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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선생 Sep 08. 2018

#2. 남미 대학교에 적응하기

파라과이 국립 교원대학교 시스템에 대한 단상

교원 대학교의 학기와 교육 과정 

 1년에 2개 학기로 구성되어 있고, 1학기에 16~17주의 수업, 2주의 기말고사 기간이 있다. 기말고사를 포함하면 거의 20주 정도가 한 학기이다. 3월에 학기가 시작하면 7월 초가 되어야 학기가 끝난다. 겨울방학은 2주, 그리고 7월 말쯤 다시 2학기가 시작되어 11월 말에 끝난다. 그리고 여름방학이 길다. (남미는 7월이 겨울, 12월이 여름이다)  따지고 보면 한국의 대학교보다 학기가 길다. 그래서 꽤 긴 호흡으로 학기를 이끌어 가야 하는데, 겨울 방학이 짧아서 더 그런 듯하다. 마치 1년을 쉬지 않고 수업하고 긴 방학을 맞는 느낌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1학기에는 Semana Santa(부활절)처럼 긴 연휴가 있고, 2학기에는 Semana de Juventud(청춘의 주)라는 학교 축제 기간이 있어서 다행히 한 템포씩 쉬어갈 수 있다.  


 여기는 교원대학교이기 때문에 교육학 라인의 수업이 있고 한국어 라인의 수업이 있다. 두 라인의 수업들을 학생들이 모두 듣고 있고, 교육학 라인의 수업들은 파라과이 선생님들이, 한국어 라인의 수업은 한국인 선생님들이 맡고 있다. 처음 커리큘럼을 봤을 때 , 그리고 처음 수업을 맡았을 때 조금 놀라웠던 점은 의미 화용론, 어문규정, 한국어 평가론, 어휘 교육론, 문법 교육론 등 한국의 국어국문학과 혹은 한국어 교육학과 석사과정의 수업들의 이름이 보였기 때문이다. 실라버스 역시 한국에서 수업하는 내용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외국인들을 위한 교육과정은 조금 달라야 하지 않을까, 하여 2016년 교육과정을 개편했지만, 사실 개편된 커리큘럼도 재검토가 분명 필요하다. 어쨌든 지금은 바뀐 커리큘럼을 따라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시간표의 경우, 고등학교처럼 시간표가 정해져 있다. 한국의 대학교처럼 학생들이 수업을 골라서 듣는 시스템이 아니라, 정해져 있는 시간에, 정해져 있는 수업들을 학생들이 들어야만 한다.  사실 대학교에 와서 학생으로서 가장 신나는 것 중 하나가 원하는 수업을 학생이 골라 들을 수 있는 자율성이 부여된다는 것 아닐까. 나의 학업에 대한 나 스스로 책임을 지는 첫 단계가 내가 시간표를 짜고, 내가 고른 수업에 최선을 다하는 것인데, 조금 안타깝다. 이 시간표 때문인지, 학교의 분위기는 대학교보다 고등학교 같다. 교실의 경우에도, 학생들의 교실이 정해져 있고 선생님들이 수업 시간에 맞춰 그 교실을 찾는 시스템이다.  

웰컴 투 클래스!

수업과 쉬는 시간 

 수업은 7시 반에 시작하고, 일주일의 절반은 12시 45분에 끝나고, 나머지 절반은 2시 15분에 끝난다. 아침 일찍 시작하는 이 시스템이 매우 놀라웠다. 학교뿐만 아니라 많은 회사가 이렇게 일찍 아침의 문을 연다. 은행이나 관공서도 8시면 문을 연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아순시온이 아닌 근교 도시에서 오는 학생들도 많아서 정말 꼭두새벽부터 분주히 학교에 온다. 그래서 정말 기특, 또 기특하다. 하지만 이런 기특한 학생이 있는 반면에 지각도 많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출석률이 관건이다. 지금은 학생들이 출석을 잘 하도록 체계를 잡았지만, 처음 학교에서 와서 수업을 맡았을 때에는 아침 수업에 출석률이 너무 낮아서 그것도 스트레스였다. 아마도 초반에 계셨던 선생님들께서 학생들의 사정을 많이 봐주신 듯한데, 나는 얄짤없이 지각과 결석을 기록하여 처음에는 힘들었으나, 지금은 지각이 많이 줄었다. '지속성'을 위해서는 때로는 부드러움보다 엄격함이 필요하다.  


