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대학교 수업 분위기
파라과이 국립 교원대학교 한국어 교육학과의 수업 분위기는 자유롭다. 의자나 책상의 배열부터 아주 다르다. 열과 행을 맞춰 앉지 않는다. 이것은 사실 현지 파라과이 국립 초, 중, 고등학교를 갔을 때에도 모두 느낀 것인데, 그 어떤 곳도 책상 정렬을 바르게 해 놓은 곳이 없다.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경우도 많고,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경우도 많다. 혹은 책상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기도 하고, 다닥다닥은 아니어도 둘씩 붙어 있다가 셋이 되기도, 하나가 되기도, 지 멋대로의 배열이다. 이러한 배열은 대학교에도 이어져서 우리 학생들 교실을 보면 열과 행 따위는 없이 책상들이 놓여져 있다. 이러한 교실 구조는 분명 수업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수업을 집중해서 안듣는 것은 아니지만, 불쑥 불쑥 일어나서 화장실 다녀와도 되냐고 묻고 나가기도 하고, 물을 먹고 온다고 나가기도 한다. 물론, 화장실을 다녀와도 되고, 물을 먹으러 다녀와도 괜찮다. 하지만, 수업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불쑥불쑥 나오는 것에 포인트가 있다. ㅎㅎ 불쑥 불쑥 질문을 하고, 갑자기 일어나 앞으로 나와 '전 수업' 혹은 '수업과 관련 없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이제는 적응이 되어 당황하지 않는다. "이따가 설명해 줄게, 수업 끝나고 이야기하자. 자리로 들어가 앉아"라고 이야기한다.
더 놀라운 점은 여기는 "수업시간에 먹는 학생들"이 많다. 사탕이며 껌은 기본, 빵이나 과자를 대놓고 꺼내 먹는다. 알고 보니 초중고등학교 때에 수업 시간에 먹는 것에 대한 제지가 없는 것 같다. (이 역시 사립학교와 국립학교가 다르겠지만, 국립학교 기준으로 하는 이야기이다) 아마 배고픔을 참게 하는 것이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하여 수업 시간에 먹는 것에 대해 매우 관대한 듯한데, 나는 이것 때문에 여전히 골치이다. 그래서 '언어 시간이니 말하기 연습도 많고, 발음 연습도 해야 하니 먹는 것은 안된다'라며 "수업시간에 먹는 것 금지" 규칙을 학기 초에 공고한다. 이 때문에 먹는 학생이 많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먹는다. 숨겨서 먹는다. 한 번은 뭐라고 혼냈더니, 배고픈데 어떡 하나며 도리여 성을 낸다. 아휴, 참. (그래도 그 학생은 그다음부터는 먹지 않았다.) "우리는 성인이니까, 쉬는 시간까지 모두 기다립시다. 조금만 참읍시다"를 많이 이야기 하는데, 이제는 나도 지친다. 얼마나 배고프면, 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래서 피해를 주지 않고 조심스럽게 먹으면 못본 척 넘어가기도 한다.
그리하여, 이 모든 것들을 위한 방법은, 나름의 수업 규칙을 정해서 학기 초에 공지하는 것이다. 혹은 학생들 스스로 수업시간에 대한 규칙같은 것을 정해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다. 초등학교도 아니고 이런 일이 왜 필요하냐고 묻겠지만, 수업에 대한 기본 질서를 잡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이런 활동 외에도 학생들이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계획을 잡는 습관을 만들어 주기 위해, 학기 초나 학기 말에는 지난 1년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1년에 대한 계획쓰기 활동 등을 한다. "지난 1년 동안 학교 활동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이었어요? 좋은 일도 적고 나쁜 일도 적어보세요", "왜 좋았는지 써 보세요" "왜 나빴는 지 써 보세요" "앞으로 1년 동안 어떤 계획이 있어요? 어떤 목표가 있어요?" 등등 질문을 주고 답을 써 보게 하는 형식으로 한다. 어떤 학생들은 아마 스스로 이런 시간을 가질테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런 시간들이 필요하다는 게 느껴진다. 계획없이 그냥 사는 것이 필요한 때도 물론 있다. 하지만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인생을 설계하는 것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규칙도, 삶의 틀도 조금씩 함께 만들어 본다.
덧붙여, 여기는 정전도 가끔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정전이 많이 된다. 정전이 되면 하루만에 돌아올 때도 있지만, 이틀정도가 걸릴 때도 있다. 어떤 수업들은 정전이 되면 수업을 쉬기도 하는 것 같으나, 나는 한다. 비가 많이 오면 수업이 취소되기도 하는 것 같지만, 나는 한다. 비가 오면, 많은 수업들이 진행이 잘 안되는데 학생들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날씨가 조금만 추워져도 출석률이 떨어지고, 비가 오면 출석률이 떨어진다. 한 명이 와도 나는 수업을 한다. 집이 멀어서 오는 데 정말 위험하다면, (비가 오면 파라과이는 위험하다.배수시설이 잘 되어 있지 않아 도로가 모두 강이 되기 때문이다. 큰 나무들도 많아서 가지가 떨어지거나 나무가 쓰러져 도로를 막기도 한다)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너무 많은 핑계들로 쉽게 포기하는 모습들이 나는 안타깝다. 어떤 경우, 선생님들마저도 많은 개인적인 핑계들로 수업을 취소하는 것을 보았다. 처음 왔을 때에는 모든 것이 핑계가 되고 사유가 되는 것이 기가 막혔는데, 지금의 학업 분위기는 많이 좋아졌다. 엄격함이 필요할 때에는 엄격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이곳은 엄격함이 필요한 곳이다.
결국 한국어 수업이지만, 한국어만 가르치지 않는다. 가정에서 배웠어야 할, 혹은 대학에 오기 전에 터득했어야 할 것들(일지도 모를 것들)을 가르칠 때도 많다. 물론 나도 이들에게 배운다. 이들의 교육은 이러하구나, 이들의 문화는 이러하구나. 그리고, 처음에는 정말 놀랐던 많은 것들에 대해 요새는 고민한다.
수업 시간에 먹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정말 옳을까.
교실은 반드시 반듯한 모양이어야 할까.
날씨가 추운 날, 비오는 날의 결석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많은 것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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