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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닙 Oct 02. 2022

몽글함의 색

Lisbon, Portugal 08


포르투갈의 식료품점인 핑고 도세에 가면 저렴한 가격에 한 끼를 든든히 해결할 수 있다. 돈이 넉넉하지 않은

여행자에게 풍족한 선택지가 되어준다. 저녁으로 뭘 먹으면 좋을까 고민하며 들어선 마트에는 입구에서부터 다양한 먹거리들이 가득했다. 치즈와 넓적한 햄이 든 큼지막한 샌드위치, 윤기가 흐르는 파이, 그리고 고소한 냄새의 빵도 눈에 들어왔다. 반대편에는 넉넉한 양의 치킨이 들어 있는 플라스틱 팩이 진열되어 있었다. 홀린 듯 다가가니 투명한 팩에 붙여진 하얀색 라벨에는 2유로가 적혀있었다. 3천 원도 안 되는 가격에 마침 기름진 음식이 먹고 싶었던 나는 주저하지 않고 덥석 집었다. 치킨에 어울리는 1유로짜리 맥주캔도 바구니에 담았다. 단돈 3유로에 만족스러운 저녁거리를 계산하고 흥얼거리며 나왔다.


손에 음식을 들고, 가까운 코르메시우 해변으로 향했다. 곧 몽글한 노을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도착한 해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중심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커다란 바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가져온 치킨과 맥주를 위에 올려놓으니 울퉁불퉁한 바위는 그럴듯한 식탁으로 탈바꿈되었다. 발아래로 푸른 바다의 움직임이 살랑살랑 드러나 내 마음까지 조용한 박자로 일렁이는 듯했다. 서로를 깊은 눈빛으로 바라보는 연인, 어린아이의 손을 꼭 잡은 엄마, 차분하면서 은은히 기쁜 표정으로 일몰을 보는 사람들. 순식간에 따뜻한 오렌지빛으로 물든 풍경에 잔잔한 버스킹 반주까지 더해졌다. 말 그대로 근사한 장면에 몽글몽글한 마음을 증명하듯 자꾸만 실없는 미소가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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