 한 수업은 한 주에 3시간 혹은 4시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연강이다. 여기의 초, 중, 고등학교에도 수업과 수업 사이에 쉬는 시간이 없다. 사립은 모르겠지만, 국립은 대부분 한 번의 쉬는 시간에 오래~ 길게~ 쉰다. 우리처럼 50분 수업, 10분 쉬는 시간의 시스템은 잘 없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두세 개의 수업을 연달아하고 20분 쉬는 시간'으로 되어 있다. 우리 산만한 학생들이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게 신기하다. 리 학교 수업은 3시간(혹은 4시간)이 연강이고, 중간에 15분 정도 쉬는 시간이 있다. 점심시간이 수업 중간에 걸려 있으면, 30분의 점심시간이 있다. 30분이 야속하다 생각했으나, 다들 잘 요기하고 돌아온다. 그리 거하게 점심을 먹지 않고, 매우 간단히 먹는 것 같다. 학교뿐만 아니라 회사에도 30분의 점심시간을 시행하는 곳이 있다고 한다. 물론, 시에스타 시간까지 하여 점심시간이 2~3시간으로 넉넉한 곳도 있다. 


 참으로 빡빡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리 빡빡하지 않게 진행하려 노력한다. 학생들이 내내 수업을 듣도록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학습 활동들을 섞어서 진행하려고 한다. 그리고 학생들 몸이 베베 꼬이기 시작하는 게 보이면, 나는 중간중간 쉬는 시간을 주는 편이다. 하지만 쉬는 시간에도 노하우가 필요하다. 15분씩(혹은 그 이상) 쉬는 것에 익숙한 학생들은 쉬는 시간을 주면 모두 사라진다.(?!) 그래서 '5분이면 5분, 10분이면 10분'이라고 정확히 시간을 이야기하고, '화장실만 다녀올 것, 멀리 가지 말 것' 등의 주의를 준다. 교편을 잡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에는 수업 중간에 쉬는 시간을 줬더니 5분이 지나도, 심지어 15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학생들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그리고 수업시간이 길어서 중간중간에 화장실을 간다는 학생들, 물 마시러 간다는 학생들도 많다. 어쩌겠는가. 가라고 해야지. 

쉬는 시간이 필요해요~

   

기회가 세 번있는 기말 시험 제도

 파라과이 대부분의 대학교에는 기말고사로 3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무슨 말이냐 하면, 3번의 기말고사가 있어서, 첫 번째 기말고사에 떨어지면 두 번째, 세 번째 기말고사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시험 시스템인 '단 한 번의 기회'에 길들여진 나는 이 시스템이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 이 시험 제도 때문에 학생들이 공부를 더 안 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지금 시험을 보지 못해도, 두 번, 세 번의 기회가 있는데 뭐하러 첫 번째 시험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는가. 게다가 시험 기간에도 문제가 있다. 첫 번째 기말고사 기간은 늘 학기 말 2주 동안이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기말고사 기간은 다음 학기가 시작되었을 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기 초 분위기도 매우 어수선하다. 안 그래도 학기 초라 바쁜 와중에 두 번째, 세 번째 시험까지 챙겨야 하는 교사들은 더욱 힘들다. 


 첫 번째 시험을 보려면 그 학기 출석률이 80% 이상, 수행 평가 점수가 70% 이상을 받아야 한다. 두 번째, 세 번째 시험은 출석률이 기준이 되어 출석률이 50% 이상이 되면 시험 볼 자격이 있다. 즉 출석률이 50%가 되지 않으면 두 번째, 세 번째 시험도 볼 수 없다. 그런데, 이 50%가 안 되는 학생들이 나타난다. 수업의 절반도 오지 않았다는 말인데,  이  50%가 되지 않은 출석률로 시험을 본다고 한다. 어머님이 아프셔서 병간호를 하느라, 본인이 아파서, 기타 다양한 사정으로...  아 정말 골치가 아프다. 처음에 일을 시작했을 때에는 중간고사나 쪽지시험 날이면 아프거나 뭔가 일이 생겨서 시험을 못 보고, 다른 날에 보겠다는 학생들이 있었는데, 결국 학기 초에 수업의 규칙을 정했다. 시험 보는 날 빠질 경우, 아픈 경우와 우리 학교의 중요한 회의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빠질 경우에만 재기회를 준다는 규칙. 그리고 아픈 경우에는 병원에 갔다는 병원의 사유서를 가지고 오지 않으면 다시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규칙이다. 우리 학생들은 매우 순진하고 착한 학생들이 많지만, 그중에 꼭 한 두 명이 약은 꾀를 쓰려고 해서 결국 규칙을 만들었고, 학기 초마다 공지한다. 다행히 요즘은 약은 꾀를 쓰는 학생들은 없다.  

시험, 시험, 시험!



 각 나라마다 그 나라의 상황에 따라 대학교 시스템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 시스템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늘 고민해 봐야 한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도 변하기 때문이다. 내가 한국의 시스템에 익숙해져서 이 나라의 시스템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일까, 고민했지만, 어떤 시스템들은 객관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예를 들면 기말고사를 3번이나 보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숙고가 필요한 것 같다. 연강을 하고 길게 쉬는 방식에 대해서도 조금 의문이 든다. 사람의 집중력에는 분명 한계가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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