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교육학과의 한국 문화 수업과 활동들
파라과이 국립 교원대학교 한국어교육학과의 학생들의 경우, 미래 한국어 교사가 될 학생들이기 때문에 한국어 지식을 습득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학생들 스스로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 다행히 우리가 준비한 밥상을 아주 잘 먹고 스스로 밥상도 차린다.
한국 문화를 학생들이 배우는 첫 번째 단추는 아마도 수업을 통해서일 것이다. 학과 커리큘럼에는 한국 문화와 관련된 수업들이 있다. 1학년 1학기에 "한국 문화의 이해" 수업을 통해 한국 문화 개관을 하고, 4학년 1학기에 "한국 현대 사회의 이해" 수업을 통해 현대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3학년 1학기에 "한국 문학의 이해", 3학년 2학기에 "한국사" 수업을 통해 문학과 역사에 대해서도 배운다. 한국 문화 수업을 하면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파라과이 문화와 비교하고 생각해보는 시간이다. 학생들 스스로 파라과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해서,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문화를 가르치는 자세는 조심스러워야 한다. 어떤 주제와 관련해서는, 잘못하면 한국문화가 우월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넘어, 문화 수업을 통해 나 역시 파라과이 문화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고, 그래서인지 문화수업은 늘 즐거운 수업이다.
작년에 파라과이에서 <견우와 직녀> 연극을 파라과이 현지 극장 무대에 올렸다. 학생들이 배우를 했고, 한국어와 스페인어로 공연을 했다. <견우와 직녀>를 연극으로 소화하려면, 한국 농촌 사회의 모습, 왕과 신하의 모습, 그 시대의 옷 등등에 대해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물론 언어의 쓰임이 현대와 다르다는 것도 배우게 된다. 6개월의 준비를 하면서 한국의 동아리 문화도 익히게 되고, 선후배 간의 의리와 정도 배운다. 연극이라는 것 자체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고, 동아리 문화도 한국처럼 자리 잡아 있지 않은 곳에서 학생들과 연극을 준비하는 것은 쉬운 길은 아니었다. 준비하는 기간에도 우리는 여러 문화 차이를 겪었고 서로를 이해해야 했다. 작품을 통한 문화 이해와 준비과정을 통한 문화 이해를 모두 소화해내며 결국 무대는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아순시온과 먼 도시에서도 이 공연을 보고 싶다고 온 사람들이 있었고, 관객석이 만석은 아니었지만 다행히 80%는 채웠다. 무엇보다 극에 대한 열정으로 객석은 이미 가득 차 있었다. 올해에는 <현대 문학 연극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다. 작년보다 더 멋지게 준비해 보려 한다.
2016년 한국학 중앙 연구원의 한국학 진흥사업단에서 지원하는 씨앗형 사업 프로젝트 공모에 우리 학과의 프로젝트가 선정되어 현재 마지막 3년째를 지나고 있다. 이 지원금으로 여러 가지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중 필드트립 프로젝트는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사업이다. 파라과이의 여름방학인 12월에 한국에 한 달의 일정으로 현지 조사를 가는 활동으로 인솔자 선생님과 네 명의 학생들이 함께 간다. 서류 심사와 면접 심사를 거쳐 선발된 학생들은 인솔자와 함께 한국으로 출발 전까지 계속 회의를 하면서 특정 주제에 대한 한국 탐방 계획을 세운다. 첫 해에는 두 명씩 한 팀으로, 한 팀은 "조선의 역사를 찾아서"라는 주제였고, 다른 한 팀으 " 한류의 시작을 찾아서"라는 주제였다. 두 번째 해에는 네 명을 한 팀으로 두고 "부산 지역 탐방"을 주제로 부산의 역사, 언어, 음식 등 향토 문화를 탐방했다. 교과서에서만 봤던 한국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는 시간으로, 마음 같으면 우리 학과 학생들들을 모두 데리고 가고 싶다. 필드트립을 다녀온 학생들은 한국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정리하여 보고서를 써서 제출하고, 경험 공유 세미나를 통해 학과 학생들에게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올해부터 우리는 Academia Cultura Coreana(한국문화아카데미)를 열고 있다. 이 아카데미는 지역 커뮤니티를 위한 봉사활동으로 시작했는데, 우리 학생들이 선생님이 되어 지역 커뮤니티 사람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첫 학기에 'KPOP 댄스, 한국어와 한국문화, 한국 음식' 강좌를 열어 3일 만에 강좌가 모두 마감되었다. 이번 학기에는 'KPOP 댄스, 부채춤, 한국어 기초반, 한국어 초급반, 한국 전통놀이'등 더 많은 강좌를 열었고, 이번에도 각 반당 정원이었던 20명을 훌쩍 넘긴 수로 마감했다. 물론 가르치는 우리 학생들 뒤에는 학과 선생님들의 노고가 있다. 콘텐츠를 고민하시고 학생들과 함께 의논하여 이를 우리 학생들이 가르칠 수 있게 미리 지도하신다. 스스로 아는 지식을 다른 이들에게 가르치게 되면, 그것은 정말 확실한 배움이 된다. 내가 아는 것과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수업을 위해 준비를 하면서 학생들의 배움이 깊어지는 것 같다.
파라과이는 양볼에 뽀뽀하는 인사를 한다. 사람들 사이에 스킨십이 많아, 처음에 파라과이에 온 한국 사람들은 당황할 수 있다. 그런 국가에서 우리 학과 학생들은 선생님들께 허리 숙여 인사한다. 너무 공손하고 예의 바르게 인사해서, 가끔 놀란다.
처음에 내가 느낀 학교의 모습은 학생들이 선생님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게 자연스러워 보였고, 이 사이로 바람을 빼어 소리 내는 "쓰쓰"로 사람을 불러서 당황스러웠는데(한국에서는 동물을 부를 때 주로 내는 소리라서 당황했으나, 여기서는 사람을 부를 때 그렇게 부른다), 이 학생들이 한국인을 대할 때는 변한다. 한국의 문화를 그 만큼 잘 알고 있고 존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우면서 이렇게 변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우리 학생들이 정말 훌륭하다.
한국에 유학 간 외국인 유학생들은 늘 접하는 게 한국 문화겠지만, 이 먼 곳에서는 그런 환경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외국에서 이루어지는 한국어 수업의 경우,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한국문화 수업만으로 학생들이 한국 문화에 대해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교실 수업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교실 밖으로 이어지는 한국 문화 활동은 중요하고 또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ISE한국어교육학과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