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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 피플 Oct 30. 2018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면서 대처하는 법 - 정문정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따위는 없다. 무례한 사람에게는 절대 웃으며 대처하면 안 된다. 언짢고 불편한 상활을 개선해 보려는 처절한 노력이 들어간 우리의 웃음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무례한 사람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되는데, 첫 번째는 무례함과 쿨함을 구분하지 못하는 눈치와 센스가 ‘0’에 수렴하는 사람이다. 다행히 그나마 나은 편에 속하는 유형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상황을 잘 설명만 해도 나아지기는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치와 센스가 ‘0’에 수렴하는 만큼 불쑥불쑥 그 무례함이 튀어나오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 이런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다 보면 자신의 말 혹은 개그가 먹힌다고 생각하여 무례한 정도가 점점 심해진다. 그러다 나중에 폭발하여 터진다면 당신은 갑자기 화내서 분위기를 망치는 이상한 사람이 된다. 고로 절대! 웃으며 대처하면 안 된다.


두 번째 유형은 첫 번째 유형보다 심각하다. 자신의 무례함을 무기로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무례함은 판단하기 어려운 조금 애매한 무례함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꽤 기분 나쁠 상황에서도 비굴하게 웃는 우리를 보며 자신이 더 무시하고 막대해도 되는 사람으로 판단한다. 보통 계급적으로 우위에 있으며 무례한 사람 중에서도 악질에 속한다. 그러니 이런 사람 앞일수록 대처할 때 웃음을 더 조심해야 한다.


이렇게 무례한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든 좋지 않다. 상황을 악화시킨다. 그런데 왜 저자는 책의 제목을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라고 지었을까? 실정은 아무것도 모르는, 회사생활도 제대로 안 해본 숙맥이 뭔가 철학자라도 된 것 마냥 도취되어 써 내려간 책은 아닐까?


다행히 그런 책은 아니었다. 저자는 꽤 체계적으로 무례한 상황과 대처하는 법을 나누어 설명하는데, 다행이건 그중에 실제로 웃으며 대처하는 방법은 하나도 없다. 만약 그랬다면 난 엄청 실망했을 것이다. 근데 왜 도대체 제목은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란 말인가?


저자가 말하는 웃으며 대처하는 법은 실제로 웃는 미소가 아니라. 대처하는 사람의 자세를 의미하는 것이다. 무례함에 흔들리지 말고 무례한 사람의 한심함을 비웃으며 여유 있게 대처하라는 의미다. 바꿔 말하면 무례한 사람에게 (비) 웃으며 대처하는 법 정도가 되겠다.


무례한 사람이 넘쳐나는 요즘 우리는 무례한 사람에게 대처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이런 내용의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는 현실이 조금 안타깝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현실이 이런 것을. 그마나 다행인 건 이 책의 사례와 대처법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조금이나마 위로가 된다는 것이다. 무례한 상황의 피해자들끼리 만나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랄까? 다음에는 꼭 이렇게 말해봐야겠다는 팁을 얻는 것은 덤이다.


이 책 전해주는 위로와 팁을 통해 무례함에 대할 여유를 조금이라도 길러보자.



서평_리딩피플 송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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