 굉장히 효과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역마다 달랐던 것일까? 검색해 보니 무선페이징과 관련한, 여러 가지 정책적인? 사연들이 있었던 것 같다. 또 지금은 이 시스템이 폐지된 모양이다.


뭐, 여하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선페이징이지, 이와 관련한 정책들은 아니니까.


이야기를 계속해보자.


아무래도 무선페이징 대상자를 자주 만나다 보면 친분이 쌓이게 된다. 독거노인분들이나 정기적으로 병원이송이 필요한 중증 장애인 분들. 형편이 어려워 119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분들 등등. 나 또한 그랬다. 다양한 무선페이징 대상자 분들을 만났다. 개중에는 마음의 상처를 입은 분도 있었고 전신이 마비되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분도 계셨다. 18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는 사람, 사람들.


 


이 이야기를 좀 더 디테일하게 하고 싶지만, 더는 안 되겠지. 이제부터는 스포일 테니까. T^T

다만, 사칠을 관람하게 될 모든 분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혹여 극 중에서 '무선페이징'이라는 말이 나온다면 그게 뭐지? 당황하지 마시길.

이제 무선페이징이 뭔지 여러분들은 알게 되었으니까.


작품 안에서 무선페이징을 설명하는 대사를 넣을까 생각도 해봤는데,


안정원        

무선페이징이란, 긴급호출 시스템이야. 독거노인 생활보호 대상자, 중증 장애인등

이들한테 위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단말기의 비상버튼을 누르면 119 상황실에 자동신고가 된단다.

그럼 우리 119 구급대가 별도의 출동 지령이 없어도 긴급 출동하지.


강이준       

아아, 그렇군요. 그거 참 유익한 시스템이네요.


이런 대사를 쓸 수는 없잖아;;;;




연습을 끝내고 부랴부랴 광주로 내려왔다.

이곳의 일들을 해결한 후, 주중에 다시 서울로 갈 생각이다.


사칠 공연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날도 더운데 아주 귀한 아이템을 수중에 넣었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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